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방산을 잇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바로 여기서 나올 것

2025. 4. 21. 15:52인터뷰

한국의 기후테크 스타트업

작년은 기후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해였습니다. 지난 여름은 유독 덥고 길었습니다. 끔찍한 더위가 가시고 가을이 얼굴을 내밀었을 땐 폭우가 내렸습니다. 짧은 가을에 아쉬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쏟아진 11월의 폭설은 온 세상을 놀라게 했죠. 물기를 가득 머금은 11월의 습설은 기후위기의 무게를 체감하게 했습니다.

LG소셜캠퍼스 14기 데모데이 단체사진. /더비비드

지난 17일 서울 명동의 커뮤니티 마실에서 우리나라 기후 변화와 소셜 스타트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바로 ‘LG소셜캠퍼스 14기 데모데이(DEMO-DAY)’입니다. 뜨거운 격려가 가득했던 현장을 함께 둘러볼까요.

◇여러분의 작은 행동이 미래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주 추운 날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마실을 찾아 자리를 빛내 줬습니다. LG화학 CSR팀의 이영준 책임,비즈나이츠의 박수진 운영위원, 더좋은세상 피피엘의 김범석 사무총장, 한국사회투자의 이순열 대표 등 국내 임팩트 분야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사들이 LG소셜펠로우 14기가 걸어온 길을 축복했죠.

박수진 운영위원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다. /더비비드

“유럽의 기후섹터 투자 규모는 증가 추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핵심 투자 영역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LG소셜펠로우 14기의 노력은 의미가 큽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잘 생존해서 세상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길 바랍니다.” (박수진 운영위원)

축사 중인 LG화학 이영준 책임. /더비비드

“여러분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자신감 있어 보입니다. 펠로우라는 건 여러분이 후배이기도 하고 미래의 선배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소셜펠로우는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세요.” (LG화학 이영준 책임)

“여러분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미래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과 전세계를 기후변화로부터 살려준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범석 사무총장)

소회를 전하고 있는 이퀄테이블 문준석 대표. /더비비드

훈훈한 축사가 끝난 후 LG소셜펠로우 14개사가 소회를 밝혔습니다.

“저희가 뛰어든 탄소 포집은 아직 초기 시장입니다. 긴 호흡의 첫 시작을 LG소셜캠퍼스와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그동안 받은 지원과 응원을 통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욘드캡처 태성봉 대표)

“다른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기업의 선택에 제약을 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LG소셜캠퍼스는 안돼요가 아니라 해보세요가 많은 프로그램입니다. 자존감 회복에 큰 힘이 됐습니다. 너무 즐거웠고, 동기들과 함께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퀄테이블 문준석 대표)

◇우리나라 기후테크, 이정도였어?

LG소셜캠퍼스 14기는 8개월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더비비드

지난 4월 발족한 소셜캠퍼스 14기는 8개월간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4월 대비 매출은 16억8000만원 증가(협약전 대비 157% 증가)했고, 18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습니다. 약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46건의 지식재산권을 추가로 확보했죠.

LG소셜펠로우 8개사는 LG소셜캠퍼스라는 든든한 뒷배 덕분에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습니다.

발표 중인 비욘드캡처 태성봉 대표. /더비비드

비욘드캡처는 가열 방식이 아닌 전기화학에 기반한 원리로 이산화탄소 포집에 나선 기후테크 기업입니다. 비욘드캡처의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하면 탄소 포집 비용은 최대 40%, 필요 공간을 최대 50% 줄일 수 있죠. 비욘드캡처가 가능성을 본 건 CDR(탄소제거) 시장입니다. CDR은 탄소배출권과 독립적인 개념으로, 탄소를 완전히 제거 및 영구 격리함으로써 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산업을 일컫습니다.

2024년 비욘드캡처는 총 7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지원사업을 통해 16억5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도 성공했죠. 1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10대 신사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인 ‘딥테크 팁스’에 선정됐습니다.

땡스카본 김해원 대표. /더비비드

땡스카본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솔루션 개발사입니다. 자연을 명확히 관측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면 메탄 발생량을 40% 줄이고 물 사용량도 30%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절약한 탄소 배출량을 B2B(기업간거래) 탄소배출권 거래에 활용할 수도 있죠.

땡스카본은 LG소셜펠로우 선정 후 환경공단과 국제감축사업협약을 맺었습니다. 팁스, 디딤돌, 인공지능사업화지원사업 등에 선정돼 기술고도화와 글로벌 진출 기회를 마련했죠. 땡스카본의 김해원 대표는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 분야와 자연복원 프로젝트까지 확장하고 싶다”며 야심을 밝혔습니다.

아크론에코 배덕관 대표가 발표하는 모습. /더비비드

아크론에코는 화학적 처리 없이 폐플라스틱을 바로 열분해하는 소형 장치의 개발사입니다. 이 기기로 작은 재활용 기업도 현장에서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업사이클링 할 수 있습니다. 아크론에코는 열분해유를 산업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등유, 경유 등의 형태로 생산해 자원화 할 구상이죠. 기존의 대형 열분해 처리 시설은 설치시 반드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아크론에코의 장치는 신고제 기준으로 시설 규모를 축소해 도입 문턱을 낮췄습니다.

아크론에코 역시 벅찬 1년을 보냈습니다. LG소셜펠로우 선정 후 받은 금융지원으로 해외에서 영업 활동을 하고, 장치를 보완해 사업 무대를 확대했죠. 안전교육을 통해 열분해 시설을 시장에 도입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아크론에코의 배덕관 대표는 “LG소셜캠퍼스의 지원과 노력을 통해 폐기물 자원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퀄테이블 문준석 대표. /더비비드

이퀄테이블은 ‘탄소저감 커피’를 고안하고 기업에 커피를 통한 탄소 저감 데이터를 제공하는 푸드테크 기업입니다. 이퀄테이블의 커피 도입 시 원두 1kg당 1.28kg의 탄소를 오히려 저감할 수 있는데요. 이퀄테이블은 SCOPE3(기업의 탄소배출을 양상에 따라 나눈 기준. SCOPE3은 직접 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 시장을 겨냥했습니다. 기업은 사내 카페에 이퀄테이블의 원두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ESG 활동을 내재화 할 수 있죠.

이퀄테이블은 소셜펠로우 선정 후 22개사에 탄소저감 커피의 맛을 선사했습니다. 매출은 200% 성장했죠. 이 과정에서 101톤의 탄소를 저감했습니다. 이퀄테이블의 문준석 대표는 “우리는 의미뿐만 아니라 맛으로도 인정받았다”며 “이퀄테이블의 솔루션은 탄소발자국을 이해하기 좋은 아이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포네이처스 류호림 대표. /더비비드

포네이처스는 공간에 숲을 심는 기업입니다. 광배양 장치로 미세조류를 키워서 탄소를 포집하고,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기기의 개발사인데요. 이 기기는 미세조류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 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까지 제거해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납니다. 생성된 미세조류는 수거 후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바이오 사료, 바이오 연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포네이처스는 LG소셜펠로우가 된 후 탄소포집 파편화라는 꿈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총 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배로 늘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를 포함해 13개의 지원사업에 선정됐죠. 여러 건설사로부터 구매의향을 이끌어내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이끌어냈습니다.

엠에프엠 서영인 대표. /더비비드

엠에프엠은 타이거 새우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바이오차 기반 탄소 네거티브 농업 자재로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이 자재는 소금기 어린 토양을 정화하면서 비료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새우 부산물을 줄이는데 일조합니다.

엠에프엠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습니다. 주요 타깃이었던 방글라데시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발생해 철수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죠. 위기를 타개할 때 LG소셜캠퍼스가 든든한 조력자가 돼 줬습니다. LG소셜캠퍼스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엠에프엠은 방글라데시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인도의 국제개발기구와 베트남 농업회사, 한국 지자체-대기업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어 탄탄한 사업 기반도 마련했죠.

인베랩 신원협 대표. /더비비드

인베랩은 외래종 문제를 해결하는 생태 복원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입니다. 드론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과 자생종 종자의 발아 및 생존에 최적화된 영양성분을 포함한 토양을 배합해 동그란 공 형태로 만든 시드볼을 개발했습니다. 기술을 발판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고 있죠.

인베랩은 올해 공공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국가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총 8곳의 테스트베드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했죠. 8개월 동안 여러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며 자연을 살릴 참신한 발상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인배랩의 신원협 대표는 “내년에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생태관리 및 복원 사업과 연계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로웨인 이경하 대표. /더비비드

로웨인은 기존의 수직농장의 한계를 보완해, 로봇 중심의 수직농장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입니다. 로웨인은 수직농장에 로봇을 접목한 ‘인텔리팜’(INTELLI-FARM)으로 운용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인텔리팜을 도입하면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에 로봇의 노동력을 더할 수 있고, 자동화된 재배 시스템으로 농산물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로웨인은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는 시국에 시의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유명 식품 기업으로부터 32억원 규모의 구매 의향서를 확보해, 작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싶어하는 F&B 시장의 수요를 체감할 수 있었죠. 로웨인은 소셜펠로우 합류 후 2억원의 프리A 신규 투자를 유치했고, 전년 대비 160% 성장한 3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내년 초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 참가해 세계 각국에 새로운 수직농장을 선보일 예정이죠.

질문 중인 김종훈 본부장. /더비비드

기업 소개와 성과를 들은 심사위원들은 예리한 질문과 격려로 LG소셜펠로우들의 포부에 화답했습니다. 각 사의 발표를 시종일관 경청했던 SVS가치연대기금의 김종훈 본부장은 “반드시 유니콘이 나올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죠.

발표가 끝난 후에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후속투자 유치를 위한 1:1 VC 밋업’이 진행됐습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효성벤터스, 넥스트드림엔젤클럽, 아주IB투자, 신한은행, 하나벤처스 등 내로라하는 VC들과 펠로우사 대표들이 모여 투자 논의를 진행했죠.

VC와 대화 중인 이경하 대표. /더비비드
회사를 소개 중인 김해원 대표. /더비비드

LG화학의 이영준 책임은 “LG소셜캠퍼스는 국내 대기업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적 경제 기업 지원 생태계로, 진심을 가지고 8개사를 선발했다”며 “충분한 대화를 통해 좋은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VC에게 당부했습니다. 이런 따뜻한 관심이 LG소셜캠퍼스를 14년간 이끌어온 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