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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딱 한 달 걸렸습니다' 연매출 20억원 달성한 20대의 아이디어

푸드계의 디즈니를 꿈꾸며

MZ세대 개인주의 성향의 영향으로 ‘스몰 브랜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스몰 브랜드란 말 그대로 작은 브랜드, 회사를 말한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 제품은 아니지만, 뚜렷한 개성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특징이 있다.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 화장품 브랜드 3CE가 대표적이다.

이코니크는 식품계 스몰 브랜드로 새로 떠오르는 회사다.  맛있는 건강 간식을 추구한다. 업력 3년 차에 접어든 작은 회사이지만 2020년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센터 마루180에서 이코니크 창업자 박상준(29)·전무원(36) 공동대표를 만났다.

◇말로만 듣던 창업, 될 때까지 부딪혀보자

마루180에서 만난 이코니크의 박상준(29)·전무원(36) 공동대표. /더비비드

‘상징이 되는’ 이라는 뜻의 아이코닉(iconic)을 프랑스식으로 발음한 게 ‘이코니크’다. 이코니크에서 만든 브랜드가 각각 상징성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이코니크에서 처음 만든 간식 브랜드 ‘프로틴 방앗간’은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간식을 만든다. 하루단백바, 탄단지크래커, 삼분의일당 마카롱 등이 프로틴 방앗간에서 파는 대표 제품이다.

박 대표는 '냅키니'로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더비비드, 박상준 대표 제공

박상준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2012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단순히 코딩만 하는 게 아니라 과제를 직접 정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이후 연쇄 창업을 했다. 처음 지역 광고 시장에 주목했다. 2015년 창업한 냅키니는 식당이나 카페에 납품되는 냅킨, 컵홀더에 광고를 할 수 있도록 광고주를 모집하고 그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었다. 이 아이디어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어 요식업에 뛰어들어 스쿠터를 타고 직접 배달을 다녔다. 2년 간 백화점에서 헬시·뷰티푸드 편집샵을 운영하기도 했다. 비건(채식주의), 저칼로리 건강식품 등을 소개하는 매장이었다.

“소비자들이 더이상 ‘맛’만으로 식품을 선택하지 않더라고요.  비건식품의 경우 ‘채식주의’라는 가치관과 트렌드가 반영된 제품입니다. 히트를 치려면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게 중요한데요. 대기업은 평균 15억원을 들여, 빨라야 3개월 만에 신제품을 출시하더라고요. 보다 빠르게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하이네켄 재직 당시 전 대표(왼쪽), 전 대표와 크리에이터 이은형씨(오른쪽) /이코니크

박 대표와 전 대표를 이어준 사람은 ‘필라테스 크리에이터 이은형’씨였다.  2018년 식품 스타트업을 준비하던 박 대표가 제품을 홍보해줄 사람을 찾다 만난 게 이씨다. “크리에이터 은형씨랑 전 대표가 부부예요. 미팅 자리에서 전 대표가 무척 관심을 보이더군요.”

전 대표는 하이네켄 코리아의 영업팀과 마케팅팀에서 약 7년을 일했다. 전 대표도 MZ세대를 겨냥한 식품 회사 창업을 꿈꾸던 참이었다. 양조장에서 소량으로 생산하는 수제맥주들이 부쩍 인기를 끈다는 점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2019년 4월 이코니크를 만들었다. 초기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했다. 먼저 온라인 상 데이터를 분석해 MZ 세대의 소비 특성을 파악했다. “요즘 소비자는 온라인에 흔적을 남겨요. 이런 데이터를 모조리 분석했죠.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 각종 커뮤니티 채널을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 디저트 유형, 식품을 고를 때 고려하는 기준 등을 파악했습니다.”

첫 만남부터 대화가 잘 통했다는 이코니크의 두 대표. /더비비드

MZ세대의 초개인화 성향을 읽었다. “MZ세대는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라도 자기 맘에 들면 거침없이 지갑을 연다는 점을 알아냈죠.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를 넘어 ‘파편화’되고 있었어요. 빠르게 변화를 포착해 기민하게 반응하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MZ세대 사이에서 ‘단백질’ 수요가 늘어나는 걸 공략하기로 했다. 기존 단백질 제품은 프로틴 쉐이크나 시리얼 바 정도로 단순했다. “시리얼 바의 딱딱한 제형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시리얼 바에 초코 브라우니의 꾸덕촉촉한 식감을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만들게 된 제품이 ‘하루단백바’입니다.”

◇100만개 판매 돌파, 연매출 20억 달성

이코니크에서 개발한 저당 단밸질바 '하루단백바'. /이코니크

하루단백바는 2020년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기록하며, 연 매출 20억을 달성했다.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선뜻 손잡는 제조 공장을 찾기 어려웠다. 새로운 제품이라 기존 공장에서 해본 적 없는 작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루단백바는 밀가루를 반죽하듯 단백질 가루를 반죽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시리얼바나 초코바를 생산하는 것과 차이가 있죠. 할 수 없이 최소한의 설비만 갖춘 제조공장에서 첫 삽을 떴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게 돼, 더 도움이 됐어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단백질바. /이코니크
/더비비드

스몰 브랜드 시장은 '속도전'이 핵심이다. "대기업의 대량 생산 제품은 발주부터 물건이 나오는 데까지 최소 3개월은 잡아야 합니다. 샘플 요청만 해도 두 달이 걸리죠. 이코니크는 그 기간이 1개월이면 충분합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와 리뷰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핵심 단서가 되고 있다. “수시로 온라인 스토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요. 반응이 좋은 제품에 대해서만 큰 공장으로 바꿔 규모를 늘리고 있습니다. 하루단백바 공장은 지금 생산 중인 공장이 세 번째로 찾은 곳이에요.”

◇MZ세대를 위한 가치 있는 브랜드

MZ세대를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다는 이코니크의 두 대표. /더비비드

이코니크의 두 대표는 식품 시장의 세분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물 복지, 지속가능성 등 '가치'에 의한 소비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MZ세대로서 MZ세대를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어요."

밀가루 면을 대체할 두부면을 개발 중이다. ‘푸드 업계의 디즈니’가 되는 것이 목표다. “디즈니는 마블, 픽사 등 다양한 레이블사를 운영하면서도 각 카테고리만의 감성을 잘 담아냅니다. 앞으로 이코니크에서 론칭할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들에도 확실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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