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국내 주식 해요?
“젊은 직원들이 국내 주식은 원수에게나 권하는 거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비트코인이나 S&P500 ETF을 사라고 하네요.”
MZ 세대의 한국 주식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미래 투자 주체인 이들의 증시 이탈은 한국 자본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단순한 투자 트렌드 변화라기 보다는 국내 주식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와 글로벌 증시와의 경쟁력 차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가라앉는 한국 증시를 살려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다는 의견도 나온다.
◇늙어가는 한국 증시
이미 한국 주식 시장에선 자금의 노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MZ세대가 국내 주식에서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주식 보유자 연령대가 고령화하고 있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이 지난 11월 발표한 국내 주식 보유자 207만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57%가 50대 이상이며, 30대는 13%, 40대는 26%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해외 주식 투자에서는 젊은 세대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해외 주식 보유자(70만명) 중 30~40대가 전체의 56%를 차지해 절반 이상이었고, 50대 이상은 20%에 불과했다.
특히 30대와 60대 이상의 투자 성향은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선호도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의 비중 차이는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60대 이상은 고배당 위주의 국내 주식을 선호하고, 30대는 해외 주식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장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주 구조에서도 고령화 현상은 뚜렷하다. NH투자증권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 76만명 중 60대 이상 비율은 35%로 가장 높았다. 반면 30대는 전체의 10%에 그쳤다.
젊은세대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입장에선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 재테크 전략이겠지만 국가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인 자본 시장이 약해지면 경제 성장 동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주식과 부동산을 둘러싼 정서가 다른 이유
정부는 연초에 증시 부양책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오히려 코스피는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현재 밸류업 유입 자금은 뉴머니가 아닌 이미 증시에 있던 자금의 위치를 바꾸는 것에 불과한 수준이다. 신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투자 유인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구독자수 344만명을 보유한 유튜버이자 경제 전문가인 전석재씨는 방송에서 “한국은 주식에 대한 관심이 부동산의 10%도 미치지 않아 코스피가 무너져도 대책이나 대응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집값은 조금만 빠져도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는데, 코스피는 폭락해도 관심이 없기 때문에 MZ세대가 아파트와 코인, 해외 증시를 선택하는 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전씨는 “주식 시장도 부동산 대책처럼 밀어붙였으면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며 “쪼개기 상장, 호재 공시 후 유상 증자, 대주주 지분 높은 곳으로 매출 밀어내기 등 문제가 있는 제도와 문화가 한국 증시에 남아 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주식 투자자는 코로나 전후로 500만명에서 1400만명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거의 상승하지 않아 수익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렇게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주식 저평가, 재벌 중심 구조가 원인
정부는 별 관심이 없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외 언론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1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무엇이며, 왜 문제인가(What’s the Korea Discount and Why is it a problem)’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가치가 낮게 거래되는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수익성이 높다고 해도) 대만의 TSMC나 일본 도요타보다 낮은 가치로 거래된다“면서 ”북한과의 긴장감이 할인 원인이겠지만 더 큰 문제는 기업 지배 구조와 재벌 중심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칩 제조업체지만 장부 가치에도 못 미치는 가치로 거래되고 있다.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장부 가치의 5배 이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비교 기업인 마이크론 가치와 비슷하게 평가된다면, 시가총액은 현재의 약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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