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AI가 이제 영업사원 노릇까지, 도입 후 마케팅 비용 95% 줄어"

아웃컴 고상혁 대표, 양우진 부대표,
송명규 엔지니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왼쪽부터) 아웃컴의 송명규 엔지니어, 고상혁 대표, 양우진 부대표. /더비비드

"술 못 마셔도 영업할 수 있나요?" 영업 사원을 꿈꾸는 취업 준비생의 단골 질문이다. 영업 사원은 술을 잘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목표 실적 달성을 위해 고객에게 한 끼에 5만원이 넘는 음식을 대접하고, 주말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골프를 친다. 명절이면 선물 공세까지 해야 한다.

창업 준비자 모임에서 만난 아웃컴의 고상혁 대표(30), 양우진 부대표(55), 송명규 인공지능(AI) 엔지니어(28)는 영업 문화를 바꾸겠다는 목표 하나로 의기투합했다. 세 사람을 만나 아웃컴 창업기를 들었다.

◇영업의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세 사람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 사람이 모였다. /더비비드

2023년 11월 설립된 아웃컴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B2B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에 거래 성사 확률이 높은 고객사를 발굴해 주는 기업이다. 추천해 준 고객사의 특성에 맞는 영업 제안 메일을 대신 작성해 준다. 최근에는 메일뿐 아니라 전화, 오프라인 영업까지 아우르고 있다.

나이도 전공도 경력도 다른 세 사람이 모였다.

고 대표는 경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교 4학년 때 빅데이터로 이용자의 예술 취향을 분석하고 맞춤 공연을 추천해 주는 문화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 ACROMA(아크로마)를 창업했다. 졸업 후에는 AI로 상품의 유사성을 발견해 위조 상품 판매를 감시해 기업 가치를 보호하는 서비스 개발사 마크비전의 자산운용사로 근무했다. 2023년에 퇴사 후 아웃컴을 창업했다.

양 부대표는 1994년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히타치 LG(Hitach-LG) 해외 영업직을 거쳐 LG이노텍에서 해외 영업 담당자로 근무하고 LG전자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25년 동안 영업 담당자로 근무하며 느낀 비효율을 해결하고자 아웃컴에 합류했다.

송 엔지니어는 2022년 경희대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경희대 병원 입사 전 우연히 아르바이트했던 핀테크 기업 깃플에서 개발자와 함께 일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눈떴다. 경희대 병원 입사 10일이 채 되지 않아 퇴사하고 밤낮으로 개발 공부에 매진할 정도였다. 이후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인텔리코드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7개월간 근무하다 고 대표와 세상을 바꿀 플랫폼을 만들고자 아웃컴의 AI 엔지니어가 됐다.

(왼쪽부터) 아웃컴 양 부대표와 송 엔지니어. /더비비드

- 세 사람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양 부대표) “제가 AI에 관심이 있고 영업 경력이 있다는 걸 아는 지인이 함께할 사람을 찾고 있던 고 대표를 소개해 줬어요. 25년 동안 영업 생활을 하면서 풀고 싶던 문제가 많았는데요. 고 대표가 제 문제의식에 귀 기울여 주더군요. 마음이 맞아 함께하게 됐습니다.”

(송 엔지니어) “고 대표와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만났어요. 고 대표와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세상을 바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 의식이 통해 아웃컴에 합류했습니다. 자신감 있게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는 고 대표를 보고 믿음이 갔어요.”

- 25년간 영업하며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요.
(양 부대표) “25년간 영업 담당자로 근무하며 느꼈던 영업의 비효율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영업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투입되는데 어디 쓰이는지 투명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보니 다른 직무에 비해 정형화된 데이터로 분석할 수도 없었어요. 예를 들어 한 영업 사원이 오늘 오후에 영업을 위해 외근을 나갔어요. 그래도 언제 계약이 성사돼 돌아올지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영업 담당 직원이 나중을 대비해 영업 기밀을 쉽사리 넘기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영업비는 ‘안개 속에서 지출하는 깜깜이 비용’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25년간 영업 담당자로 근무한 양 부대표. /더비비드

-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구상했나요.
(고 대표) “영업에 AI를 접목해 보기로 했어요. 영업 비용에서 가장 많이 지출되는 분야는 잠재 고객 확보입니다. 구매 의사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지 못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B2B 기업에 AI로 계약 성사 가능성이 높은 ‘진짜 고객’을 찾아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업 보도 자료, 공시 서류에 공개된 투자 현황, 매출, 구성원 수 등 주요 데이터를 취합해 계약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주는 서비스를 구상했습니다.”

- 이번이 첫 아이템이었나요?
(고 대표) “아니요. 1년 동안 사업 아이템을 7번 바꾸고 나온 8번째 아이템이었어요.”

- 그전에는 어떤 아이템이 있었나요?
(고 대표) “로맨스 스캠을 방지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데이팅 앱 회사를 찾아갔죠. 막상 가보니 기업은 사용자의 활동량에만 관심 있고 로맨스 스캠 범죄에는 관심이 없더라고요. 또 다른 건 자동차 교통 법규 위반 신고를 대신 해주는 서비스예요. 메신저 앱으로 교통 법규 위반을 했을 때 사진을 올리고 장소를 알려주면 신고를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서비스를 만들고 커뮤니티에 홍보 글을 올리면서 소문이 났어요. 3일 만에 800명이 가입했거든요. 그런데 구독료가 5000원이라는 걸 알고 사람들이 안 쓰더라고요. 돈까지는 쓰고 싶지 않을 정도의 서비스였던 거죠.”

- 7번의 사업 전환은 웬만한 결단력으로 힘들지 않나요.
(고 대표) “힘들었어요. 그래서 명확한 기준을 잡고 시작했어요. 한 달에 20만원씩만 투자하고 반응이 없으면 다음 사업을 생각하는 걸로요. 투자할 수 있는 돈이 그때 200만원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200만원을 10개월로 나눠서 1개월에 20만원씩만 쓰기로 했어요. 1개월에 20만원이라는 기준은 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보고 벤치마킹했어요.”

1년동안 7번 사업을 전환했던 고 대표. /더비비드

- 7번의 실패에서 배운 게 있다면요.
(고 대표) “문제의 넓이와 깊이 두 가지를 다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문제의 넓이는 내가 만드는 서비스를 쓰고 싶어 하는 기업이 많은가예요. 깊이는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서비스를 쓰고 싶은가입니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쓰고 싶어 하고,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죠.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 아웃컴은 그 기준에 부합했나 보네요.
(고 대표) “넓이 측면에서 B2B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 부합했어요. 해외 시장을 참고해 사업 분야를 정했습니다. 북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의 68%가 B2B 기업인 것에 주목했어요. 깊이 측면에선 서비스를 소개했을 때 구매 의사가 있는 기업을 여럿 찾았기에 부합했습니다. 서비스가 흥미롭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말해준 분도 있었어요.”

◇1만번의 거절을 대신 당해주는 서비스

아웃컴 서비스 개발을 담당한 송 엔지니어. /더비비드

보통 한 회사가 무작위로 영업 대상에 1만번의 영업 접근 시도를 한다고 했을 때 미팅까지 성사되는 건 10곳이 채 안 된다. 정작 계약까지 성사되는 건 겨우 1곳이다. 아웃컴은 고객사를 대신해 1만번의 거절을 당해준다. 전자공시시스템과 뉴스 기사로 잠재고객 정보를 수집해 계약 성사 확률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 아웃컴의 활용 예시가 궁금합니다.
(송 엔지니어) “노트북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할게요. 잠재 고객사의 보도 자료, 매출, 직원 수 등의 데이터를 찾아서 영업을 할 만한 기업을 골라줘요. 무작위로 잠재 고객사 문을 두드리면 실패 확률이 높아요. 아웃컴은 갑자기 직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기업을 골라서 알려줍니다. 직원 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노트북이 필요해질 테니까요. 인원수가 늘어나는 회사는 노트북 대여뿐 아니라 임직원 건강 관리 서비스, 인사 서비스, 공유 오피스, 사무용품 기업에도 유력한 잠재 고객이 돼요.”

- 데이터로 어떻게 잠재 고객을 찾나요?

(송 엔지니어) “먼저 고객사가 제시한 타깃의 특성을 분석해야 해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사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측정합니다. 그다음에 잠재 고객들의 욕구를 파악해 특정 메시지에 반응할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이 과정을 점점 늘려가며 반응이 오는 기업을 찾습니다. 잠재 고객을 찾는 데 실패하기도 해요. 하지만 시장과 고객사가 맞는지 확인하며 생기는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시 가정을 바꾸죠.”

- 개발 과정 중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송 엔지니어) “밝혀지지 않은 기업의 정보를 맥락으로 추론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핵심을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핵심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정보가 어디에도 없어 추론해야 했죠. 데이터 간의 맥락을 파악해 다중 소스에서 온 데이터를 뭉치고, 조합해서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예를 들면 갑자기 직원 수가 증가한 기업에 직원 수 증가라는 데이터 하나만으로는 노트북 장기 대여나 공유 오피스 계약 중에 어떤 제안이 더 효과적일지 모르는 것처럼요.”

- 아웃컴으로 영업 방식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나요.
(고 대표) “영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줍니다. 기존에는 영업 사원이 직접 잠재 고객사 리스트를 만들고 경쟁사를 분석하고, 구매 확률을 계산해야 했어요. 그런데 아웃컴은 AI로 이 과정을 줄여줍니다. 제안 메시지를 보낼 때도 AI 학습 데이터를 토대로 수신자에게 맞춰서 작성합니다. 그리고 메일을 열어본 횟수에 따라 잊지 않게 메일을 다시 보내주기 때문에 효과적인 영업이 가능합니다.”

(양 부대표) “실제로 저희 고객사 자료를 보면 평균 고객 획득 비용이 580만원 정도 줄었어요. 메시지 오픈율도 15%에서 62%로 4배 증가했습니다.”

아웃컴으로 영업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는 고 대표. /더비비드

- 이용 후기가 궁금합니다.
(송 엔지니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있었습니다. 저희 서비스를 접하기 전에 마케팅 비용으로 10억원을 지출 중이었는데 저희를 만나고 비용을 5%인 5000만원으로 줄였어요. 저희 서비스 사용 후 지금은 월 40건의 잠재 고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데이터로 바꾸는 영업 문화

6월 디캠프 디데이에서 우승한 아웃컴. /아웃컴

영업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에 도전장을 내민 결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웃컴은 지난 6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7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 우승을 차지한 건 이례적이다. 투자금 없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높게 평가받았다.

- 투자금 없이 창업이 가능한가요.
(양 부대표) “네 가능해요. 기업을 직접 찾아가서 서비스를 소개하고 구매하겠다는 말을 듣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창업 첫날부터 매출이 있었어요. 그때 아웃컴 첫 고객사가 지금까지 당시 금액의 4배를 내며 이용 중이에요. 기업이 고민하는 영업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킨 거죠. 아웃컴은 작년 11월 설립돼 2024년 6월 현재까지 월평균 성장률 21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년 예상 매출은 3억~5억원이에요.”

- 창업 후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고 대표) “사람 문제가 가장 어려웠어요. 가장 중요하기도 했고요.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면, 회사는 알아서 성장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두 가지를 충족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팀에 합류했다가 떠나는 분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팀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그들이 떠나는 이유를 생각해 봤어요. 지금 하는 일의 중요성을 잘 모를 때, 의미 없는 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떠난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후 모든 구성원에게 각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아웃컴에 당신이 필요한지 알려주려 노력합니다.”

아웃컴 단체 사진. /아웃컴

- 창업을 꿈꾸고 있는 분들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고 대표) “창업가는 자기 아이템이 제일 좋다는 믿음을 버려야 해요. 저도 버리는 연습을 1년 동안 했어요. 잘 버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기준을 제대로 잡고 가야 해요. 제가 한 달에 20만원이라는 비용 지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웠던 것처럼요. 대부분의 창업자는 아이디어를 너무 애지중지해서 못 버리고 빚을 1억~2억원 쌓아두고 시작하기도 해요. 잘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요.
(고 대표) “영업 문화를 바꾸고 싶어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으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해외 진출도 하고 싶어요. 영업은 국내에서 해외로 나갈 때,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올 때 훨씬 더 어렵거든요. 국가의 경계를 넘어 아웃컴이 영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진은혜 에디터, 이소연 에디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