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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경제

이대로 간다면 3년 뒤 주택 시장에 벌어질 일

1000만원 넘어가는 평당 공사비

서울 강남 재건축 사업에서 3.3㎡(평)당 900만원 이상의 공사비를 제시했음에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향후 재정비 사업을 통한 신규 아파트 공급이 빙하기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향후 재정비 사업을 통한 신규 아파트 공급이 빙하기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게티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은 전날까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받았으나 응찰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500만원 선이었던 재건축 아파트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 가까이 올랐지만, 아파트를 짓겠다는 건설사가 한 곳도 없는 것이다.

대외 경제 변수와 내부 정치 상황 때문에 아파트 공급난은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0년 코로나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여기에 고금리 충격이 더해지면서 금융 비용까지 겉잡을 수 없이 불었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진=게티

국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2월 역대 최고치인 154.11(2015년 공사비가 100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4년 전보다 31% 오른 것이다.

급등한 건축비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은평구 대조1구역은 공사비 증액 갈등과 조합 내분으로 인해 올해 1월부터 4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는 작년부터 시공사를 뽑으려 했지만 의향을 보이는 건설사가 없어 3번 연속 입찰이 무산됐다.

급등한 건축비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

공사비 갈등 끝에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는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5억~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 11월 공사비 인상을 이유로 지에스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주공아파트는 공사비 증액과 공사기간 연장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면서 2019년 맺은 시공 계약이 최근 해지됐다.

공사비가 급등하고 공급이 줄면서 분양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지난달 3.3㎡당 3800만원을 돌파했다. 1년 전(3067만원)보다 24% 뛰었다.

공사비가 급등하고 공급이 줄면서 분양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사진=게티

향후 공급 절벽을 막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2년 8월 ‘27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크고 작은 대책을 발표했다.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안전진단 시행 시점을 늦춰주거나, 지방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미분양 아파트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주택 공급에 도움되는 정책들이다.

하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안전진단 등 부동산 3법은 대부분 법 개정 사항인 탓에 국회 협조가 없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작년 초 정부가 발표했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은 1년 넘게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오히려 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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