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렌드

전세계 내시경 90%는 일제, 기술로 침투하겠다는 한국 스타트업

더 비비드 2025. 1. 6. 10:48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의 미래

 

2024 서울테크밋업 연말 네트워킹 행사에서 진지하게 발표를 듣고 있는 참가자. /더비비드

19일 서울 강남구의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서 ‘2024 서울테크밋업 연말 네트워킹 행사’가 열렸다. 2023년 6월 발족한 서울테크밋업은 딥테크 기업이 가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고, 정책 수립 등에서 영향력을 낼 수 있도록 모인 협의체다.

이날 행사는 글로벌 딥테크 산학연 거버넌스로서의 협의체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테크밋업 회원사와 R&D 기업, 산업계·학계·연구계 관계자 등 80여 명이 모여 국내 딥테크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산·학·연 협력 전략을 논의하고, 협의체 기업 간 기술 협력 모델을 위한 네트워크 시간을 가졌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 /더비비드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는 “작년에 비해 대부분의 업종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딥테크 분야는 2023년 상반기 대비 2024년 상반기의 투자 금액이 80% 이상 증가했다”며 “딥테크 스타트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테크밋업 기업들이 서울을 넘어 글로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쌍둥이처럼 똑같은 가상 현실이 필요한 이유

서울테크밋업 위원장인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가 2024년 추진 성과와 2025년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더비비드

서울테크밋업 위원장인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가 2024년 추진 성과와 2025년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10여 개 기업으로 출발했던 서울테크밋업 협의체가 어느덧 140여개 기업이 모였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2025년 서울테크밋업의 비전을 ‘글로벌 딥테크 산학연 거버넌스’로 설정했다”며 “산학연 공동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비롯해 분과 특성화 사업, IR 경진대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이끌고 있는 모빌테크는 자율 주행, 스마트 시티 등에 상용화할 수 있는 라이다와 맵핑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발사하고 그 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받아 거리를 측정함으로써 주변의 모습을 그려내는 장치를 말한다. 모빌테크는 센서 융합 기술을 기반으로 항공·지상 등 다양한 센서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융합·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가 '화이팅'을 외치며 활짝 웃고 있다. /더비비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감형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서비스를 구현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세계의 공간·물체·데이터를 디지털 환경에서 정확하게 복제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이 있으면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아도 도로 변형을 연구할 수 있고, 생산을 멈추지 않아도 공장의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2023년부터 서울테크밋업 협의체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기술 교류와 새로운 협력 기회 발굴에 힘썼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서울테크밋업의 중동 진출 전략 세미나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공공기관 등 해외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SBA와 함께 성장할 좋은 기업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산업계 성공사례, 메디인테크 이치원 대표

산업계의 대표로 메디인테크 이치원 대표가 발표했다. /더비비드

다음으로 산학연 협력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산업계의 대표로 메디인테크 이치원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메디인테크는 2015년 정부출연연구소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시작된 내시경 국산화 과제의 성과를 기반으로,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전 세계 내시경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 일본계 기업에 맞서 전동화 내시경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기계식 작동 방식은 시술 시간이 길어져 의사에게 피로감을 줄 뿐만 아니라 30%에 달하는 오진율의 원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메디인테크의 전동화 내시경은 조작부의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의사가 검진과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오진율은 5%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 조정이나 안전 기능, 고해상도 시각화를 도와주는 AI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의료진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디인테크 이치원 대표. /더비비드

메디인테크는 산학연뿐만 아니라 ‘병’(병원)과의 협력도 필수다. 이 대표는 “소화기내시경학회, 위·대장 내시경학회 등 전국에 안 다닌 학회가 없다”며 “의료진들을 만나면 ‘언제까지고 일본 장비에 의존할 순 없다’며 애국심에 호소했다”고 말했다.

메디인테크의 전동화 내시경은 현재 2세대까지 개발돼 있다. 2024년 1월 2세대 기기의 2등급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를 창업 이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현재 메디인테크의 전동화 내시경은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올림푸스사의 내시경과 동등성 입증을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양산이다. 이 대표는 “양산을 어떻게 할지, 제품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팔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서울테크밋업 협의체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며 다양한 기업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내시경 이후 수술 로봇이나 원격 진단 플랫폼 개발도 계획하고 있으니 관련 기업 관계자분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산학연 네트워킹의 현장

서강대 이규태 교수는 '초격차'를 키워드로 발표를 준비했다. /더비비드

학계를 대표해 서강대 이규태 교수가 다음 발표자로 나섰다. 우리나라가 딥테크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인재’와 ‘기술’뿐”이라며 “딥테크 생태계를 이끌기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기관 투자자 그리고 대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테크밋업 협의체를 통해 서강대 산학협력단의 역량도 강화할 수 있었다”며 산학연의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했다.

이어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 주요 연구 기관의 담당자가 연사로 나섰다. 국제 공인인증을 획득하는 과정, 스마트 기술 육성과 R&D 사업 공유,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과제를 수주하는 법 등 실질적인 정보를 다뤘다. 참석자 중에는 중요한 내용을 잊지 않으려 발표 자료를 사진으로 찍는 이들도 있었다.

자율 네트워킹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는 참가자들의 모습. /더비비드

오후 3시부터는 ‘딥테크 크로스오버’가 진행됐다. 17개 회원사가 각 5분씩 무대에 올라 사업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분야는 AI, 바이오, 모빌리티 등으로 다양했다. 모든 발표자들은 저마다 협력하고 싶은 기업·기관을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모든 발표가 끝나자 자율 네트워킹 시간이 이어졌다. 서울테크밋업 위원장인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의 건배사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앞선 발표에서 눈여겨봤던 기업이나 기관의 담당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대화가 이어졌다. 아예 구석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펼친 채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저마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밝히며 협력을 약속했다.

/이영지 에디터

※이 콘텐츠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공동으로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