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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0% 할인' 1700명 헤어 디자이너 줄세운 두 고대생의 아이디어

맞춤형 헤어 시술 예약 플랫폼 '드리머리' 대표 인터뷰

드리머리의 심건우(왼쪽), 이태훈(오른쪽) 공동대표. /더비비드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는 취향이 확고하다. 남이 한다고 따라하지 않고, 스스로 납득해야 소비한다. 기업들이 MZ세대 공략에 성공하려면 개인화, 나아가 초개인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와 지그재그는 데이터에 근거해 개인별로 다른 옷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로 성장했다.

스타트업 '드리머리'는 개인 맞춤형 헤어 디자이너 탐색 플랫폼을 운영한다. ‘꿈의 머리를 찾아준다’는 이름처럼 포트폴리오, 리뷰, 가격대를 기반으로 맞는 디자이너를 추천해준다. 모발 두께, 두피 특징, 탈색여부 등 개인별 정보를 기반으로 시술 전 상담을 한다. 결과물 촬영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할인가에 시술 받을 수 있는 ‘모델 시술’도 인기다. 개성과 실익, 일석이조를 노리는 또래 세대를 겨냥해 창업에 뛰어든 드리머리의 심건우, 이태훈 공동대표를 만났다.

◇고대 코딩 동아리에서 만난 환상의 콤비

두 사람은 고려대 3학년 재학 중 코딩 동아리에서 만났다. /드리머리

94년생 동갑내기다. 이태훈 대표는 고려대에서 중어중문학과 컴퓨터학을 공부했고 심건우 대표는 경영학과 통계학을 이중전공 했다. “2017년 3월 코딩 학회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코딩을 공부하면서 아이디어를 서비스로 구현하는 법을 연구했죠. 저희 둘은 공통점이 많아서 빨리 친해졌어요. 성장 배경도 키도 비슷하고, 둘 다 취업말고 창업에 관심 있었거든요.”

둘은 ‘환상의 콤비’였다. “창업 경진대회(해커톤)에 자주 참여했는데 나갈 때마다 성적이 좋았어요. 모교에서 열린 해커톤(한정된 기간 내에 쉼 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던 날 자신감이 솟구치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팀이니 창업도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한 학기를 함께 보내고 그 해 8월 창업 준비팀을 결성했어요. 바로 고려대 린 스타트업 챌린지(KU-LICS)에 도전장을 내밀었죠. 한 달 동안 창업 교육을 듣고 마지막에는 팀 간 우열을 가리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고려대 창업경진대회 수상 당시모습. /드리머리
고려대 데모데이 당시 모습. /드리머리

아이템 선정이 시급했다. 이 대표의 과거 경험이 뇌리를 스쳤다. “제가 활동하던 축구 동아리 선배가 예비(초보) 헤어 디자이너 친구를 데려온 적이 있어요. 연습대상이 필요하다면서 무료로 머리를 잘라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응했죠. 그때 만족스러워서 그 친구가 있는 미용실에서 계속 커트 시술을 받았어요. 지인들을 연습대상으로 소개해준 적도 있고요. ‘청담동 미용실에서 무료로 머리 자를래?’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수락했거든요.”

경험을 토대로 드리머리의 모태 격인 ‘예비 헤어 디자이너 무료 시술 플랫폼’을 구상했다. 이용자는 무료로 머리를 시술받고, 예비 디자이너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로 챌린지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상금 1000만원을 받아 플랫폼 제작에 들어갔다.

◇'모델 시술' 80% 할인 상품 개발

사업 초창기 구성원들과 함께한 모습. /드리머리

2018년 11년 베타 버전을 내놨다. “4개월 정도 운영해 보니 수요가 확실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019년 초 윤민창의투자재단에서 시드투자를 유치해 서비스 고도화에 들어갔습니다.”

헤어 디자이너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발로 뛰어다녔다. “대뜸 ’너희 미용실 바닥이라도 쓸어보고 이 일 하냐’는 말들을 하시더군요. 아차 싶어서 9개월 동안 미용실에서 일 했어요. 그때 예비 디자이너뿐 아니라 일반 디자이너도 헤어 모델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드리머리 앱 화면. /드리머리
드리머리를 통해 헤어 시술을 받은 이용자 리뷰와 앱 사용 후기. /드리머리

2019년 8월 드리머리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포트폴리오, 후기 등 조건을 필터에 넣으면 거기에 맞는 '예비' 디자이너를 추천받고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이용자 반응이 나타났다. “경력 헤어 디자이너들이 드리머리에서 모객 활동을 하더라고요. 30만원짜리 헤어 서비스를 10만원에 제공하면서요. 그러자 무료인 예비 디자이너 대신, 경력들에게만 소비자들이 몰리더라고요. 할 수 없이 경력 디자이너들에게 나가 달라고 했는데, 문득 소비자 반응의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알고 보니 드리머리의 주 고객층인 여성분들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경력이 확실한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더군요."

이용자 수요를 재빨리 파악해 경력 디자이너도 추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반예약 외에 ‘모델시술’ 서비스도 추가했다. “이용자가 사진촬영·공개에 동의하면 그 대가로 50~80% 할인 받는 기능입니다. 디자이너가 파마약 등 '약값' 정도만 받는다고 보면 됩니다. 기존에는 디자이너들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모델을 찾거나 모델 에이전시에 돈을 내고 연습 대상을 찾았는데요.  그 수요를 일반인 대상 플랫폼으로 가져온 겁니다. 20대 초반 여성 이용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워요."

◇뷰티 서비스 문화 바꾸는 기업 목표

드리머리 구성원들. /드리머리
두 공동 대표와 모델 시술 예시 /드리머리

2019년 서비스 시작 후 누적 예약 건수가 3만건을 돌파했다. 혁신성을 인정받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운영하는 ‘프론트원’ 입주에 성공했다. 2020년 10월 씨엔티테크로부터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베타 버전 시절 100여명에 불과했던 디자이너 수가 현재 1700명까지 늘었습니다. 지인 소개가 꼬리에 꼬리를 문 덕분입니다. ‘드리머리와 함께 성장하면 기분이 좋다’는 디자이너 후기를 보면 참 뿌듯해요."

올해 3월에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드리머리 앱의 평균 체류시간은 11분입니다. 타 커머스 플랫폼보다 2.5배 높은 수치로, 그만큼 저희 앱을 재미있게 이용한다는 뜻이죠. 어떤 이용자 분은 ‘이 서비스가 얼마나 좋은 지 증명하기 위해 삭발까지 할 수 있다’는 후기를 남겼어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잘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

드리머리가 입주한 프론트원 건물에서 촬영한 사진. /더비비드

두 대표는 창업 과정을 ‘거절당하는 경험의 누적’이라고 설명했다. “창업하기 전에는 크게 거절당한 적 없이 순탄한 인생을 살았어요. 하지만 스타트업에 뛰어든 후에는 매 순간이 거절의 연속이었죠. 사업 초반에는 하루에도 몇 십번 문전박대를 당했어요. 아예 저희를 보지도 않고 무시하는 분들이 수도 없었고요. 투자자들로부터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따져 묻는 듯한 질문을 받기 일쑤였죠. 고난의 행군을 거치는 기분이었어요. 다행히 어려움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모델 시술 서비스나 경력 디자이너의 유입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답이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계속 버티니 거절당하는 일은 줄고 관심 가져주는 이는 많아져서 요즘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뷰티 서비스 소비 방식을 바꾸는 게 목표다. “타사의 뷰티 예약 플랫폼은 ‘숍’ 중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숍 대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데 방점을 둡니다. 개인이 브랜드가 된 세상이니까요. 이렇게 쌓은 데이터로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 이미지 컨설팅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에요. 궁극적으로는 뷰티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할 때 돼서 받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혹은’ 더 멋지게 변하고 싶어서’ 받는 것으로 바꾸고 싶어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혁신하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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