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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왜 굳이 창업에 도전했을까

2022 서울대 기술지주 TIPS 성과공유회 르포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처음 TIPS(팁스) 운영사로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당시 내부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설득에 성공했고, 그렇게 2018년 처음 팁스 운영사로 선정된 후, 지금까지 60여 개의 팁스 기업을 발굴했습니다. 2년 전에는 팁스 운영사를 대상으로 하는 운영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2022 서울대학교기술지주 팁스 운영 성과공유회 단체사진. /서울대기술지주

지난 2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에 있는 AC호텔 바이 매리어트 서울 강남 2층에서 ‘2022 서울대학교기술지주 팁스 운영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이날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회사(이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프로젝트 성공 과정을 회고하며 감개무량한 마음을 전했다.

서울대기술지주는 기술 자산의 사업화를 실현하기 위해 2008년 설립됐다.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와 기업 육성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기술지주는 팁스의 운영사이기도 하다. 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운영사를 통해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운영사가 역량을 갖춘 창업기업을 발굴해 투자한 후 추천하면, 중기부가 별도 선정평가 후 기술개발(R&D), 창업 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팁스의 운영사로 선정됐다는 건 액셀러레이터로서의 안목과 육성 능력을 공인받았다는 의미다.

서울대기술지주의 여러 활동 중에서도 팁스 운영 성과를 나누기 위해 열린 이 자리에 18개 팁스 기업과 9개 유관기관 소속의 내빈 50여명이 참석했다.

◇2018년 팁스 운영사 선정 후 60여개 기업 발굴

(왼쪽부터) 서울대기술지주의 목승환 대표와 행사 전경. /더비비드, 서울대기술지주

이날 행사는 ‘팁스 운영 성과공유회’였지만, 지금까지 서울대기술지주의 행보를 회고하는 데 보다 의미가 있었다.

목승환 대표는 “2018년 처음 팁스 운영사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의 기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초심을 잃지 않은 덕에 올해 20여개 팁스 기업을 선정하고 지금까지 60여개의 팁스 기업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울대기술지주는 팁스 상위권 운영사로, 매년 20여 곳의 기업을 추천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기술지주가 1년 동안 거둔 성과를 발표 중인 차인환 본부장. /서울대기술지주

서울대기술지주가 지난 1년 동안 거둔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발표는 차인환 본부장이 맡았다. 차 본부장은 “서울대기술지주는 연간 40~50여개사를 투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며 “매 주 1곳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기술지주는 올해 50여개사의 투자 집행을 완료해 총 160여개의 포트폴리오사를 보유 중이다.

투자 기업의 성과도 우수하다. 차 본부장은 “AI, 반도체, 핀테크, 소부장 등 다양한 섹터의 초기·기술·혁신 기업 및 실험실 창업기업에 적극 투자해, 4년 내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성장한 사례가 다수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 반도체칩 개발 기업 ‘리벨리온’은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업가치는 4000억원을 넘는다. 대체 데이터 전문기업 ‘에이셀테크놀로지스’는 얼마 전 미국 증시 상장 기업인 피스컬노트(FiscalNote)에 인수돼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기술지주는 정신적 지주”

입에 마우스피스를 물고 있으면 물이 뿜어져 나와 입 안을 자동을 세정하는 '코모랄'을 개발한 에스엔디솔루션의 김현정 대표. /서울대기술지주

행사에 참석한 팁스 참여 기업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돌아보고 자축했다. 리벨리온, 어썸레이, 에스엠디솔루션, 브라이토닉스이미징, 파프리카, 에이셀테크놀로지스 등 총 6개사는 청중 앞에서 자사의 우수사례를 소개했다.

참가사들은 서울대기술지주에 감사를 표했다. 에스엠디솔루션의 김현정 대표는 “창업 초기 앞이 깜깜할 때 김현정이라는 사람 하나만 믿고 투자해줬다”며 “스타트업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초기 5억원이 훗날의 50억원보다 값지다”고 말했다.

에스엠디솔루션은 서울대 치과마취과 교수인 김 대표가 설립한 의료기기·솔루션 개발 스타트업이자 서울대기술지주의 자회사다. 거동이 불편한 침상 환자도 구강 세정을 할 수 있는 구강세정기 코모랄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2016년 첫 창업할 때부터 서울대기술지주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다”며 “서울대기술지주는 정신적, 물질적 지주”라고 강조했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의 이재성 대표. /서울대기술지주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은 서울대 의대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이재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가 25년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과 임상·전임상용 분자영상장치인 양전자단층촬영기(PET)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이 대표는 300여편이 넘는 논문의 저자이자 40여건의 특허를 출원한 핵의학 및 융합의료 영상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도 창업은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였다. 이 대표는 “서울대기술지주가 법인 설립, 벤처 기업 인증 같은 행정적인 절차를 거의 대신한 수준으로 전방위적인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기술지주 주도로 브라이토닉스이미징 만을 위한 엔젤투자조합이 결성된 적도 있다. 이 대표는 “서울대기술지주와 우리 회사가 상호 협력하며 함께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타 대학 교수들도 서울대기술지주의 존재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도 건넸다. 그는 “서울대지주회사 같은 기술지주회사가 투자 중재, 스타트업 지원 사업 등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가이드를 제시할 것”이라며 “기술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기술지주회사의 문을 두드려볼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울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도입한 것

(왼쪽부터) 2022년도 참여기업에 파트너 패를 전달하고 있는 목 대표. /서울대기술지주

이날 목 대표의 숙원 사업이었던 ‘기부형 펀드’와 관련된 성과도 소개됐다. 서울대기술지주는 지난 여름 서울대 공과대학과 투자 수익 일부를 대학에 환원하는 동문 펀드를 결성했다. 펀드 투자 이후 약정을 통해 운용 수익 일부를 자동적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기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펀드 결성에 공과대학 출신의 창업자와 개인투자자 40여명이 참여했다. 초과수익을 학교에 환원하는 형태의 펀드는 국내 최초다.

차 본부장은 기부형 펀드 결성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과거 서울대기술지주는 자본금만으로 경영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있는 적자 구조였다”며 “출자사인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지속해서 증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목 대표가 학교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 구조를 구상한 것이다.

서울대지주회사는 올해 기부형 펀드를 결성했다. 기부형 펀드는 목 대표의 숙원 사업이었다. /더비비드

서울대지주회사는 2017년 펀드 운용사 자격을 획득한 후 5년 동안 운용 능력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160여 개의 기업 중 10개 이상 기업이 기업가치가 20배 이상 증가한 사례를 제시했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학교와 쌓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기부형 펀드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올해 결성한 기부형 펀드로 지금까지 7개 기업에 투자했다. 학교에 수익을 환원해야 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펀드 수익률을 담보해야 했다. 차 본부장은 “투자 성과가 좋은 기업 중에서도 유독 수익률이 높은 기업을 엄선해서 투자 대상에 포함시켜야 했다”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기부형 펀드 사례를 다른 단과대까지 확장시키는 게 목표다. 차 본부장은 “공대를 시작으로 경영대·자연대 등 동문 펀드로 투자하고 기부하는 제도를 정착시켜 서울대 발전을 위한 선순환 투자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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