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작품은 박물관에 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느끼면서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왼쪽부터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대표작 안나G 와인오프너와 프루스트 의자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는 흔히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독창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1931년 밀라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건축 사무소에서 일했고 1970년부터 1975년까지는 건축 전문 잡지 '까사벨라' 편집장을 맡았습니다. 1980~1985년, 2010~2011년에는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잡지 '도무스' 제작을 총괄했습니다.
멘디니는 58세의 늦은 나이에 디자인계에 뛰어들었다.
58세의 나이에 건축가인 동생 프란치스코와 ‘아틀리에 멘디니’를 차리고 디자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는 늦은 나이였지만, 예술·가구·건축·도자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을 쏟아낸 결과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탈리아가 낳은 디자인 거장’ 등으로 불리며 존경받았습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많아 가구 회사 한샘을 비롯해 SPC, 삼성전자, 롯데카드 등과 작업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생활용품에 디자인을 적용한 멘디니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함께 살펴볼까요?
기자들에게 나눠줄 요량으로 만들었다가 대표작품 된 ‘이것’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병 따개 커플 안나 G와 알레산드로 M
여자 얼굴 모양의 와인 오프너 ‘안나 G’는 아마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멘디니의 작품일 겁니다. 멘디니가 1993년에 디자인한 안나G는 기지개를 켜는 단발머리 여자아이를 본뜬 단순한 모양입니다. 안나 G의 짝꿍은 남자 모양의 알렉렉산드로 M입니다. 이 둘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따개 커플이죠.
안나G와 알레산드로 M
사실 안나G는 멘디니가 한 미술관 개관식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열쇠고리 대신 선물할 요량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세밀한 디자인도 없이 대충 스케치해 300개 정도 만들었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멘디니의 대표작이 됐습니다. 발레리나가 기지개를 켜는 모양의 안나G는 재미에 실용성까지 갖춰 전 세계적으로 1분에 한 개씩 팔리고 있는 최고 히트작입니다.
손자에게 선물한 우주
LED 스탠드 조명 ‘라문 아물레또’는 손자에 대한 멘디니의 사랑이 담긴 작품이다.
LED 스탠드 조명 ‘라문 아물레또’는 손자에 대한 멘디니의 사랑이 담긴 작품입니다. 멘디니는 손자와 태양·달·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링(ring) 형태의 원형 조명을 구상했습니다. 조명은 링 3개로 이뤄집니다. 불이 들어오는 부분이 태양, 중간 부분이 달, 그리고 바닥을 지탱하는 원형이 지구를 형상화합니다.
링 모양의 조명은 빛의 균일도가 높아 시력 보호를 위한 이상적인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아물레또는 이탈리어로 ‘수호물’이란 의미로 이 조명이 손자의 눈과 꿈을 밝게 비춰주길 바라는 멘디니의 소망이 반영됐습니다. 링 모양의 조명은 빛의 균일도가 높아 시력 보호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으로 평가받습니다. 자외선과 적외선, 열이 발생하지 않으며 어린이들이 손가락만으로 각도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지친 심신을 치유해주는 빛
‘깜빠넬로 뮤즈’는 마음을 치유하는 조명으로 유명하다.
‘깜빠넬로 뮤즈’는 마음을 치유하는 조명으로 유명합니다. 이 작품 역시 멘디니가 손자의 공간을 지켜주는 수호물로 만든 캔들라이트입니다. 이 제품은 멀티 조명으로 장소와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손바닥 정도 되는 크기의 충전식 조명인 이 제품은 침대 옆에 두면 수유등과 취침등으로 사용할 수 있고, 식탁 위에 놓으면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촛불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디자인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가구와도 잘 어울려 인테리어 장식품으로 손색없습니다. 무엇보다 스위스 오르골 명인의 멜로디를 들을 수 있어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데 도움됩니다.
예술계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 그 쇼파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프루스트 지오메트리카’ (2009, 왼쪽). 바로크 양식의 틀에 포스트 모던한 빛깔을 입혔다. 오른쪽 사진은 호두나무에 금박을 입힌 18세기의 안락 의자
1970년대에 멘디니는 급진적인 디자인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마음 맞는 이들과 급진 그룹을 결성해 혁신적인 전시활동도 펼쳤습니다. 안락의자 ‘프루스트’도 이때 탄생했습니다. 작품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바로크 양식의 틀에 형형색색의 점묘화로 그려진 천을 씌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표현했다고 합니다.
프루스트 의자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 작품은 기성 제품 위에 그래픽 처리를 한 의자입니다. 내막을 살펴보면 디자인에 대한 그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의 결과물입니다. 당시 모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구조, 형태, 기술로 자기만의 의자를 내놓고자 노력했는데 멘디니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미 존재했던 것을 변형함으로써 장식이 디자인을 대체하고 있음을 프루스트 의자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거장의 예술 작품을 몸에 지닐 수 있다
멘디니의 6번째 스와치 시계 스팟 더 닷
‘스팟 더 닷 (SPOT THE DOT)’은 멘디니의 6번째 스와치 시계입니다. 무브먼트가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스와치 특유의 '컷-어웨이(cut-away)' 다이얼(시계 문자판)을 통해 멘디니의 대표 색상으로 디자인된 무브먼트를 볼 수 있습니다.
멘디니의 손을 거친 스와치 시계들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의 핑크·레드·옐로·블루·그린 도트로 장식된 실리콘 소재 스트랩(시곗줄)과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투명 플라스틱 케이스로 이루어진 이 시계는 멘디니 디자인 특유의 감성이 잘 드러납니다.
동네 빵집에서 빵 사다 만난 거장의 작품
2015년 SPC 그룹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멘디니를 디자인 멘토로 선정하고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지난 2015년 SPC 그룹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멘디니를 디자인 멘토로 선정하고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우리에게 친근한 파리바케트,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등의 패키지나 일회용 컵, 머그컵 등에서 그의 재치 있는 디자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멘디니가 디자인한 머그잔, 우산, 수첩 등 30종이 한정판으로 출시됐습니다. 빵 사러 갔다가 귀여운 머그컵이 눈에 들어와서 샀다는 후기 글을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었죠. 부자들의 전유물처럼 통하던 예술의 범위를 일상 영역까지 확대한 멘디니의 철학이 돋보였던 콜라보레이션 이었습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시와 같다는 멘디니
디자인이란…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되, 품질을 갖춘 것.
좋은 디자인이란 시(詩)와 같습니다. 어떨 때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고, 어떨 때는 미소와 로맨스를 줍니다.
(Alessandro Mendini, 조선일보 인터뷰 中)
일상을 아름다운 것과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코로나19로 ‘홈코노미’가 화두라고 합니다. 주로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홈 족들의 소비경제를 뜻하는 홈코노미의 성장으로 홈인테리어 분야 역시 급부상했는데요, 멘디니의 뜻을 받아 디자인 아이템을 집에 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일상을 아름다운 것과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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