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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동칫솔에 치실을 꽂으니' 20억원 대박 낸 아이디어

이프로스 전동 칫솔·치실 개발한 미듬의 이재민 대표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전동 칫솔에 치실 헤드를 꽂는 방식으로 치실 사용의 불편함을 해결한 이재민 미듬 대표. /더비비드

칫솔질만으로 음식물 찌꺼기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는다. 치실이 필수라는 건 모두가 아는데 행동으로 옮기자니 귀찮다. 매번 어금니 끝부분까지 손을 집어넣어야 하니 시간도 오래 걸린다. 어떤 치실은 굵기가 너무 굵어 피를 보고야 만다.

미듬의 이재민(44) 대표는 전동 칫솔에 치실 헤드를 꽂는 방식으로 치실 사용의 불편함을 해결했다.

◇국내 최초 치실 달린 전동 칫솔

미듬의 ‘이프로스 전동 칫솔·치실’은 치실 기능을 더한 전동 칫솔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전동 칫솔과 다를 바 없지만, 칫솔모 대신 치실 헤드를 장착해 전동 치실로 활용할 수 있다.

미듬에서 만든 이프로스 전동 칫솔·치솔. 본체는 하나이고, 칫솔과 치실 헤드를 교체해서 사용한다. /미듬

치실 헤드는 치실 홀더와 일회용 치실 피스로 이루어져 있다. 홀더에 일회용 치실 피스를 갈아 끼우는 구조라 위생적이다. 치실의 굵기는 0.01mm다. 평균 치실 굵기인 0.1mm 대비 10분의 1이라 좁은 틈새에도 잘 들어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듀폰사의 초고밀도 원사를 사용해 보푸라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본체에 치실 헤드를 장착한 뒤, 버튼을 눌러 ‘치실 모드’ 설정해서 쓰면 된다. 치실 모드로 하면 헤드가 좌우 움직여 치간에 끼인 음식물이나 치석을 효율적으로 제거한다. 1분당 5만회 회전하는 미세진동모터를 갖춰 손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치실 사용 효과를 볼 수 있다.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매일 2회 사용 기준 60일 가까이 사용할 수 있다. 긴 사용 시간 대비 무게는 82g으로 가볍다.

이재민 미듬 대표가 이프로스 전동 칫솔·치실의 헤드 중 하나인 전동 치실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더비비드

이재민 미듬 대표는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치과용 CT 촬영 장비를 개발하는 기업 ‘레이’의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의료기기 개발에 관심 갖게 돼 젬스메디컬, 하이로닉 등 유명 의료기기 기업에서 PM(Product Manager: 신제품 개발 책임 매니저)으로 일했다.

2017년 성균관대학교 의료기기산업대학원에 들어가 전문 지식을 쌓았다. 15년 넘는 현장 경력에 전공 지식까지 쌓고 나니 창업의 꿈을 펼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생활 건강 제품 기업 ‘미듬’을 설립했다. “갈바닉 미용기기, 비접촉 체온계 등을 개발해 연 매출 20억원의 성과를 냈습니다. 전동 치실은 2022년 개발했죠.”

◇이프로스 전동 칫솔·치실 개발 노트

이프로스 전동 칫솔·치실을 들고 웃어보이는 이재민 미듬 대표. /더비비드


1. 이미 있는 제품을 개량하는 것도 창업 아이템 될 수 있어

미듬은 코로나19 이후 건강관리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첫 제품으로 체온계를 출시했는데, 10만개 넘게 팔렸다. “사용하기 그다지 편하지는 않지만, 시장에 그 제품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쓰는 제품이 뭔지 고민합니다. 비접촉 체온계를 그렇게 발굴했어요. 시중에 있던 비접촉 체온계는 오차가 컸어요. 오차가 거의 없는 비접촉 체온계를 개발하니 날개 돋친 듯 팔렸죠.”

체온계 다음으로 눈에 띈 제품은 치실. 손에 말아서 쓰는 치실이나 물 치실 모두 사용하기 귀찮은 건 매한가지다. “좀 편한 치실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수압을 이용한 ‘물치실’이 있는데, 사용할 때 물이 여기저기 튀어 공공 화장실에선 쓰가 불편하죠.”

전동 칫솔에 치실 기능을 넣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전동 칫솔에, 치실만 꽂으면 전동 치실이 되겠더라고요. 바로 개발에 돌입했죠.”

이프로스 전동 칫솔·치실의 전동 치실 헤드. /더비비드


2. 제품을 설계할 때 관건이 뭔지 고민하라

제품을 설계할 때는 어떤 기능에 힘을 줄지 정해야 한다. “미리 핵심 기능을 정해두지 않고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려 들면 출시하기도 전에 지쳐버려요.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두고 빠르게 설계해야 하죠. 이프로스 칫솔을 설계할 때 관건으로 삼은 부분은 진동수, 치실의 굵기 그리고 헤드의 모양입니다.”

전동 칫솔에 치실 기능까지 탑재하기 위해선 강력한 모터가 필요했다. “칫솔은 상하좌우로 움직여 이빨을 닦지만, 치실은 좌우로만 움직여야 하고, 가동 범위도 넓어야 합니다. 좌우로 확실히 움직여줘야 치실의 개운함을 따라잡을 수 있죠. 20만원대의 고가 전동 칫솔에서 사용하는 분당 5만회 성능의 강력 모터를 쓰되, 치실은 최대한 가느다란 원사를 써 잇몸에 상처를 내지 않도록 했습니다. 모터와 치실 굵기의 균형을 맞춘 거죠.”

치실 헤드를 보면, 일반적인 칫솔 헤드와 달리 곡선으로 꺾인 부분이 보인다. 여러번 헤드의 모양을 바꿔가며 제작한 결과물이다. “거울로도 잘 보이지 않는 어금니 사이에 치실이 잘 들어가려면 헤드의 각도가 가장 중요했어요. 사람이 의도한 위치에 치실 피스가 정확하게 닿도록 제품의 중심축과 치실의 위치를 동일하게 맞췄습니다.”

이프로스 전동 칫솔·치실의 헤드를 전동 치실로 갈아 끼우는 모습. /더비비드


3. 제조사와 일하는 법을 터득하라

설계가 완성되면 양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좋은 협력사를 찾는 눈을 길러야 했다. “소통이 잘되는 협력사를 찾아야 합니다. 문의를 하면 하루 이내로 답변이 오고, 공장의 규모와 제작 중인 제품 목록, 실적에 대한 정보가 투명한 곳을 찾으면 됩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직접 공장을 방문하기 어려워서 화상 회의에 호의적인 공장인지도 선택 기준이 됐습니다. 완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매주 2번 이상 화상 회의를 하며 제작 일정을 공유받고 함께 설계도를 보완했죠.”

요청 사항이 있다면, 마감 기한을 반드시 정해야 한다. “해외 공장은 국내 공장들과 근무 시간이 다르고, 명절 등 휴일도 다르기 때문에 일정 확인을 수시로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칫솔모의 굵기를 조정하고 싶다면, 단순히 ‘칫솔모 굵기를 0.5mm 줄여주세요’라고 요청하면 안 되고, ‘이달 28일까지 칫솔모 굵기를 0.5mm 줄인 시제품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사용하기 편한 기술이 곧 완벽한 기술

이 대표는 사업 초기 엔지니어적 사고에 갇혀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고 했다. /더비비드

2022년 11월 홈쇼핑 방송을 통해 제품을 출시했다. 힘을 덜 들이면서 손을 입 안에 넣지 않고도 치실질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소문나 첫 방송 이후 5대 홈쇼핑 방송사에 모두 출연하는 성과를 냈다. “평소 치실질은 집에서만 했는데 이프로스 칫솔을 가지고 다니면서 직장 화장실에서도 치실을 할 수 있게 돼 개운하다는 소비자 후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업 초기에는 엔지니어적 사고에 갇혀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엔지니어는 보통 고성능에 대한 고집이 있어요. 예를 들면 배터리 용량이 크고 오래가는 부품을 탑재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본체 자체가 너무 무거워집니다. 오히려 사용하기 불편해져요. 항상 ‘소비자가 쓰기 편한 제품은 무엇일까’ 고민해야 합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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