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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얘깃거리 드림

“겨우 23살짜리 우리 애가 뭘 알아요?” 부모가 전화한 이유

부모의 성인 자녀 과잉보호

 

성인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잉보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게티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은 20대 남성이 20만원을 결제하자 그 어머니가 “환불받으러 갈 거니까 딱 기다려라”며 항의했다는 사연이 온라인에 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사회망관계서비스(SNS)에 ‘아이의 기준은 몇 살부터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치과 상담실장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23세 남성이 “충치가 있는 거 같다”며 혼자 치과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파노라마 촬영 및 임상적 진단 결과 충치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상담실로 자리를 이동했다”며 “치료해야 하는 치아, 위치, 재료, 비용 모두 설명해 주고 환자의 동의를 받고 당일 치료했다”고 상황을 밝혔다.

그런데 몇 시간 후 A씨는 환자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뭘 안다고 보호자 허락 없이 그냥 치료하냐"고 소리치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한테 과잉 진료, 과잉 청구한 거 아니냐. 왜 20만원이나 결제하게 했냐. 환불받으러 갈 거니까 딱 기다려라"라고 화를 냈다.

A씨는 “본인에게 설명하고 동의받아 치료했는데 ‘우리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냐’고 하더라”며 “부모 돈을 쓰는 상황이라면 ‘엄마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면 된다.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지 못하게 독립적으로 키우지 않는 교육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남성이 어머니는 치과에서 환불요청을 하는 대신, 보건소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A씨는 "차트 사본과 세부 명세서, 치료비를 설명했던 과정, 치과의 비보험 진료비 수가표 등을 예쁘게 팩스로 보내주고 깔끔하게 해결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3살을 아이 취급하다니", “저도 미용실에서 일하는데 아기가 자를 거라고 예약하더니 수염 난 남자가 오더라", "자녀가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학교 전광판에 ‘학사 관련 문의는 학부모님이 아닌 본인이 직접 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부모의 성인 자녀 과잉보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학사 문의를 부모에게 부탁하지 말라는 한 대학교의 공지 사진이 화제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의 사진에는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학사 관련 문의는 학부모님이 아닌 본인이 직접 해주세요. 스스로의 힘을 믿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부모의 학사 문의가 늘면서 업무 부담을 느낀 직원이 이같은 공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댓글을 보면, 부모가 대학생 자녀의 수강 신청을 대신 해준다거나, 자녀 대신 학교에 항의 전화를 한 일화도 있었다. 또 대학생 자녀의 졸업 요건을 묻고는 “애가 공부해야 하니까 답은 부모인 본인한테 해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녀의 정서적인 독립과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게티

일부 부모는 학교생활을 넘어 직장생활까지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B씨는 신입직원 C씨의 부모로부터 업무 관련 불만 전화를 받은 사연을 온라인에 소개했다.

당시 C씨의 부모는 “우리 애 그런 잡일이나 하자고 좋은 대학 나온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자녀에게 핵심 업무를 줄 것을 요청했다. C씨의 업무는 신입 직원이 받는 교육을 비롯해 복사용지‧문구류‧간식 등을 주문하는 일이었다. B씨의 거절에도 C씨의 부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아이는 똑똑하고 영어도 잘하며 자격증도 많다”며 “더 중요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여기 직원 다 똑똑하고 영어 잘한다”며 “더 유능한 사람도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녀의 정서적인 독립과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자녀가 어렸을 때 지나친 간섭과 의존을 하던 학부모의 경우,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같은 행동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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