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1. 15:58ㆍ인터뷰
한국의 기후테크 기업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번영을 앞당기는 동시에 지구 곳곳을 병들게 했습니다. 일상의 편리함이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이라는 참담한 결과와 치환됐죠.
희망은 있습니다. 기술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거든요. 비욘드캡처와 아크론에코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환경문제 해결에 나선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소셜벤처입니다. 이들이 이산화탄소 포집, 폐기물 자원화 같은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탄소 포집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비욘드캡처는 기존의 가열 방식이 아닌 전기화학 기반 원리로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입니다. 비욘드캡처의 기술은 탄소 포집 비용은 물론 포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저감할 수 있어서 사회, 경제적으로 순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갑내기 친구인 태성봉, 김병수 두 공동창업자가 비욘드캡처를 이끌고 있습니다.
- 두 사람은 어떻게 연을 맺었나요.
“뉴욕주립대 화학공학과 동기 사이입니다. 벌써 13년지기 친구 사이인데요. 귀국 후 저는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근무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서 MBA를 했습니다. 김병수 대표는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공학과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후, 현대자동차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청년이 기후테크 분야로 창업한 계기가 알고 싶어요.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친환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명감 때문에 석유를 다루는 학문을 오래 공부했죠. 저는 친환경 기술이 지구를 위해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큰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데 주목했습니다. 친환경 비즈니스를 돈 되는 사업으로 만들어서, 대승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인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같아 손을 잡기로 했죠.”
-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현실화되고 있어요. 두바이에서 홍수가 나고 중국에서는 물난리가 나는 등 기후 재난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죠.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기도 했고요. 기후 문제는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는데요.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대기 중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입니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탄소 제거 기술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사용량입니다. 탄소 포집에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포집 비용이 비싸요. 대안이 될만한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기로 한 배경입니다.”
- 비욘드캡처가 개발한 기술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존의 탄소 포집 기술은 열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데요. 저희는 100% 전기로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포집기는 배터리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대기 중의 탄소를 흡입한 후 전기를 흘려 보내 활성화된 전극에 탄소만 흡착합니다. 나머지 기체는 기기에서 배출해버리는 원리죠. 전기를 끊으면 전극이 비활성화되면서 전극에 달라붙은 탄소도 떨어집니다. 이렇게 탄소를 포집하면, 가열 공정이 필요 없어서 기존보다 포집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희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모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어요.”
- 이 기술의 활용가능성과 효용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포집 시장을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 활용, 저장)와 DAC(Direct Air Capture. 공기 중 직접 포집) 두 카테고리로 나눠서 접근하려 합니다. CCUS 분야에서는 수소 생산 시설을 타깃으로 삼고 있어요.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지만, 공정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뿜어대는 모순적인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그런 수소를 ‘그레이 수소’라고 하는데요. 저희 시설로 탄소를 포집하면 그레이 수소를 청정 수소인 ‘블루 수소’로 만들 수 있습니다. DAC 분야에서는 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 IT, 금융사를 타깃 삼고 있어요. 이들이 탄소제거권을 판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구상입니다.”
- LG소셜캠퍼스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LG소셜캠퍼스는 소셜임팩트 분야에서 유명한 프로그램입니다. 기후테크를 하는 저희와 접점이 많았죠. LG소셜캠퍼스가 LG그룹과 다리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선정되고 보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LG그룹과 만날 기회가 많았어요. 안전교육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죠. 무엇보다 대기업의 공증을 받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획득했습니다. 대기업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건 스타트업 입장에서 굉장히 좋은 발판으로 작용합니다.”
- 비욘드캡처의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스케일업을 무사히 마쳐서 사업화 단계에 이르고 싶어요. 친환경 산업은 문제 해결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면서 영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저희의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비욘드캡처의 주 무대는 해외가 될 겁니다. 이산화탄소 포집 시장은 미국이 가장 크고, 유럽 역시 친환경 정책에 앞장서고 있거든요.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역할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국제연합(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했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요. 그 흐름에 맞춰 인류의 생존을 위한 국제적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다만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과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현재의 기준으로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포기해선 안 돼요.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개발해야 하죠, 미래엔 친환경 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고, 그때 저희는 빛을 발할 것입니다.”
◇폐플라스틱의 변신에 놀라지 마세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의류나 가구로 업사이클링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수거한 폐플라스틱의 유형과 상태가 천차만별인데다, 깨끗하게 세척하는 등의 제반 상황이 갖춰져야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아크론에코는 폐플라스틱을 초음파를 융합한 열분해 기술을 통해 열분해유로 만드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연질의 폐비닐을 주로 사용하는 타사보다 일반적인 경질 플라스틱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 인데요. 이 기술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 아크론에코의 탄생 배경을 알고 싶어요.
“원자력 건설업을 영위하신 아버지의 일에 참여했습니다. 10년 전쯤, 신규 비즈니스로 열분해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기반 시설 건설에 참여했어요. 하루에 폐플라스틱 100톤을 오일로 바꾸는 프로젝트였죠. 당시 플라스틱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던 베트남의 관광지인 다낭시에서 그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요. 취지는 좋았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가 아크론에코입니다.”
- 당시 발견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대형 열분해 처리 시설을 설치할 때 반드시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인허가시 주민의 동의를 필수로 받아야 합니다. 주민 동의가 장벽이었어요. 쓰레기를 한 지역으로 가지고 와서 처리해야 하다 보니 폐플라스틱 열분해 시설을 ‘혐오 시설’로 인식한 것이죠. 인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이 좌초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때 처리 시설의 소형화를 결심했어요. 인허가가 아닌 신고제 기준으로 시설 규모를 축소하면 보다 쉽게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한 거죠. 또한 타 사의 열분해 유화 사업의 경우 폐비닐을 주로 사용해서 열분해유 생산량 50%에 대한 규제에대응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할때는 그 규제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 아크론에코의 자원화 시설 설명 부탁드립니다.
“열분해는 산소가 적거나 없는 환경에서 열을 이용해 폐플라스틱의 분자 사슬을 끊는 저분자 전환 기술입니다. 그렇게 열분해유를 만들죠. 핵심은 ‘초음파를 통한 열분해율 향상’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장치가 차지하는 면적은 6~7평에 불과해요. 잉여 공간에 저희 장치를 두고, 폐플라스틱을 투입해서 오일을 만들 수 있죠. 폐플라스틱을 연속적으로 투입하고 생산량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열분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초음파 기술을 융합했습니다. 일일 폐플라스틱 처리량을 기준으로 1.2톤, 2.4톤 두 종류의 설비를 개발했습니다. 투입한 플라스틱의 절반 정도를 오일로 전환할 수 있어요. 2.4톤 기기를 채워서 넣으면 하루 1.2톤의 오일을 생산할 수 있죠. 드럼통 오일 하나가 200리터니, 드럼통 6개 분량입니다. 현장에서 만든 열분해유는 수거 후 품질을 관리해서 기업에 공급합니다.”
- 이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요.
“배달음식 용기처럼 오염된 폐플라스틱은 물론, 애물단지인 해양 폐기물이나 건설 폐기물도 오일로 저원화 할 수 있습니다. 주요 타깃은 재활용 중소기업이나 플라스틱 제품 제조사에요. 재활용 중소기업은 현장에서 바로 열분해유를 뽑을 수 있고, 플라스틱 제조사는 플라스틱을 만들고 남은 조각 등을 버리는 대신 지원화 할 수 있습니다. 추후 방사능 폐기물을 줄일 계획도 있습니다. 아크론에코는 방사능 제염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데요. APR1400 원자력발전소 모델에 상용화를 통해 신한울 발전소 1, 2호기에 적용할 구상입니다.”
- 현재 어느 단계까지 개발이 진행됐나요.
“상용화를 앞두고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기기를 설치하려는 곳과 오일을 활용하겠다는 기업은 확보했습니다. 현재는 오일 샘플을 뽑아서, 고객사별로 분석 중입니다. 기업마다 요구 하는 오일의 기준치가 다르거든요. 저희 장치는 사회적 효용이 큽니다. 일단 폐플라스틱 발생을 줄일 수 있고요. 저희 장치를 통해서 1톤의 폐플라스틱을 저감하면 연간 480kg의 탄소를 저감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실질적인 효용을 누리면서 환경에 도움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죠.”
- LG소셜캠퍼스 지원 계기는요.
“LG화학과 연결고리가 많을 것 같아서 지원했습니다. LG화학은 바다의 골칫거리인 폐어망을 재활용해 플라스틱을 만든다고 들었어요. 저희가 보유한 자원 순환 기술 중에 폐어망 초음파 세척 기술이 있는데요. 세척한 폐어망을 열분해 장치에 넣으면 자원화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열분해유를 LG화학에 납품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LG소셜펠로우에 선정되고 그 바람을 현실화할 수 있는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금융지원으로 해외에서 영업 활동을 했고, 장치도 보완할 수 있었어요. 안전교육을 통해 열분해장치를 시장에 내놓기 전에 체계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죠.”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인허가가 용이한 소형 장치는 도입이 수월합니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려 합니다. 요즘 환경부가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공공 열분해 시장 진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초석도 마련했어요. 폐플라스틱 처리는 만국 공통의 문제니까요. 이미 베트남에 영업소를 마련했는데요. 이곳을 기점으로 대만, 태국, 필리핀, 유럽연합(EU) 등의 국가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진은혜 에디터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농업 이렇게 바뀌고 있다, 농민들이 외면받던 '당귀'로 만들어낸 이것 (1) | 2025.04.21 |
---|---|
방산 강국 한국이 아직도 못만드는 이것, 국산화에 도전한 스타트업 (2) | 2025.04.21 |
반도체·방산을 잇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바로 여기서 나올 것 (3) | 2025.04.21 |
아버지 소 팔아 인생 걸고 시작한 재첩국, 연매출 12억원에 미국 일본 수출까지 대박 (2) | 2025.04.21 |
수백년 된 유럽 건물 유리창을 스마트 유리로, 북미·유럽 놀래킨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 (0) | 2025.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