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운동선수와 함께 만든 제품의 신기한 정체

더 비비드 2024. 7. 12. 09:26

혹한 등 극한 야외 환경에서 피부 보호하는 화장품
극한 환경 자주 노출되는 운동선수와 함께 개발
100만개 판매 돌파, 11개국 수출

이미 성숙한 시장에 신규 창업자가 뛰어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고, 제대로 꽃 피우기도 전에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레드오션(포화)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스타트업의 성공 조건은 무엇일까. ‘화장품계 노스페이스’를 꿈꾸는 ‘스포메틱스’의 정봉규 대표를 만났다.

◇미국 화장품 유통하다 한류 보고 창업 결심

출처: 스포메틱스

정봉규 대표

회사명 ‘스포메틱스’는 스포츠와 코스메틱을 합한 말이다. 레포츠 등 야외 활동을 할 때 피부가 갈라질 정도로 춥고 건조하거나, 땀이 비오듯 흐를 만큼 덥고 습한 날씨에 쓰기 좋은 고기능성 화장품을 만든다. 제품 개발 단계에 스포츠 선수들을 참여시킨다. 극한의 환경까지 고려한 제품이라 평소에 써도 좋다. 온라인몰(https://bit.ly/34qBShY)에서 인기를 끌면서 총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정봉규 대표는 14년 경력의 유통맨이다. 미국계 화장품 유통업체를 다니면서, 미국 화장품을 아시아 국가들에 유통하는 일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화장품 한류’를 느꼈다. “각 나라마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계속 올라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국 화장품을 유통할 게 아니라 한국 화장품을 만들어 승부해 보자고 결심했습니다.”

-화장품 업체가 이미 너무 많지 않나요.

“양궁, 쇼트트랙, 태권도는 한국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세계무대에서 통하잖아요? 화장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장품 한류가 거세지고 있어서, 한국에서 인정받은 화장품은 세계에서 통하죠. 일단 국내에서 통하는 화장품만 만들 수 있으면 글로벌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시킬 수 있습니다. 그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출처: 스포메틱스

정봉규 대표

코파운더로 화장품 제조 전문가가 합류했다. 화장품 OEM(주문자 위탁 생산) 업체에서 연구원으로 10년 이상 일하고, 창업 경험도 있었다. “저는 화장품 브랜딩과 유통에 대한 경험이 있고, 파트너는 제조 경험이 있어요. 두 사람이 함께하면 꼭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개발 과정에 운동 선수 참여

수많은 화장품 업체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개성이 필요하다. 브랜드 콘셉트를 ‘바깥 활동 중 지치고 예민해지기 쉬운 피부를 위한 단계별 스킨케어 솔루션’으로 정했다. “화장품 업계 ‘노스페이스’를 지향합니다. 노스페이스는 히말라야에서도 입을 수 있는 고기능성 산악 의류로 시작해 평상복으로 외연을 넓혔는데요. 저희도 극한 환경에서 유용한 화장품으로 시작해, 일상 영역까지 커버하는 걸 목표로 삼기로 했습니다.”

이 콘셉트로 2018년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사업 내용과 제품 전략을 홍보했더니, 회사의 가치를 알아봐 준 소액주주가 48명 생겼다. “2억4700여만원의 투자금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출처: 스포메틱스

외국 바이어와 함께 한 정봉규 대표

이후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가혹한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스포츠 선수들을 접촉해 제품 개발 과정에 자문을 받았다. 기존 화장품의 아쉬운 점과 필요한 기능 등을 물어 개발 과정에 반영했다.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철인3종 챔피언 오영환 선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선수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눈 아래로 바르는데요. 땀이 흘러내려 자외선 차단제가 눈에 들어갈까 걱정스러워서에요. 자문을 받아 흘러내리지 않는 차단체를 개발했습니다.”

◇코코넛 함유 제품 등 100만개 판매 돌파

출처: 스포메틱스

코코넛 클렌징밤과 보습크림

이후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 대표 제품은 ‘코코넛 보습 크림’이다. 2016년 12월 론칭 이후 홈쇼핑 매진 등을 통해 50만개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매우 추워지면 로션에 오일을 섞어 쓰는 분들을 보고 힌트를 얻었습니다. 보습 크림에 20% 함량으로 코코넛 오일을 넣었죠. 영하 10~30도 날씨에 연습하는 스키선수도 촉촉하게 쓸 수 있을 정도의 보습력을 갖고 있습니다.”

‘코코넛 클렌징밤’은 회사 성장의 2라운드를 이끌고 있다. 기름 때가 껴서 몇 번이나 씻어야 하는 자외선 차단제도 한 번에 벗겨내는 제품이다. “베이스 메이크업과 모공 부위 노폐물까지 깨끗하게 씻어냅니다. 코코넛 오일이 함유돼 보습 효과도 있죠.” 한국피부과학연구원에서 세정효과와 보습력, 저자극 케어 임상시험을 받았다. 온라인몰(https://bit.ly/34qBShY)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선 1403%의 목표 달성률을 기록했다. 목표 수량의 14배를 판매한 것이다.

출처: 스포메틱스

박찬호 선수가 하는 캠프61과 함께 한 정봉규 대표

운동 선수들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프로야구단 KT위즈 선수들이 선쿠션을 쓰는 등, 공식적으로 10여개 종목, 100여명 선수가 스포메틱스 제품을 쓰고 있다. 스포츠계와 교류도 활발하다. 동계아시안게임 알파인스키 금메달리스트인 김선주 선수를 공식 후원하고 있으며, 박찬호 선수가 하는 유소년 야구캠프 ‘캠프61’ 후원도 한다.

제품 전체 판매량은 최근 100만개를 넘어섰다. “제품 기획 등 개발 과정을 소비자들과 적극 공유하려고 노력합니다. 회사를 좋아해주시는 서포터가 200명 넘게 계세요. 든든합니다.”

고대하던 수출에도 성공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11개국에 스포메틱스 제품이 나가고 있다.

◇ ‘목표는 높게, 실행 계획은 보수적으로’

출처: 스포메틱스

정봉규 대표

늘 잘해온 것은 아니다. 야심차게 출시한 색조 화장품은 실패했다. 이미 잘 팔리는 다른 제품을 그대로 따라한 게 패인이었다. 이후 한동안 자금 압박이 생기면서 다른 신제품 개발까지 차질을 빚었다.

“그래도 꾸준히 제품을 써주시는 고객들 덕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남성 전용 화장품을 준비 중이구요. 물과 땀에 강한 색조 화장품도 재도전할 계획입니다. 전문성을 무기로 언젠가 꼭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포츠 화장품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출처: 스포메틱스

회사 소개를 하는 정봉규 대표

정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두 가지를 제언했다. 첫 번째는 목표는 높게 잡되, 구체적인 계획은 보수적으로 짜라는 것이다. “사업에선 수요 예측이 중요한데, 그저 ‘잘 팔릴 것’이라고 기대하며 기획, 생산, 마케팅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A 외에 B, C, D의 백업 플랜을 꼭 만듭니다. 펀딩이 안 되면 홈쇼핑으로, 홈쇼핑도 안 되면 온라인으로, 온라인도 안 되면 공동구매시장으로. 이런 전략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업은 굉장히 많은 시도를 필요로 해요.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이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래서 언제든 실패할 수 있어요. 다만 그걸 품을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도 전부 성공시키지는 못해요. 중소기업과 차이라면 버틸 힘이 있죠.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면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면 성공이 가까워 올 겁니다.”

/백승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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