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나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공무원 연금도 턱도 없더라

더 비비드 2024. 10. 25. 16:45
은퇴 전략 세우기

일본 오사카에 살고 있는 77세 노인 카키모토 씨는 공무원으로 오래 일하다 정년 퇴직했다. 주변에서는 “연금이 넉넉해 돈 걱정은 없겠다”며 부러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30년 넘게 일하다 공직에서 물러난 그의 연금 수령액은 월 28만엔(약 256만원)이다. 연금만 갖고 생활하기에 충분하진 않아도 적은 액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생기면서 그의 인생 말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0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말과 거동이 불편해져 고정 의료비가 커지고, 타인의 돌봄을 받으며 지내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 갑작스레 황혼 이혼을 하는 바람에 연금이 반토막 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됐다.

◇분할연금 수급자 8만명

한국도 황혼이혼이 늘어나면서 국민연금을 나눠 갖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도 황혼이혼이 늘어나면서 국민연금을 나눠 갖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혼한 배우자와 연금을 나눠서 받는 ‘분할연금’ 수급자는 지난 6월 기준 8만2283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4만명에서 두 배로 늘어났다.

분할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전업주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해 주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지난 6월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납입한 사람의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은 100만원이다. 만약 황혼이혼으로 남편 연금을 5대5로 나눈다면, 아내는 본인 명의로 1년에 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분할연금은 이혼한 배우자와 혼인을 5년 이상 유지하고, 전 배우자와 본인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61~65세)을 갖추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다. 부부는 경제 공동체라는 전제 하에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은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만약 남편이 국민연금에 20년간 불입했고 부부가 함께 산 기간이 20년인 경우, 남편의 예상 연금액이 100만원이라면 아내는 100만원의 절반인 50만원을 청구해서 받을 수 있다. 재혼한 경우엔 남편과 같이 산 기간만큼 전부인과 현부인이 연금을 나눠 가진다. 분할연금 최고 수령액은 지난 6월 기준 월 213만원이었다.

◇새 인생 찾고 싶어 선택한 황혼 이혼이 노후의 재앙

노년기에 배우자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노후 준비를 할 때 많은 이들이 자금 마련에 집중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화목한 부부 관계다. 노년기에 배우자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한 가정이 두 가정으로 쪼개지면 비용이 두 배로 들고 생활 수준도 떨어진다. 이혼 후 몸이 아프면 간병이나 돌봄 관련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 서로의 개인적 공간과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항상 함께 있으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취미나 관심사를 즐기다가 휴식을 취할 때 다시 만났을 때 긍정적인 에너지를 교환할 수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표현에 관대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가까운 사이일수록 표현에 관대해야 한다. ‘고마워’나 ‘수고했어’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자주 쓰는 게 좋다. 일본의 시라사와다쿠지 박사는 “아내가 ‘당신은 칠칠치 못해’라고 말하면 남편은 실제로 그렇게 변하고 ‘당신은 정말 꼼꼼해’라고 계속 말하면 남편이 꼼꼼한 성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긍정 강화’의 일종으로, 칭찬과 격려를 통해 부부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보라는 조언이다.

배우자와 대화하기 전에 미소를 짓는 노력을 해보는 것도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좋은 방법이다. 시라사와 박사는 “뇌는 본 것을 모방하는 특성이 있어서, 아내가 웃으면 남편도 따라 웃게 되어 적대감이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퇴직 후 부부 간에 대화가 없으면, 노후 생활이 외롭고 힘들어진다. 대화가 단절돼 부부가 서로 얼굴만 찡그리고 침묵이 지속된다면, 치매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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