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전전하던 지방대 중퇴생, 국가연구원 직원으로 인생역전"

2025. 3. 10. 18:07기획·트렌드

U턴 입학생들의 도전 이야기

(왼쪽부터) 이호승 씨, 천지영 씨, 서종원 씨. 세 사람은 유턴입학 후 새로운 인생을 맞이했다. /이호승 씨, 천지영 씨, 서종원 씨 제공

일반대를 졸업 또는 중퇴하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대학으로 재입학하는 이른바 ‘U턴 입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 2022학년 1170명, 2023학년 1240명, 2024학년 1396명 등으로 증가세다.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이다. 이론으로만 배웠던 전공을 실무 위주로 익히거나, 아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이들도 있다. 유턴입학, 그 후 취업까지 직진해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 이들을 만났다.

◇취업 발목 잡던 자격증 정복, 취업도 골인

폴리텍대학의 남인천캠퍼스에 있는 항공기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호승 씨. /이호승 씨 제공

가톨릭관동대를 졸업한 이호승(27) 씨는 원래 건축을 전공했다. 첫 해외 여행길에서 진로가 바뀌었다. 이 씨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밖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고 손을 흔들어주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이후 항공기 정비학과로 전과해 졸업했지만 취업은 녹록지 않았다. 졸업할 때까지도 취득하지 못한 항공정비사 자격증이 발목을 잡았다.

​전문 교육을 받기 위해 2024년 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항공MRO과에 입학했다. 남인천캠퍼스는 항공기 정비 실습을 위해 C-172(세스나) 등 실제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항공기 매뉴얼을 직접 읽고 해석하거나 다양한 부품을 장·탈착했다. 이를 통해 이 씨는 항공정비사 면허와 항공산업기사 자격증을 땄다. 항공기 설계 수업을 들으며 다쏘 시스템의 카티아 자격증도 취득했다. 현재 이 씨는 에어로케이 항공 정비본부 정비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 씨는 “몸도 마음도 지친 취준생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며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르바이트 전문가, 기술 배워 로봇 전문가로 변신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에서 근무하는 모습. /천지영 씨 제공

천지영(25) 씨는 거제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지만 고민 끝에 중퇴했다. 이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음식점 서빙부터 전단지 배포, 조선소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천 씨는 “단순 반복 업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정 자동화로 생각이 뻗쳤다”며 “로봇을 제대로 배워볼 순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 입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천 씨는 개발자로 진로를 정했다. 협동로봇 등 로봇캠퍼스 내에서 최대한 많은 로봇을 다뤄보고 AI(인공지능), ROS(로봇 개발 플랫폼)에 대한 공부도 놓치지 않았다. 그 노력의 결과로 2025년 1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 입사했다. 천 씨는 “생체 신호와 로봇을 결합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년 은퇴 후 찾은 새로운 꿈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는 모습. /서종원 씨 제공

서종원(58) 씨는 아주대 전자공학과 85학번이다. 철도 회사에 25년, 배터리 회사에 5년, 도합 30년의 청춘을 바치며 일했다. 2022년 6월 정년 은퇴했지만 여전히 힘이 넘쳤다. 서 씨는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고 싶었는데 나이가 늘 문제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테랑 경력의 중장년층이 취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서 씨는 다름 아닌 ‘학교’에서 새로운 기회의 씨앗을 찾았다. 2023년 8월 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에 신중년특화과정 전기내선공사실무 직종으로 입학했다. 단순 암기가 아닌 원리 이해에 집중하며 학습을 이어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단기간에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서 씨는 “수료 후에도 전기산업기사, 전기기사까지 차례로 합격했다”고 자랑했다. 2024년 7월 전기시공사에 안전관리책임자로 입사했다.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학업의 끈은 놓지 않았다. 전기기능장 필기 시험을 합격하고 실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서 씨는 후배들에게 “나이가 많아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