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균 매출상승률 370%” 1년 사이 몰라보게 큰 한국형 소셜벤처

더 비비드 2024. 6. 21. 11:28
혹한기 비껴간 스타트업의 비결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LG소셜펠로우 13기 성과공유회 단체 사진. /더비비드

지난 6일 서울 성수동 메리히어(merryhere)에서 LG소셜펠로우 13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LG소셜캠퍼스(LG전자·LG화학 운영)는 13년째 기후환경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프로그램 LG소셜펠로우를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다방면으로 돕는 프로그램이다.

성과공유회는 총 8개의 참가 기업이 LG소셜펠로우 참가 소회와 성과를 밝히는 자리다. 친환경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한 후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간 소셜벤처 기업들의 한 해를 돌아봤다.

◇친환경 소셜벤처 1년 돌아 보니

영상으로 환영사를 건네고 있는 박재환 운영위원장. /사단법인 피피엘

LG소셜캠퍼스 운영위원회의 환영사로 행사가 시작됐다. 박재환 운영위원장은 “LG전자와 LG화학이 기후환경분야에서 뜻깊은 역할을 하면서 스케일업을 이룰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며 “소셜캠퍼스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내년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종현 운영위원과 박수진 운영위원도 인사를 건넸다. 아프리카 출장 때문에 영상으로 인사를 한 이 운영위원은 “기후 재난과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희망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LG화학과 LG전자 CSR 담당자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LG화학의 이영준 책임은 “한 번 소셜펠로우가 되면 평생을 간다”며 “성과공유회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고 생각하고, 펠로우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활동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경청하고 있는 참가 기업들. /사단법인 피피엘

“항구적인 위기의 시대에 매력을 발산해주세요.”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 및 임팩트 투자 기관인 엠와이소셜컴퍼니(이하 MYSC)의 김정태 대표는 2022년과 2023년의 올해의 단어 두 가지를 융합해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현재는 진실이 위기에 처한 시대”라며 “무엇이 진실인지 불확실한 가운데 양극화와 기후위기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분이 뾰족하게 파고 들어가고 있는 길들이 빛날 것”이라고 독려했다.

◇환경 분야 ‘뾰족한 길’ 택한 8개 기업의 올해 성과

(왼쪽부터) 그린컨티뉴의 전인호 대표, 리플라의 서동은 대표. /사단법인 피피엘

이날의 주요 행사는 8개 기업의 성과 발표회였다. 그린컨티뉴는 농업 부산물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해 식물성 가죽을 만든다. 제주도를 포함한 국내 40개 농장과 협업 중이다. 그린컨티뉴의 가죽은 가격 경쟁력이 좋은 편이다. 소가죽보다 2배 정도 저렴하고 해외 비건가죽보다는 최대 3배 저렴하다.

이런 이점 덕분에 단기간에 많은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계열사인 LX하우시스와 차량용 시트를 개발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그린컨티뉴의 가죽으로 다양한 소품등을 만들고 있다. 친환경 성과도 냈다.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소셜벤처 인증을 취득했다. 올해 6톤의 부산물을 수거하면서 탄소저감에 기여하였으며, 미국 농무부 USDA인증을 통해 환경적인 성과를 이뤄나가고 있다.

스타트업 리플라는 미생물들이 편식하는 특성을 플라스틱 재활용에 활용했다. 미생물이 들어있는 탱크에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넣으면 폴리프로필렌(PP)를 제외한 재질은 분해되어 순도 높은 플리프로필렌(PP)만 추출할 수 있다. 미생물이 먹은 플라스틱재질들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자연 분해돼 없어진다.
리플라는 기술 상용화를 앞두고 플라스틱 분해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올해 분해 효율 향상에 성공해 공정 시간을 대폭 줄였다. 관련해서 신규 특허도 9건 등록했다. 창업 후 처음으로 매출도 발생시켰다.

(왼쪽부터) 사라나지구의 서사라 대표, 숲속의작은친구들의 이용화 대표. /사단법인 피피엘

스타트업 사라나지구는 세제와 샴푸 용기의 90% 이상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세제를 리필하는 ‘지구자판기’를 개발했다. 자판기를 여러 기관에 렌탈하여 환경 행사와 교육을 진행했다. LG소셜펠로우 선정 후 IoT(사물인터넷) 모델 추가 개발을 완료했다.

사라나지구는 많은 성과를 냈다. 소셜벤처경연대회 대학생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고, 4곳의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4건 맺었다. 서울시 녹색위원으로 위촉돼 친환경 활동의 발판도 마련했다. 지금까지 지구자판기를 32회 렌탈 공급해, 1만여명이 리필을 했다. 이 과정에서 23년에만 200kg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했다. 출시를 앞둔 IoT 자판기는 구리시청소년재단, 상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등에 설치될 예정이다.

숲속의작은친구들은 생태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곤충의 멸종을 막기 위해 출발한 기업이다. 멸종위기 곤충 생육기기 ‘큐비인큐베이터’를 개발했다. 2015년 창업해 나무로 된 ‘곤충호텔’을 만들어 곤충 서식지가 파괴된 곳에 비치하는 일로 시작했다. 큐비인큐베이터 수출 사업, 곤충 생태교육 등으로 올해 11월 말 기준 7억3600만원의 매출을 냈다.

숲속의작은친구들은 제주테크노파크 멸종위기 곤충의 증식과 보호를 위해 MOU 등을 체결하고, 영남권역 투자유치 역량강화 지원사업에서 IR 우수상을 받았다. 생태 탐사를 통해 추가로 증식할 멸종위기 곤충의 종충을 확보한 덕에 내년부터 또다른 멸종위기 곤충을 증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써스테인어스의 채재훈 대표, 에코넥트의 조민형 대표. /사단법인 피피엘

스타트업 써스테인어스(Sustain us)는 폐식용유를 모아서 바이오 항공유 등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원순환 기업이다. 이를 위해 폐식용유 무인회수기 ‘ON리유’(온리유)를 개발했다. 이용자는 가정이나 식당에서 쓰고 남은 폐식용유를 페트병에 담은 후 무인회수기에 넣기만 하면 된다. 폐식용유를 투입한 이용자는 현금으로 환급가능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써스테인어스는 최근 서울시가 주최한 기후테크 창업챌린지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소셜벤처 경연대회 일반 부문에서 우수상과 후원사상(한국중부발전)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하였다. 아직 본격적으로 무인회수기를 납품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내년부터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치 대수를 늘려 나가는 게 목표다.

에코넥트는 ‘스테이션 제로’ 운영사다. 스테이션 제로는 기업 구매 및 개발 담당자가 자사의 제품에 적합한 친환경 소재의 제품을 개발하거나 소재를 공급받고자 할 때 활용하는 데이터 기반 친환경 소재 큐레이션 웹 사이트다.

에코넥트는 올 한해 비약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전년대비 친환경 소재 전환 비즈니스 매출이 3.6배 증가했고 삼성웰스토리, 유한킴벌리 등 탄탄한 국내 고객사와 북미 소재의 글로벌 고객사를 유치했다. 올 한해 소재 전환을 통해 총 68톤의 플라스틱 배출량과 131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했다.

(왼쪽부터) 이엠시티의 이봉호 대표, 티이의 김배균 대표. /더비비드

이엠시티는 기존 설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 원격 관제 서비스 ‘비디앱’을 운영하고 있다. 건물에 비디앱 서비스를 도입하면 소방 관리자가 스마트폰으로 소방 시설을 관제할 수 있다. 화재 감지 후 건물 전체에 경보가 울리기 약 30초 전에 관리자가 앱을 통해 먼저 경보가 동작한 위치에 대한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오경보일 경우 건물 전체에 경보가 울리기 전에 관리자가 원격으로 복구할 수 있다.

이엠시티는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설립 후 지금까지 580개 건물에 비디앱을 설치했다. GS건설의 자이, 롯데마트, CGV, 현대백화점 그룹 등 유명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비디앱을 도입한 한 영화관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된 사례도 있었다.

이엠시티는 올해 특허 1건 출원한데 이어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글로벌 대상을 받았다.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 법인을 설립해서 현지 직원을 채용 중이다.

티이는 금속 재활용 기업이다. 고속도강(HSS, High Speed Steel) 폐기물에서 고속도강 소재의 원료인 ‘HSS모합금’을 회수한다. 고속도강이란, 500~600도의 온도에도 연화되지 않고 경도를 유지하는 철합금을 말한다. 철에 텅스텐, 크롬, 코발트 등의 금속을 넣어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고속도강 금속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기업은 티이가 유일하다.

티이는 제12기 기보벤처캠프 통합 데모데이에서 스타기업상을 받았다. 기술보증기금이 발굴한 혁신창업기업 60개사 중에서 공동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셜펠로우 진행 기간 동안 총 6건의 특허도 등록했다. 9월 말에는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ISO 9001(국제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아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을 마련했다.

박수진 운영위원이 참가사별 성과를 들은 후 코멘트를 하고 있다. /사단법인 피피엘

참가사별 성과를 들은 박수진 운영위원은 “앞으로 비즈니스 적인 성과를 더 내서 ESG가 실질적인 힘을 가지는데 이바지해달라”며 “펠로우 기업과 LG그룹의 협업뿐만 아니라 펠로우 기업간의 협업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LG소셜펠로우 13기 성과공유발표에 이어서 LG임팩트 밋업데이가 진행됐다. 행사의 모든 참가자가 2개 조로 나뉘어 펠로우 기업의 사업 내용을 논의하고, 각 사의 발표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다.

LG임팩트 밋업데이는 모든 참가자가 2개 조로 나뉘어 진행됐다. /더비비드

LG사이언스파크 슈퍼스타트팀 조경진 책임, LG전자 ESG전략실 신용섭 책임이 함께 참여하여 LG소셜펠로우 13기 8개사와 향후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 상호간 논의했다. LG계열사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LG슈퍼스타트에 참여하는 방안도 자세히 공유했다.

LG담당자들은 LG그룹과 펠로우 기업의 협업 추진을 위해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서 조언했다. 참가사들은 사단법인 피피엘, MYSC 담당자에게 창업가 입장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솔직하게 밝히며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렸다.

◇참가사 평균 매출 상승률 370%

지난 5월 발족한 LG소셜펠로우 13기는 총 9번의 만남을 통해 맞춤형 멘토링과 컨설팅을 진행했다. 성과공유회에서도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더비비드
(왼쪽부터) 그린컨티뉴의 전인호 대표, 사라나지구의 서사라대표, 박수진 운영위원, 숲속의작은친구들의 이용화 대표, 티이의 김배균 대표. /사단법인 피피엘.

지난 5월 발족한 LG소셜펠로우 13기는 총 9번의 만남을 통해 맞춤형 멘토링과 컨설팅을 진행했다. 참가사들은 해외 진출 방법론, 임팩트 측정, 브랜딩, 사용자 경험 개선, 그로스해킹, 재무제표 분석 등 회사 운영과 경영 전반에서 심도 있는 교육을 받았다.

덕분에 정량적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6개월 동안 직접투자 2억5000억원을 비롯해 총 14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11월 말 기준으로 총 51명을 고용했다. 참가사들의 평균 매출상승률은 370%에 달했다.

MYSC의 장은희 선임컨설턴트는 어려운 상황에서 성과를 낸 참가사들에 “일상에서 불편함보다는 편리함을 찾는 요즘, 환경이라는 단어는 밀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앞장서고 헌신하고 있는 8개 기업과 LG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