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진짜 필요한 것
‘똘똘한 한 채’ 마련에 대한 열기가 어느때보다 뜨겁다. 많은 이들이 집 걱정 없는 은퇴 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부동산을 단순히 보유하기만 하는 건 노후대비책이라고 할 수 없다. 자기 명의로 된 아파트를 갖고서도 힘들게 노후를 보내야 했던 한 70대 노인의 사연을 알아봤다.
◇전기와 가스 끊겨도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평생 혼자 살면서 뼈빠지게 일해 모은 돈으로 장만한 첫 집이다. 내 전부인데 먹고 살기 힘들다고 팔 수는 없다.”
부산에 사는 70대 노인 이모씨는 ‘깡통 할아버지’로 불렸다. 공과금 낼 돈이 없어 전기, 가스, 수도를 하나도 쓰지 않는 바람에 궁핍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음식은 깡통에 불을 붙여 데워 먹고, 밤에는 촛불을 켜고 살고 있어서 화재가 날까 두렵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그는 30년 동안 혼자 산 독거노인이다. 전기와 가스가 끊긴 집에서 촛불과 난로에 기대며 고립된 삶을 살았다. 달걀 몇 개를 구워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극심한 빈곤상태로 외부 도움이 절실해 보였지만 그는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거주하는 집이 시가 8억원을 넘긴 자가(自家)였기 때문이다.
집을 방문한 사회복지사는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 것을 권했지만 이 씨는 “나의 전부인 이 집은 팔 수 없다”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주민센터의 이웃돕기 성품이나, 최소한의 돌봄만 받으며 삶을 연명해야 했다.
◇말년에 필요한 건 부동산 아닌 이것
할아버지는 겉으로 보면 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한 어르신이었지만, 실제로는 금융 자산이 부족해 일상 생활에서 기본적인 생활비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할아버지는 결국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사회복지사들이 우연히 할아버지의 집에 들렸다가, 싱크대 앞에 누워있는 그를 발견한 것이다.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책임진 건 사회복지사들이었다.
아파트를 팔아서 현금을 확보했다면 할아버지의 마지막은 다르지 않았을까. 은퇴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금융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득이 끊기는 노년기에 금융자산 비중이 낮아지면 재정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의 경우가 많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금융자산 비중은 총 자산의 약 20%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일본 등 선진국 고령자들은 현금·연금·저축 같은 금융자산 비중이 60%를 넘는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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