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받는 부동산 시장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적색등이 켜졌다. 대형 반도체 단지와 인접해 주거 수요가 몰리던 경기도 남부권에서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일부 신축 아파트에서는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분양가를 넘기는 마이너스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는 실정이다.
◇’반도체 호재’에 공급 몰리더니 결국
지난 12일 평택시 장안동에서 분양한 ‘평택브레인시티 한신더휴’는 887가구 모집에 447건이 접수되는 데 그쳤다. 상반기 분양한 ‘평택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1070가구), ‘지제역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1158가구)도 모두 미달이었다. 이천에서도 이달 공급한 ‘신안인스빌 퍼스티지’를 포함해 올해 분양한 아파트 중 미달이 아닌 곳을 찾기 어렵다.
일부 경기 남부 아파트의 저조한 분양 실적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평택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2847가구로 361가구였던 1월보다 7.9배 증가했다. 동기간 이천시 미분양은 154가구에서 1585가구로 10배 이상 늘었다. 739가구를 기록한 안성시까지 포함하면 세 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5171가구로 경기도 전체 미분양(9521가구)의 54%를 차지한다.
저조한 수요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평택은 2.4%, 이천은 3.1%, 안성은 3.1%씩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이 0.5%가량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평택과 이천, 안성은 모두 반도체가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정부도 이 지역들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육성하기로 하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고, 이는 과잉 공급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공장 증설을 중단하는 등 반도체 관련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청약 수요가 줄고, 기존 아파트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분양가보다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속출
일부 지역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급매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 광명동 ‘트리우스 광명’은 현재 분양가보다 1000만~5000만원가량 싼 매물이 등장했다. 지난해 전용면적 84㎡ 중간 층 분양가가 11억1910만원이었는데, 현재 10억6910만원부터 매물이 있다.
인천 지역의 입주가 임박한 단지에서도 분양가보다 3000만~7000만원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 연수구의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 4차’ 전용 84㎡는 분양가(8억6000만원)보다 7000만원가량 낮은 매물이 나왔고, ‘송도자이더스타’ 역시 1000만~3000만원가량 마피가 붙었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분양가보다 싼 급매물을 찾을 수 있다. 내년 11월 입주 예정인 강북구 ‘한화포레나 미아’는 전용 80㎡가 분양가(10억8000만원)보다 최고 7000만원가량 낮은 매물이 나왔다.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79건으로 두 달 연속 줄어들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9월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 매수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계약자가 주택 처분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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