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휴대폰만 들고 지나가니 회사 문이 열렸습니다

더 비비드 2024. 7. 10. 09:58
모카시스템 김동현 대표 인터뷰

창업 기업은 한 번 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사원증은 직장인의 자부심이지만 족쇄이기도 하다. 깜빡 잊고 집에 두고 나오면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고, 사원증을 분실할 경우 회사 차원의 보안 문제가 되기도 한다. 관리자 입장에선 사원증 발급과 관리에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한다.

김동현 모카시스템 대표. /모카시스템

모바일 출입보안 솔루션 스타트업 모카시스템의 ‘에어팝’은 이 모든 번거로움을 한 번에 해결한다. 카드 대신 휴대폰에 사원증을 발급하니 분실 우려가 없고, 별도의 장비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관리자는 클라우드 기반의 ‘에어팝 포탈’로 직원의 근태관리와 출입통제를 할 수 있다. 김동현 모카시스템 대표를 만나 스마트 보안산업에 관해 들었다.

◇보잉부터 LG까지, 화려한 이력

해외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김 대표는 국내외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모카시스템

김동현 대표는 해외파 공학도이자 글로벌 기업 출신이다.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1996년 항공기 제조사 보잉에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2001년 보잉 근무 중 스탠퍼드대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석사를 취득한 2001년은 미국에서 닷컴붐이 한창이었다. 다양한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했다. “생소한 기술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벤처 생태계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보잉을 그만두고 무작정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심볼테크놀로지 등 여러 기업에서 일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김 대표의 온라인 사원증.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LG전자를 다니다, 2013년 가상현실(VR) 기기 전문 업체 오큘러스 한국 지사로 옮겼다. “당시엔 VR이 생소했어요. 남들보다 일찍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합류한 덕에, 한국 지사장까지 했습니다. 생소한 기술을 소비자가 익숙해질 때까지 대중화하는 과정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오큘러스가 페이스북에 인수된 후, 중국 VR  서비스 회사의 제안을 받아 그곳에서 2년 반 대표로 근무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2018년 귀국 후 LG전자의 광스토리지 제조 자회사인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HLDS)에서 신사업 고문을 했다. “신사업 고문을 하면서 회사 차원의 크고 작은 스타트업 투자를 했고, 그 과정에서 모카시스템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자문만 할 계획이었는데 영입 제안을 받아서 2020년 모카시스템의 대표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불편한 출입 보안 대체하는 모바일 시스템

RF 리더기용 에어팝 패치. /모카시스템

모카시스템은 출입보안 전문기업 '슈프리마'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기업이다. 슈프리마는 지문 인식 출입 통제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모카시스템은 모바일 카드 개발을 하다가 2019년 9월 본사에서 독립했다.

현재 기업들의 출입통제는 RF카드(사원증) 방식이 대부분이다. 사원증과 카드리더기 사이의 주파수를 활용하는 것이다.

모카시스템은 블루투스나 NFC(근거리무선통신)로 휴대폰 속 사원증과 ‘패치’를 연결하는 것이다. 휴대폰 속 사원증을 인식하는 패치는 기존에 있는 카드 리더기에 부착해서 쓰면 된다.

모바일 사원증, 에어팝 패치, 카드 리더기가 서로 연결되는 방식. /모카시스템

에어팝 솔루션의 장점

  1. 저비용: 관리자는 기존의 RF리더기에 패치를 부착하고 이용자는 모바일 사원증 앱을 다운받으면 되니 인프라 설치 비용, 공사비 등이 들지 않는다.
  2. 보안강화: RF카드는 다른 사람과 돌려쓰기가 가능하지만 모바일 카드는 본인인증 후 활성화할 수 있어서 돌려쓰기가 불가능하다. 회사 입장에는 보안 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행정안전부, 한국남동발전 등 보안에 민감한 공공기관에서도 에어팝 패치를 쓴다. 플랫폼전 구간에 ISO27001 인증 보안을 취득했다.
  3. 원격제어: 원격으로 모바일 카드의 사용 권한을 일시 중지하거나 회수할 수 있다. 또한, 카드 사용 기간까지 설정해 사용자별 사용 가능 시간을 분단위로 제어할 수 있다. 손님 방문 시 원격에서 외부 방문자 등록이 가능하다.
  4. 전력효율: RF리더기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공급원으로 하는 ‘에너지하베스팅’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드라마 속 사원증을 건 주인공들 /Tvn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최대 관건은 스마트폰 기종 간의 인식 편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제조사가 다양해 거리 인식 값들의 편차가 심했습니다. 결국 시중의 기기를 모두 사들여 인식 테스트를 했습니다. 자체 블루투스 거리 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도 인식할 수 있게 했고요.의도하지 않는 장치에서 모바일 카드가 인식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보안업계의 오스카상 받아

디지털 도어락용 에어팝 패치. /모카시스템

-경쟁 서비스가 많지 않나요?

“사실 출입통제 분야는 신기술이 급격히 확산 되기가 어려운 산업군 입니다. 에어팝 패치는 기존의 리더기에 붙이기만 하면 되니 시장 구조를 깰 만한 파괴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을 융합하면 다른 서비스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고요.”

2020년 서비스 출시 후 미국의 보안산업협회(SIA)로부터 ‘2020 SIA 쇼케이스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보안업계의 오스카상으로 꼽히는 상이다. 지난 4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특허청, 한국발명진흥회와 공동 개최한 디데이(창업경진대회)에서 최종 6개사에 뽑혀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행정안전부 외에 카카오와 한 유명 공유 오피스 업체도 에어팝을 쓰고 있다. 패치 개수 기준 17만개 설치를 돌파했다. 올해 1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사원증도 잘 만들면 재미가 있을 수 있다

모카시스템 구성원들. /모카시스템

모바일 사원증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모바일 사원증에 게임 요소를 접목하고 싶어요. 회사에서의 성과나 수상 정보, 교육 이수 기록을 모바일 사원증에 반영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사원증 앱에서 직원들끼리 서로의 사원증에 ‘좋아요’를 누르고 설문조사를 통해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 등의 커뮤니티적 요소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바일 사원증으로 UX(사용자 경험)을 넘어서는WX(직장 내 경험)을 선사하려 합니다.”

B2B뿐 아니라 B2C영역으로 에어팝 솔루션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어팝만의 별도 리더기도 만들고 있어요. 이 리더기에는 '핸즈프리' 기능이 탑재돼 있어 주머니나 가방 속 스마트폰도 인식합니다. 자연스레 지나가는 순간 문이 열리는 거죠. 집이나 오피스텔 문에 부착하는 디지털 도어락용 패치도 개발하고 있어요. 도어락을 이용하는 모든 분들이 스마트폰으로 출입할 수 있겠죠. Access the future of the world(세상의 미래에 접근하자)는 저의 모토처럼, 이용자에게 최대의 편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