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스토리지 급성장
‘집 넓은 사람들이나 캠핑 할 수 있다’는 푸념은 옛 말이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개인용 창고를 빌려 캠핑 용품을 비롯한 취미 용품, 철 지난 옷, 책 등을 보관할 수 있다.
개인용 창고를 사용한다는 한 직장인은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려면 수십만원의 월세를 더 내야 하는데 가로·세로 1m 넓이의 개인용 창고를 빌리는 데는 10만원 안팎의 비용밖에 안 들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요즘 부동산 업계에서 공유형 개인창고가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셀프 스토리지(self storage)라고도 불리는 공유형 개인창고는 도심의 건물이나 지하철 역사 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창고 공간을 만든 뒤 매달 이용료를 받고 개인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해외에선 이미 보편적인 비즈니스다. 필요한 공간을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빌려 쓴다는 의미에서 ‘공간 아웃소싱’이라고도 불린다.
◇보안에 온습도 관리까지
셀프 스토리지 시설 이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서 모바일 출입 카드를 발급받아서 보안 스캐너에 갖다 대면 출입문이 열린다. 내부에 들어가면 사물함부터 작은 방형태의 공간까지 다양한 규격의 보관 공간이 준비돼 있다. 24시간 CCTV로 감시가 이뤄지며, 물품 손상이 없도록 온도와 습도도 철저히 관리한다.
보관 시설의 넓이는 0.3평에서 3~4평까지, 높이 1~2m로 다양하다. 0.3평에 높이 2m만 돼도 우체국 박스를 10개 이상 쌓을 수 있어 1인 가구가 이용하기에 충분하다. 비용의 경우 업체나 지역마다 다르지만 0.3평 기준 월 4만~12만원 정도다.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상업용 부동산 조사 업체 존스랑라살르(JLL)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셀프 스토리지 매장은 300여 곳으로 작년보다 50% 이상 늘었다. 국내 선두 업체인 세컨신드롬이 운영하는 ‘다락’이 69곳,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또타스토리지’가 2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외에 엑스트라스페이스, 스토어허브 같은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셀프 스토리지도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집값 폭등이 맞물린 결과
셀프 스토리지는 서울 광화문·강남역 등 업무 지구 외에 서울 불광동과 왕십리, 성수동, 봉천동 같은 1인 가구 밀집 지역에도 많다. 시내에서는 사무·작업 공간이 부족한 기업이 회사 비품이나 장비를, 주거 지역에서는 취미 용품을 주로 보관한다고 한다.
셀프 스토리지 활성화는 1인 가구 증가와 도심 주거 공간 부족 문제가 맞물린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1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33.4%,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은 33.9㎡(약 10평)다. 도심에서 3평 정도 되는 방 한 칸을 늘릴 때마다 40~50만원의 월세를 더 내야 한다. 셀프 스토리지 시설을 이용하는 게 이사를 가는 것보다 훨씬 ‘가성비’가 좋은 것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비싼 집 대신 취미 생활에 돈을 쓰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또타스토리지가가 이용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30대가 46%로 가장 많다. 그다음은 40대(22%), 20대(15%)순이다. ‘다락’이 조사한 보관 품목에 따르면 의류와 취미용품, 생활용품, 도서순으로 많았다.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넓은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큰 부피를 차지하는 취미 생활을 즐기는 풍토가 확산되자 물품 보관소를 찾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주거 공간을 넓고 쾌적하게 유지하려는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 기업 스태티스타는 2020년 480억달러였던 글로벌 셀프 스토리지 시장 규모가 2026년 647억달러(84조4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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