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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가 외대 러시아어학과 나왔지만 폴리텍 재입학한 이유"

(왼쪽부터) 개발자로 근무 중인 김은비 씨, 카이스트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한 박진아 씨. /본인 제공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에 따르면 공학계열 여성 재학생(전문대 이상) 비율은 2013년 18.2%에서 2022년 23.3% 증가했다. 2012년 2만4434명이었던 공학계열 여성 졸업생 수는 2022년 3만4740명으로 늘었다. 10년 간 약 42% 증가했다. 기술 분야 여풍(女風)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 기술인들을 만났다.

◇대웅제약 연구소 최연소 입사자의 근황

대웅제약 근무 당시 박 씨의 모습. /박진아 씨 제공

9월부터 카이스트(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석사 과정을 시작한 대학원생 박진아(27)씨는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았지만 6년 이상의 직장 경험이 있다. 2017년 대웅제약 생명과학연구소에 최연소 입사한 그는 두 번의 승진 후 연구자가 되기 위해 회사를 나왔다. 박 씨는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공부로만 채워지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며 “대체자 없는 독보적인 역량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씨를 실무에 강한 연구자로 이끈 건 폴리텍대다. 그는 2015년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의약분석과에 입학했다. 바이오의약분석과는 실험동물을 활용한 바이오의약품 약효 및 독성 평가, 유전자 및 단백질 분석, 동물세포 배양 및 단백질 생산 기술 등을 지도해 바이오의약품 개발, 생산, 품질 분석 등의 기술을 갖춘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학문이다. 실제로 실험 쥐를 직접 사육하면서 해부학 실습을 진행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인 생명과학을 놓치지 않으면서, 실무중심의 교육을 받아 빠르게 일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제약회사에서 6년 근무 후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박진아 씨 제공

첫 학기에 36학점을 이수할 정도로 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다. 단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새벽에도 실험을 진행했다. 방학때마다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체로 실습을 나갔다. 그는 “세포배양 같은 기술이 산업체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이때의 경험이 대웅제약 입사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학원생이 된 그는 의약품 개발에 주로 활용되는 세포배양과 단백질 분석 기술을 친환경 물질 개발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할 구상이다. 폴리텍대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있다. 박 씨는 “산업 현장의 기술력과 학술적인 지식 모두 갖춘 인재가 되고 싶다”며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씨는 배움에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건 목표의식과 강한 열정”이라며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선택을 믿고 후회 없이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훌륭한 여성 과학자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학 전공자가 7개월만에 개발자 된 비결

(왼쪽부터) 김 씨의 사원증, 개발 공부 중 촬영한 사진. /김은비 씨 제공

김은비(28)씨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뱅크웨어글로벌’의 개발자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서비스형 플랫폼(PaaS)을 개발해 금융사나 공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 웹개발과 서버 컴포넌트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김 씨는 원래 어학 전공자였다. 한국외대 러시아학과 졸업 후 방탈출 게임 제작사와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개발자들과 협업하면서 개발 직무에 눈떴다. 그는 “전공을 살리려면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데 이건 부담스럽고, 학부생 조건으로 전공을 살리기엔 문이 좁았다”고 말했다. 개발자가 될 방법을 찾던 중 신문기사에서 한국폴리텍학 분당융합기술교육원을 알게 됐다. 알고 지내던 개발자들에게 자문을 구한 뒤 입학을 결심했다.

2021년 3월 분당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융합SW과에 들어가 하이테크 과정을 수강했다. 10개월 간 프로그래밍 기초부터 실무까지 순차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전공자들은 4년에 걸쳐 공부하는 내용을 단 몇 개월만에 익히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김 씨는 “아침 9시에 학교에 가서 밤 9시까지 자습한 후 귀가했다”며 “과제가 많은 날이면 새벽 3시에 잤다”고 말했다.

노력은 달콤한 결실로 돌아왔다. 개발 공부 시작 7개월 만에 뱅크웨어글로벌에 입사한 것이다. 정보처리기사, SQLD, CKA 등 3종의 자격증도 땄다. 초봉도 1000만원 이상 올렸다. 김씨는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해 직무 전문성을 높일 구상이다. 그는 “개발자로서 다양한 기술과 산업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며 “클라우드 분야를 더 깊게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관심 가는 기술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자는 기술로 말하지 성별이나 나이로 말하지 않는다”며 “자신만의 역량을 잘 키우면 성별에 구애 받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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