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가격으로 혼란 겪는 임대시장
지난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용면적 84㎡ A형 매물의 전세가가 최대 2억원 차이 나 수요자 사이에서 화제다. 대단지인만큼 동이나 층에 따라 시세가 차이날 수 있지만 같은 동, 비슷한 층, 집주인 융자 여부 등의 조건이 동일하다. 유일한 차이는 8억5000만원짜리는 일반분양 매물이고, 10억5000만원 매물은 집주인이 조합원이다.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매물 간 전셋값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중 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3년 실거주 유예 제도 등 새로 도입된 임대차 제도가 이중 가격 확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합원 매물이 더 비싼 이유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84㎡ 매물의 전세 호가는 8억~11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전셋값 차이가 큰 원인은 2년 최초 계약 후 2년 더 갱신이 가능한 조합원 매물을 찾는 전세 수요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지난 3월 여야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반분양 물량도 전세로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일반 분양을 받은 집주인들은 3년 뒤 입주해야 한다. 해당 매물의 세입자들은 2년 단위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할 수 없다. 결국 실거주 의무가 없어 2+2년 계약이 가능한 조합원 물량에 주로 수요가 몰리고, 일반 분양자들의 전세 매물은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으면서 이중 가격이 형성됐다.
일반 분양 전세 매물의 계약 기간을 ‘2년 10개월’로 정하는 경우도 생겼다. 세입자 입장에선 최대한 오래 살고 싶어 하고, 집주인은 2년 계약을 했다가 계약갱신청구권을 두고 마찾을 빚을 까봐 실거주 유예 기간에 딱 맞춰 2년 10개월 전세 계약을 맺으려 하는 것이다.
◇임대차 2법 시행하며 예고된 일
이미 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보증금이 크게 차이나는 이중가격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서 부터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2단지 전용 84㎡ 고층 매물은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신규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달 체결된 갱신 계약 보증금은 이보다 2억원 가까이 낮은 8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 1단지 전용 84㎡ 저층도 신규 계약(8억2000만원) 보증금이 갱신 계약(7억14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높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신규-갱신 계약에 조합원-일반분양 매물 간 차이까지 겹쳐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이중 가격이 고착화되고, 격자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장 내년에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2840가구),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3804가구) 등 실거주 의무가 있는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졸속 합의로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충돌하는 3년으로 기간을 정하면서 예견됐던 문제”라며 “유예기간이 끝나고 일반분양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소멸하면 인근 지역에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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