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디바이스 개발사 클로마운트 김민수 대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2022년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34.5%에 달한다.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는 길은 늘 쓸쓸하다. 적막을 채우려 일부러 음악을 틀거나 보지도 않는 드라마를 켜 놓기도 한다.
사물인터넷(IoT) 장비가 그 쓸쓸함을 메우고 있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전등을 켜고, 현관문이 열림과 동시에 커튼이 열리는 등 생활 패턴에 맞출 수도 있다. 다만 1인 가구엔 꿈같은 일이다. 세 들어 사는 집에 수백만원을 들여 공사를 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김민수 클로마운트 대표(31)는 딱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간단한 디바이스로 스마트홈을 구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했다. 김 대표를 만나 집을 똑똑하게 만드는 법을 들었다.
◇시공 비용 없이 만드는 나만의 스마트홈
클로마운트는 누구나 스마트한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스마트홈 디바이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1인 가구 외에도 노후된 집이나 독서실 등 상업 공간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홈 디바이스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시공 비용 없이 기존에 사용하던 전등 스위치, 커튼 등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IoT 보조 디바이스다.
5가지 제품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처음 개발한 제품은 전등 스위치에 얹어서 사용하는 ‘푸시 미니’다. 스마트폰에 연결해 원격으로 스위치를 작동할 수 있다. 타이머 기능이 있어서 원하는 시간에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다.
이어 ‘스마트 전동 창문’, ‘스마트 전동 커튼’을 개발했다. 각각 창문과 커튼에 부착한 후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창문과 커튼을 원격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또 타이머 기능으로 원하는 시간에 창문과 커튼을 열고 닫을 수 있다. 기상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창문이나 커튼을 여는 식이다.
3가지 제품은 모두 네이버 클로바, KT 지니, 삼성 빅스비 등 음성인식 스피커와 연동해서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다.
다음으로 ‘리모트미니’는 푸시 미니, 스마트 전동 창문, 스마트 전동 커튼을 조작하는 리모컨이다. 스마트폰 연결 없이 바로 스위치, 창문, 커튼을 조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허브 미니+’는 여기서 한 발 이상 나간 제품이다. 집 안에 리모컨이 있는 모든 가전 제품을 연결해 집 안과 밖에서 거리 제한 없이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다. 더운 여름 집에 들어가기 직전 미리 에어컨을 켜놓거나, 깜빡 잊고 켜고 나온 TV를 밖에서 끄는 식이다. 집에서 기존에 쓰고 있는 와이파이 공유기에 연결해 쓰는 제품이다. 물론 푸시 미니, 스마트 전동 창문, 스마트 전동 커튼도 허브 미니+에 연결해 집밖에서 작동할 수 있다.
◇’억’ 소리에 사라진 취업 생각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13학번이다. 3학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외주 일감을 받았다. “스마트폰 카메라 앱이나 커뮤니티 앱을 만들었어요. 1년에 5~6개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했더니 어린 나이에 억대의 돈을 벌 수 있었죠.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취업만이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창업이란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봤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찾기 위해서였다. “뉴스에선 한창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며 ‘IoT(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을 소개했지만 제겐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자취생, 1인 가구에 ‘IoT가 웬 말이냐?’ 싶었죠. 그렇다고 뒤처지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값비싼 장비 없이도 스마트홈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1인 가구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살면서 불편한 점, 1인가구에 꼭 필요한 것 등을 물었다.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으면서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 싶었어요.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원격 전등 스위치’였습니다. 원격 전등을 설치하려면 벽을 아예 뜯고 전기 시공을 다시 해야 해요. 공사 없이 스위치에 붙이기만 하면 되는 제품을 고안했습니다.”
2019년 말 클로마운트를 설립했다. 전등 스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켜고 끌 수 있는 기기 ‘푸시미니’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추상적이었던 아이디어를 도면으로 옮겨 시각화했어요. 초기 생산 자금을 모으기 위해 2020년 1월 크라우드 펀딩에 올려봤더니 1~2분 만에 400개 물량이 완판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꾸준히 만들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죠.”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펀딩으로 모은 자금에 정부 사업 자금 1억원을 보태 초도 생산에 들어갔다. “모든 단계를 끌어안기보단 ‘할 수 있는 것만 확실히 하자’는 전략으로 접근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전자회로까지만 직접 맡았어요. 나머지 제품 디자인, 3D 모델링, 금형, 패키지 디자인 등은 외주를 맡겼죠. 대학시절 외주 작업을 했던 경험 덕분에 외주 작업자와 손발을 맞추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스위치를 자동으로 움직이는 게 단순해 보여도 연구는 단순하지 않았다. “어떤 집은 살짝만 눌러도 스위치가 눌러지는데, 또 어떤 집은 스위치가 뻑뻑해서 더 큰 힘이 필요할 수 있죠. 처음엔 ‘힘의 세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짰는데요. 간혹 조절이 잘되지 않아 푸시미니가 아예 부서지기도 하더군요. 이후 알고리즘을 ‘부하가 걸리는 정도’를 기준으로 다시 설계했습니다. 충격을 감지해 스위치를 눌렀다고 판단되면 회전부가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가도록 했죠.”
3개월 만에 푸시미니 5000개를 생산했다.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의미로 ‘미니빅’이란 브랜드명도 정했다. 2020년 첫 해 매출은 3억원을 기록했다. “1인 가구도 스마트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었다고 생각해요. 스마트폰 앱으로 원하는 시간에 불을 켜고 끄는 루틴을 설정할 수 있어요. 이런 소프트웨어의 기능들은 업데이트할 때마다 기존 기기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작년에 산 갤럭시 스마트폰이라도 올해 나온 새로운 기능을 쓸 수 있는 것처럼요.”
욕심이 생겼다. 신제품 개발에 혈안이 됐다.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더 어려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에 신제품을 두 개씩 출시하면서 속도를 냈습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죠. 3억원을 들여 개발·양산한 제품의 출시를 급히 중단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회사의 존폐 위기였죠.”
초기 멤버였던 팀장급 동료들을 모아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공유했다. “혼자 감내하기 어렵기도 했고, 뭔가 속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털어놓았어요. 함께 이겨내 보자고 했지만 돌아온 건 ‘줄퇴사’였습니다. 직원 수는 15명에서 7명으로 줄었어요. 2023년 9월 매출도 예년 대비 반토막이 났죠. 사실상 바닥을 찍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어려운 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쉬운 길과 어려운 길,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브랜드만 유지하고 중국 IoT 제품을 들여와 팔 수도 있었지만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았어요. 중국 제품은 기기를 제어하기 위해 쓰는 앱도 중국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IoT 기기와 앱을 함께 개발하는 중소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였죠. 어렵더라도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국내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당장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마케팅부터 손을 댔다. “그간 마케팅 예산의 80%를 포털 사이트 배너 광고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퍼포먼스 마케팅에 쓰고 있었어요. 그 비중을 30~40%로 줄이고 유통 플랫폼의 광고 비중을 늘렸습니다. 자사몰 판매량은 줄었지만 매출이 분산되면서 전체 매출을 견인했습니다.”
신제품을 개발할 땐 초심으로 돌아갔다. 내부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환기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규칙적으로 실내 환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막상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깜빡하곤 하죠. 일반 가정에 스마트 전동 창문을 달고 싶으면 아예 기존 창문을 다 뜯고 새로 달아야했습니다. 집과 창문은 그대로 두고, 푸시미니처럼 딱 하나만 얹어서 사용할 수 있는 콘셉트로 다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창문을 여닫기 위해 ‘랙과 피니언의 원리’를 이용했다. “길죽한 랙과 동그란 피니언 각각 톱니바퀴 같은 굴곡이 있어요. 그게 맞물리면서 에너지를 일으키는 원리죠. 회전하는 힘을 직선적인 힘으로 바꿔줍니다. 여러 공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랙과 피니언을 구해, 우리가 가진 모터에 꽂아 작동시켜 봤습니다. 수십번의 시행착오 끝에 가장 이상적인 모터와 톱니의 수, 랙의 길이를 찾았죠. 그렇게 스마트 전동 창문을 만들 수 있는 IoT 보조 장치를 하나 더 개발했습니다.”
◇하이 빅스비, 헤이 구글, 아리야!
재기에 성공했다. 클로마운트는 2024년 1~3월 연달아 연 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30억원이 넘는 페이스다.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리고 싶어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작년 여름과 가을은 한창 아내와 결혼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죠. 나도 나를 믿지 못할 때, 절 믿어준 사람입니다. 위로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너를 믿어’라고 말해줬어요.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겨내고 싶었습니다.”
스마트 전동 창문에 이어 스마트 전동 커튼을 개발해 출시했다. 커튼에 부착한 후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커튼을 원격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또 타이머 기능으로 원하는 시간에 커튼을 열고 닫을 수 있다. 기상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커튼을 여는 식이다. 푸시 미니, 스마트 전동 창문, 스마트 커튼 등 3가지 제품은 다른 IoT 디바이스와도 연동할 수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빅스비, 네이버 클로바, SKT 아리 등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해 작동할 수 있도록 중간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덕분이다.
다음으로 ‘리모트미니’를 개발했다. 푸시 미니, 스마트 전동 창문, 스마트 전동 커튼을 조작하는 리모컨이다. 스마트폰 연결 없이 바로 스위치, 창문, 커튼을 조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허브 미니+’는 여기서 한 발 이상 나간 제품이다. 집 안에 리모컨이 있는 모든 가전 제품을 연결해 집 안과 밖에서 거리 제한 없이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다. 더운 여름 집에 들어가기 직전 미리 에어컨을 켜놓거나, 깜빡 잊고 켜고 나온 TV를 밖에서 끄는 식이다. 집에서 기존에 쓰고 있는 와이파이 공유기에 연결해 쓰는 제품이다. 물론 푸시 미니, 스마트 전동 창문, 스마트 전동 커튼도 허브 미니+에 연결해 집밖에서 작동할 수 있다.
“개발은 멈추지 않습니다. 올해도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름 출시가 목표입니다. 수백, 수천만원이 없어도 누구나 스마트홈을 만들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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