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단계 정수기 필터 적용한 이물질 제거 샤워 필터
40년 알칼리이온수기 가업 승계
특허 2개 취득, 미국 nsf 국내 최초 인증
아버지 기업을 물려받는 건 여러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일인데, 정작 본인은 손사레 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치열하게 노력해도, 현상 유지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결국 자식들이 물려받기를 거부해 가업승계에 실패하는 사례가 여럿 나온다. 스스로 새 제품 개발을 주도해 가업을 성공적으로 잇고 있는 이오니아의 권록희(36) 대표를 만났다.
◇정수기를 구겨 넣은 샤워기 헤드
권록희 대표의 주력 제품은 샤워기 필터 '퓨리풀'이다. 샤워 호스에 달아 쓰면 된다. 항균 세디먼트, 멤브레인 등 7단계 필터를 통해 녹물, 세균,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불순물, 염소 등을 제거한다. 최근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유충도 제거된다.
권록희 이오니아 대표
정수기와 원리가 같아서, 보통의 정수기를 통해 나오는 물과 성분이 같다. 정수기를 샤워기 헤드에 집어넣은 셈으로, 마셔도 되는 것이다. 미국위생협회(NSF, 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에서 국내 최초로 완제품 인증을 받았고, 기술 특허와 디자인특허를 취득했다.
정수기와 같은 기능 때문에 시중 판매 중인 샤워기 필터 중 최고가에 해당하지만, 유충 사태 이후 안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꿈 키우다 가업 승계
이오니아는 40년 된 정수기 필터와 알칼리이온수기 제조 회사다. 권록희 대표의 아버지인 권순선 회장이 창업했다. 원래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에서도 관련 전공을 했죠.” 하지만 힘이 부친다는 아버지 제안에 2008년 회사에 합류했다.
퓨리풀 샤워기 헤드(왼쪽)와 손잡이 부분 필터 및 헤드 부분 필터
임원은 물론 과장 등 중관 관리자 보직도 받지 않았다.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잡무 처리부터 배웠다. “알칼리이온수기 같은 제품을 전혀 몰랐으니까요. 밑에서부터 시작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생산 현장을 돌면서 제조 공정을 배우고 제품 분석도 했습니다.” 이후 회계팀과 영업팀을 거치며 회사 업무 전반을 파악한 뒤 대표에 올랐다.
◇말단으로 입사해 제품 개발
대표에 올라 가장 먼저 한 일이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알칼리 이온수기 기술을 응용해 샤워기를 개발해 보기로 했다. “샤워나 양치하면서 먹게 되거나 흡수하는 물의 양이 꽤 됩니다. 샤워할 때 몸으로 흡수되는 물의 양이 평소 마시는 물의 10배에 달하죠. 그래서 먹는 물 이상으로 씻는 물이 중요한데, 씻는 물을 먹는 물처럼 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피부와 몸에 안전한 물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오니아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왼쪽)과 공장에서 퓨리풀을 만드는 모습
정수기 필터 크기를 줄여서 샤워기 헤드 안에 넣는 일이 필요했다. “7단계 필터를 모두 거쳐야 먹어도 안전한 물이 됩니다. 어느 단계 하나 뺄 수 없었습니다. 큰 정수기를 샤워기 헤드 안에 구겨 넣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쉽지 않았다. 결국 연구개발에 1년이 걸렸다. “소재와 구조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7가지 필터를 줄줄이 배치하지 않고, 샤워기의 손잡이 부분과 헤드 부분에 7개를 나눠서 넣으니 정렬이 가능하더라고요.” 손잡이 부분에는 항균 세디먼트 필터를 적용했다. 1차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도다. 헤드 부분에 나머지 필터를 달아 더 작은 세균 입자와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게 했다. 물이 손잡이 부분을 거쳐 헤드를 통해 나오는 동안 7가지 필터를 거치며 불순물이 제거되는 것이다. 각 필터는 자체 유해물질 발생을 막기 위해 접착제를 쓰지 않고 열로 압축해 연결했다. 환경수도연구원에서 잔류염소 100% 제거 등 인증을 받았다.
샤워기 물이 100% 필터를 거쳐서 헤드를 통해 나오는 것도 이오니아만의 기술이다. 다른 필터 샤워기는 필터를 거치지 못한 채 나오는 물이 많은데, 이오니아는 샤워기 헤드 내에 따로 물길을 내서 물이 100% 필터를 거치도록 했다. 유충 등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돗물 유충 사태로 성장 탄력
퓨리풀 샤워기 헤드(왼쪽)와 구조도
제품 출시를 앞두고 라인업 구성과 디자인에 집중했다.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 주택 유형에 따라 평균 수압이 다릅니다. 회사 모든 직원은 물론 파트너사 직원까지 동원해 500명 이상에게서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아파트 고층, 오래된 아파트, 주택 밀집 지역은 평균 수압이 낮고, 단독주택, 아파트 저층은 피부가 따가울 정도의 고수압이 많더군요. 그 결과 값에 따라 인체에 가장 맞는 수준의 물줄기가 나올 수 있도록 일반용, 저수압용, 고수압용으로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했습니다. 우리집 화장실 수압에 맞춰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거죠.”
디자인은 이중으로 고급화했다. 검정이나 흰색 등 단색을 쓰면서, 일부 투명한 소재를 써서 필터 교체 시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소재는 방탄유리에 사용되는 비스프리 PC소재로 했다. 떨어트리는 등 고강도 충격도 잘 견딘다. 지난 1월 온라인몰 등에 첫출시했다. 맘카페와 SNS 등에 입소문이 나면서 5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수돗물 유충 사태가 터지면서 최근 매출은 더욱 크게 늘고 있다.
◇미국, 독일에서 인증
(왼쪽부터)NSF인증서, 독일더마테스트 인증서, KC위생안전 인증서
다음 스텝은 수출이다. 이미 미국위생협회(NSF, 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에서 샤워필터 시스템 테스트와 음용수 시스템 테스트 인증을 통과했다. 부품이 아닌 완제품으로선 국채 최초 인증이다. 독일 피부전문과학 연구소인 더마테스트에서도 최고등급인 엑설런트를 얻었다. 인증 획득 후 미국과 일본 기업에서 먼저 수출 제의가 왔다. “나라 별로 협의 단계에 있습니다. 곧 여러 나라에 수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수출을 계속 늘려 가야 합니다. 주력 상품인 알칼리 이온수기는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샤워기 필터도 많은 나라에 수출에 보다 많은 나라에 알려지고 싶습니다. 신제품도 계속 내놔야 합니다. 정수기 필터 기능을 주방과 세면대의 수도꼭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제품으로 전세계에 인정받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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