2025. 5. 7. 13:57ㆍ인터뷰
단백질 크런치 넣은 땅콩버터 ‘빈크런치’ 개발한 더빈즈 김애린 대표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본보기가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웰빙, 유기농, 비건 등 건강과 관련한 키워드는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최근에는 ‘저속노화’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저속노화는 노화를 완전히 막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늘 그렇듯 전문가들은 올바른 영양소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올바른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원료와 함량을 따질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 땅콩버터 빈크런치를 개발한 더빈즈 김애린(35) 대표의 출발점도 그랬다. 건강한 지방을 함유하고 있는 땅콩버터에 건강한 단백질까지 더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어쩌면 그런 바람을 갖고 있는 이가 김 대표만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빈크런치는 출시 1년 만에 2000병의 수출 실적을 쌓았다. 작년 매출은 2억원이다. 김 대표를 만나 단백질 땅콩버터 빈크런치 개발기를 들었다.
◇단백질 더한 땅콩버터 빈크런치
더빈즈의 빈크런치는 단백질 크런치가 들어있는 땅콩버터다. 콩으로 만든 크런치가 식감과 영양을 모두 살렸다. 빈크런치 땅콩버터 한 숟갈(약 20g)에는 단백질이 6g 들어 있다. 이는 달걀 1개에 함유된 단백질과 비슷한 수준이다. 설탕 대신 천연 대체당을 사용해 단맛을 냈다. 시중 다른 제품과 비교해 당류의 비중을 3분의1로 줄였다.
오리지널·카카오 등 2가지 맛이 있다. 오리지널은 고소한 땅콩맛이다. 카카오는 달콤하고 쌉싸름한 초콜릿 맛으로 꾸덕한 제형이 특징이다. 빈크런치를 개발한 더빈즈는 최근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스틱형 빈크런치도 내놨다. 20g씩 개별 포장해 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용기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땅콩버터와 초코땅콩버터 등 2가지 맛이 있다.
◇수출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한 창업
2011년 한국관광대학 관광학과를 졸업했다. “어릴 적 꿈은 ‘직업’이 아니었어요. 그저 일을 하며 해외를 많이 다니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죠. 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겠다는 일념으로 2년간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레스토랑 서버로 일하는 동시에 HETC에서 경영학을 배웠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인종 차별을 당하고, 7~8명이 함께 지내는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해야 했지만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귀국 후에는 의료관광 자격증을 따고 중국어를 공부해 HSK 5급도 취득했다. 2017년 뷰티·화장품을 다루는 회사에 해외 영업, 수출입 사무 담당자로 입사했다. “그토록 원하던 해외 출장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위주로 영업을 했어요. 처음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갈수록 직장인 문화에 젖어 들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진짜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2020년 사직서를 썼다. 지금까지 공부한 전공 지식과 경험한 노하우들을 녹일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필요한 절차들을 간소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행정 서류를 준비하는 일부터 해외 바이어를 연결하는 기능까지 담고 싶었죠. MVP(최소기능모델)를 만들고 나니 이 서비스를 어떻게 쓰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수출할 만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비건 단백질 땅콩버터 빈크런치 개발노트
1. 장기적 목표를 위해 세운 기준, ‘상온 보관’
수출을 염두에 두고 뛰어든 분야는 ‘식품’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 한국, 호주에서 쭉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손님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에 보람을 느끼면서 일했던 기억이 저를 식품업계로 이끌었습니다. 다만 기왕이면 사람과 지구에 모두 이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었죠. 제로슈가 샐러드 소스, 월남쌈 샐러드, 비건 콩 참깨 소스 등을 직접 만들어보며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있었다. ‘상온 보관’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식품류를 수출할 때 흔히 만나는 장벽이 냉동·냉장입니다. 실온에 둬도 변질되지 않으면서 다른 요리나 음식과 잘 어울리는 식품을 만들어야 했죠.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땅콩버터’였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단백질 함량이었습니다. 단백질 함량만 보완하면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 되겠더군요.”
2. 천연 재료로 만드는 ‘단짠’의 맛
단백질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원료는 콩이다. “단백질 초코바에 들어 있는 원료에서 출발했습니다. 콩으로 만든 크런치가 비결이었죠. 크런치를 만드는 공장을 수소문해 직접 찾아가 샘플을 받았어요. 크런치가 불포화 지방인 땅콩버터와 만나면 오래 둬도 눅눅해지지 않는다는 점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크기는 직경 1~2㎜ 정도가 딱 알맞았습니다. 너무 크면 입에 넣었을 때 부담스럽고, 너무 작으면 특유의 바삭거리는 식감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식당은 단골 장사라고들 한다. “식품류도 마찬가지라고 봤어요. 소비자가 꾸준히 재구매하도록 하려면 맛있게 만드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죠. 대신 건강한 원료만 사용하기로 했어요. 혈당 지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탕이 아닌 천연 감미료만 사용했습니다. 짠맛을 낼 소금을 찾기 위해 천일염, 한주소금, 본소금, 말돈소금 등을 구해 실험해 봤는데요. 땅콩버터에는 히말라야 솔트가 가장 잘 어울리더군요. 그렇게 단짠의 공식에 맞는 땅콩버터를 만들었습니다.”
3.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라
오리지널 땅콩버터와 건강한 초콜릿 맛을 낸 카카오 땅콩버터까지 레시피를 만들었다. 이제 생산 공장을 찾을 차례였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공장과 OEM(위탁 제조) 계약을 맺었다. “수개월간 생산 방법이나 포장재에 대해 함께 논의했지만 본격 생산을 앞두고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지금껏 개발한 상품이 아니라, 공장에서 기존에 만들어 둔 제품으로 거래하겠다고 통보하더군요. 이제와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OEM을 맡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남은 자금이었던 300만~400만원이 휴지조각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망연자실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기도 양주시의 한 땅콩버터 공장을 찾았다. “막무가내로 들이밀었습니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제가 딱해 보였는지 이례적으로 작은 MOQ(최소주문수량)인 500병의 생산을 맡아주시기로 했어요. 그렇게 2023년 3월 빈크런치를 정식 출시했습니다. 당시 200g 땅콩버터의 시중 가격은 1만2000원대였는데요. 빈크런치는 프리미엄 전략을 써서 10% 정도 높은 가격으로 책정했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어요.”
4. 제품의 콘셉트를 정했다면 끊임없이 파고들어라
빈크런치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는 ‘비건’이었다. “비건은 가장 엄격한 단계의 채식주의로 달걀, 생선, 유제품도 섭취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요. 저도 하루 한 끼는 꼭 비건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빈크런치 역시 땅콩을 주재료로 하고 콩으로 단백질을 더했기 때문에 완벽한 비건이죠.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선택지가 되길 바랐어요.”
비건 커뮤니티를 통해 뜻밖의 인연을 찾기도 했다. “비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1년 정도 비건 커뮤니티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 모임에서 K-pop 굿즈를 만들어 중국에 판매하는 분을 만났어요. 최근 K-푸드 열풍을 눈여겨 보며 수출할 만한 상품을 알아보는 중이라더군요. 이때다 싶어 빈크런치를 내밀었죠. 이 일을 계기로 2024년 4월 처음으로 약 2000병의 빈크런치를 중국으로 수출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수출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K-비건을 세계에 알리고픈 마음
2024년 더빈즈는 매출 2억원을 기록했다. “땅콩버터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급속도로 판매량이 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경쟁사를 견제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생겼어요. 후발주자가 나타났을 때 살아남기 위해 스틱형 제품을 개발했죠. 작년 하반기부터 약 6개월간 개발한 끝에 2025년 3월부터 빈크런치 스틱형 땅콩버터를 양산했습니다.”
2025년 연내에 이루고픈 가장 큰 목표는 자체 생산 시설 구축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 단가를 낮춰 더욱 합리적인 소비자 가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빈크런치의 수출 실적이 쌓이면 창업 초기에 준비했던 수출 플랫폼 분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만의 비건 제품들을 모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꿈도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 더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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