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일푼 17살 마장동 일꾼, 10년 만에 매출 100억원 청년 갑부

더 비비드 2024. 7. 2. 14:41
월급 120만원으로 시작, 3000만원 모아 육류유통 창업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우이츠 최재환 대표는 정육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더비비드

한우이츠 최재환 대표(27)는 정육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20대에 큰 성공을 거둔 비결은 온라인 판매에 있다.  2021년 6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자, 연매출이 단숨에 5배로 뛰었다. 하루 10~20건이던 주문량은 작년 추석 당일 500건을 돌파했다. 다시 추석을 맞은 최 대표를 만나 온라인 식품 창업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연습은 생략, 실전이 곧 연습이었다

과거 최 대표는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했다. /tv조선 '야인시대' 1부 캡처
2017년 최 대표는 방송프로그램에 초보 정형사로 출연해 '10년 뒤에 가게를 차릴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tv조선 '야인시대' 1부 캡처

최 대표는 검정고시 출신이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란 단순한 궁금증을 입 밖으로 꺼냈더니 체벌로 돌아오더군요. 반항심이 커져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공부해서 남 주냐’란 어른들 말씀이 백번 옳지만 그땐 기술 배워 돈을 버는 것만이 답이라 여겼습니다. 16살에 중졸 검정고시, 17살에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곧장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2011년 또래 친구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마장동 신출내기가 됐다.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전기·가스 등 다른 기술직도 생각해봤지만 모두 학력을 보더군요. 마장축산물시장은 학력·나이·스펙과 관계없이 노력하는 만큼 일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월급으로 120만원을 받고 하루에 16~18시간씩 잔심부름, 배달, 진공포장 같은 일을 했습니다.”

언젠가 '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키우며 유통회사에서 영업직으로 경험을 쌓았다. 직접 냉통트럭을 몰며 고기를 납품하는 일을 했다. /최재환 대표 제공

칼 한번 잡기까지 4년이 걸렸다. 2등급 한우의 앞다리를 발골하는 작업부터 배웠다. “숙련자라면 2분이면 끝낼 일을 30분 동안 매달렸습니다. 칼을 어떤 각도로 쥐어야 하는지, 왼손은 어디를 짚고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장님 말에 아바타처럼 움직였습니다. 소 한 마리에 1000만원이 넘으니 연습은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칼을 잡는 매 순간이 실전이었고 그런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기술을 익혔습니다.”

‘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유통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2017년부터 1년 6개월 정도 소규모 유통회사에서 영업직으로 경험을 쌓았습니다. 좋은 품질의 고기를 구하려면 새벽 일찍 경매장에 가야 했고, 납품 시간이 지체돼 밤늦게 퇴근하는 일도 잦았죠. 그렇게 ‘고기의 하루’를 수백번 겪고 나니 ‘이제 창업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세운 전략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치며 주거래처인 식당이 연이어 문을 닫자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최재환 대표 제공

2019년 축산물 유통사업체 ‘샾한우’를 차렸다. 수년간 일하며 모은 돈 3000만원에 신용대출 1000만원까지 더해 창업 자금을 마련했다. 소 한 마리가 평균 15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본금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충북 음성, 경기 안양, 경남 김해에 있는 축산물공판장에서 경매로 산 소를 서울 마장동으로 가져왔다. 새벽 5시부터 발골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했다. 오전 10시부터는 손질된 고기를 냉동 트럭에 싣고 거래처에 유통했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대구를 덮쳤습니다. 제 가게는 서울 마장동에 있지만, 거래처는 대부분 대구 식당들이었는데요. 거래 대금이 들어오지 않는 일이 속출했습니다. 4개월이 넘도록 코로나 유행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식당 위주였던 거래처를 정육점으로 넓히고 서울·경기권으로도 판매처를 뚫었습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발골·포장·유통을 모두 직접 할 수 있으니 온라인에서 소비자를 직접 만나면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소비자는 높은 품질의 고기를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저는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주문 창을 일시 폐쇄해야 했던 이유

상세페이지를 구성할 때는 어떤 부위로 구성했는지 총 몇 g인지, 어떻게 포장하는지를 최상단에 배치했다. /더비비드

2021년 6월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했다. “충성고객이 많아 매출이 가장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골랐습니다.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품질이 좋고 상품 경쟁력이 있다면 검색 상위에 노출되기도 쉽죠.”

온라인 브랜드를 따로 만들었다. 이름은 ‘한우이츠’. 첫인상은 상세페이지에서 결정된다고 판단했다. “타사의 상세페이지를 보니 회사·브랜드 소개, 판매자 소개를 최상단에 배치한 경우가 많더군요. 저는 그 공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일 궁금한 건 ‘어떤 제품인지’일 테니까요. 어떤 부위로 구성했는지 총 몇 g인지, 어떻게 포장하는지를 중심으로 상세페이지를 구성했습니다.”

추석을 3개월 앞둔 시점이었기에 ‘선물 세트’에 집중했다. /최재환 대표 제공
유통 마진을 줄이면 백화점에서 파는 것보다 7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최재환 대표 제공

처음부터 ‘선물 세트’에 집중했다. “첫 입점 당시가 추석을 3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는데요.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통 마진을 줄이면 백화점에서 파는 것보다 7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했습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하루 평균 10~20건이던 주문량이 추석을 앞두고 100건으로 뛰었고 추석 주간엔 하루 500건을 넘어섰다. “깜짝 놀라서 주문 창을 닫았습니다. 욕심을 부리다 배송 실수라도 하는 날엔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박히니까요. 이미 들어온 주문을 실수 없이 처리하는 데 집중하며 첫 대목을 보냈습니다. 추석 3개월 전에 입점했는데도 추석 시즌에 곧바로 성과가 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공부는 끝이 없다

2021년 추석 대목 성과를 등에 업고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2022년엔 150억원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더비비드

2021년 추석 대목 성과를 등에 업고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롯데몰, 11번가, 인터파크 등 온라인 판매처를 넓혔다. “여전히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쿠팡에서 나옵니다. 단순 명료한 판매 메뉴 구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올해 1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이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한우는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재고를 쌓아놓고 판매할 수 없습니다. 평소에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이 확보돼야 대목이 왔을 때 폭발적인 주문량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제품명에 어떤 키워드를 넣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최재환 대표 제공

‘공부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쿠팡 마켓플레이스는 키워드 설정만 잘해도 상품을 상위에 노출할 수 있어요. 같은 제품이라도 제품명에 어떤 키워드를 넣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져요. 포털 사이트 키워드 분석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신 이슈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가령 물가가 높아지는 요즘엔 ‘프리미엄’보다는 ‘알뜰’이란 키워드가 소비자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죠.”

한때는 어린 나이가 콤플렉스였다. “20대의 앳된 얼굴을 보곤 전문성이나 신뢰도가 떨어져 보인다며 고개를 젓는 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저라도 그럴 거예요. 큰돈이 왔다 갔다 하는 사업에서 너무 어린 나이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죠. 온라인 판매채널에선 얼굴을 보일 일이 없으니 업력으로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만 있다면 온라인 시장을 노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