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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매출 1/3토막 위기, 160억원 매출 반전시킨 새우 수산업자의 선택

코로나 직격타로 경영난 허덕이다 반년 만에 매출 반전, '해원에스디'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오전 7시, 충남 태안군 드르니항 근처 평야에 들어서면 축구장보다 넓은 물구덩이 10곳이 눈에 들어온다. 새우 양식장이다. 웅덩이 하나에 15톤어치의 새우 50만마리가 살고 있다. 인부들이 통발을 펼쳐 물 밖으로 들어 올리면 성인 남성 손바닥 길이만 한 새우들이 파닥거리며 올라온다. 이렇게 잡은 새우 수백 마리는 수조에 담겨, 차로 20분 거리의 수산물 공장 ‘해원에스디’로 옮겨진다. 소분과 포장을 마치고 출고된 제품은 다음날 새벽 7시경 소비자 집 앞에 도착한다.

해원에스디는 올 초까지만 해도 경영난에 허덕였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 중심으로 거래를 하면서 유통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 데다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은 탓에 3년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온라인 전환에 성공하며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해원에스디 서남진(50) 대표를 만나 반전 스토리를 직접 들어봤다.

올해 온라인 전환에 성공하며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해원에스디 서남진 대표. /본인 제공

◇수산업 30년차 베테랑이 위기에 처한 이유

해원에스디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제품 판매 가격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해원에스디의 새우와 낙지는 ‘갓 잡아 올린 듯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쿠팡 등 온라인 채널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중이다. 새우와 낙지는 쿠팡의 해당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16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해원에스디 충남 태안 수족관에 있는 새우들의 모습. /서남진 대표 제공

서 대표는 30년 경력의 수산업 베테랑이다. 20대 초,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중간 도매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매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시장을 지켰다. 산지에서 들어오는 수산물을 대형마트 등 유통 업체에 판매했다.

2012년 경력을 살려 도매업체 해원에스디를 창업했다. 충남 태안, 경남 거제 등 주요 수산물 산지에서 새우, 꽃게, 낙지, 조개류 등을 잡아 유통 업체에 공급하는 도매업체다.

2018년 200억원으로 매출 최고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탔다. 지난해 매출은 120억원으로 3년 만에 40% 급감했다.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데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주요 납품처인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음식점 거래가 끊기고 매출이 뚝 떨어지며 위기를 맞이한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지난해 초, 월 매출이 70% 급감하면서 서 대표의 머리속은 새하얘졌다.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프랜차이즈 음식점 납품 사업에 진출했었어요. 그런데 모든 납품처가 코로나 타격을 정면으로 맞았습니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은 줄 알았는데 실은 한 바구니에 몰아넣고 있었던 거죠. 사업 전략을 완전히 기초부터 다시 짜야 했습니다.”

◇산지직송 시작하자 매출 급증

양식장에서 새우를 채취하는 모습. /서남진 대표 제공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지난해 쿠팡에 입점했다. 쿠팡에서는 산지직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산지직송은 갓 잡은 새우를 출하지 인근 공장에서 송장·검품·포장한 뒤 바로 새벽 배송하는 시스템입니다. 당일 오후 1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새벽 7시까지 물건을 받을 수 있죠.”

산지직송을 시작하자 매출이 급증했다. “그동안 월 매출이 평균 2억원에 그쳤지만, 산지직송을 시작하면서 월 5억원대로 2배 이상 뛰었습니다. 신선한 해산물을 배송함으로써, 해산물 신선 배송은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덕이죠. 수산물 판매의 생명은 신선도 유지입니다. 포획 후 배송까지 최소 2~3일이 걸리기 때문에 조개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수산물은 아예 유통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어요. 저희는 빠른 시간 내에 제품을 소단위로 냉동 포장해서 제품의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남진 대표가 새우를 수족관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서남진 대표 제공

온라인 시장 진출은 다양한 부가효과를 가져왔다. “사료값, 인건비, 유류비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생새우 산지 출하가격이 지난해 7월 대비 10%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이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 산지직송을 시작하면서 물류비 부담을 줄인 덕이죠.”

오픈마켓의 물류센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형마트하고만 거래할 때는 100km 이상 떨어진 물류센터에 직접 가져 오면서 물류비용 부담이 컸습니다. 지금은 산지직송 방식으로 거래하면서 물류 프로세스가 절반으로 단축됐습니다. 송장·검품·포장 등을 출하지 인근에서 처리하면서 시간을 대폭 줄이게 됐죠.”

◇소비자 피드백 반영해 새 아이디어 구상

전국 각지로 보낼 새우 등을 포장하는 모습. /서남진 대표 제공

서 대표 최고의 낙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하나 하나 보는 것이다. “’알이 어찌나 실한 지 저울이 고장 날 정도’, ‘얼음도 거의 녹지 않고 아주 싱싱했어요’ 같은 소비자 후기를 보며 힘을 얻어요. 쓴소리는 품질 개선의 디딤돌로 활용하죠. 보다 신선한 제품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입니다. 고물가 시대에 생활비 절감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늘어난 자금 여력을 활용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인천에 짓고 있는 400평 규모 신공장이 연말에 완공되면, 수산물로 다양한 신선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냉동 보관한 낙지, 주꾸미, 갑오징어 등을 볶음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생각입니다. 쿠팡 등 온라인 채널 담당자들과 상의하면서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자숙 새우나 깐 새우 등을 납품해 보자는 제안도 적잖게 들었어요.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즉각 날아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곳이 온라인 마켓인 것 같습니다.”

온라인에서 새우와 낙지를 더 많이 파는 것이 꿈이다. 5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한 우물에 안주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우가 아무리 싱싱해도 한 가지 유통 채널에 안주하면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온라인에선 매대의 한계가 없어요. 좋은 상품을 제시하면 무한정 팔리는 무대가 온라인이에요. 자체 브랜드와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서 사업을 꾸준히 키울 계획입니다. 만약 온라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이런 꿈은 꾸지 못했을 겁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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