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미국 최고혁신상 받고, 바이든이 선택하고...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스타트업

2023 서울콘에서 열린 서울테크밋업 연말 네트워킹 데이 르포

“전 세계가 서울을 추앙하고 서울 테크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SBA 역시 서울 딥테크 기업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돕겠습니다.”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3층에서 열린 ‘서울테크밋업 연말 네트워킹데이’에서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가 말했다. 김 대표는 “2023 서울콘 안에 28개 행사가 있는데, 그중 첫번째로 열리는 세션이 서울테크밋업이어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2023 서울콘'의 세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서울테크밋업 연말 네트워킹데이' 현장. /더비비드

이날 열린 행사는 30일부터 내년 1일까지 열리는 ‘2023 서울콘’의 세부 프로그램이다. 서울콘은 서울의 콘텐츠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적 인지도를 기반으로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경제 진흥’을 추진하기 위한 행사다. 30일 첫날 열린 현장에서 사회경제 큰 파급력을 미칠 기술 주도 스타트업을 만나고 2023 서울콘도 살펴보고 왔다.

◇CES 2024 최고혁신상에 미국, 일본 제치고 올라

6월 위촉식을 연 서울테크밋업은 기술 분야 기업이 모인 협의체다. 서울테크밋업 위원장인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딥테크 기업이 가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고, 정책 수립 등에서 영향력을 낼 수 있도록 모인 조직”라며 “벌써 100개 기업이 모였다”고 했다.

서울경제진흥원(SBA)과 서울테크밋업의 ‘서울형 R&D 혁신생태계 조성·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이후, 우수 기업 3곳이 SBA 지원을 통해 성장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발표에 나섰다.

첫 연사로는 장양호(56) 로드시스템 대표가 나섰다. 이 회사는 ‘트립패스(Trip.pass)’라는 모바일 여권 앱을 개발해 7월 정식 출시했다. 서울에 관광 온 외국인은 이 앱을 설치하고 한번 인증을 거치면 실물 여권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트립패스 앱 하나로 신분확인은 물론 면세 쇼핑, 간편 결제, 교통카드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 “SBA 도움으로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을 한 덕분에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서 정식 출시까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로드시스템의 모바일여권 생성, 적용 기술 설명 표. /더비비드

통상 외국인이 관광지에서 제품을 사면 매장에서 여권 정보를 확인한 다음 공항에서 세금을 환급 받아야 한다. 하지만 트립패스를 켜서 QR코드 결제를 하면 실물여권을 보여줄 필요 없이 즉시환급이 가능하다. 애초에 세금을 환급받은 가격으로 바로 결제가 가능한 것이다. 현재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GS25 등에서 외국인이 트립패스로 본인 인증을 하고, 간편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세븐럭 카지노 등에선 입장 시 신분확인 수단으로 사용중이다.

트립패스가 활성화되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추후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장 대표는 “소상공인이 면세사업을 하고 싶어도 실물여권 리더기, 컴퓨터, 포스기 등을 들여놓느라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트립패스를 이용하면 매장 QR코드를 인쇄해둔 종이만 붙여두면 된다”고 했다.

(왼쪽부터) 장양호 로드시스템 대표, 트립패스 앱 실제 모습. QR코드는 앱을 열 때마다 계속 새로 생성돼 복제 우려가 없다. /더비비드

트립패스의 핵심은 모바일 여권 신원 인증 기술이다. 실물 여권을 대체하는 모바일 여권이 가능해지면서 면세 쇼핑, 간편 결제, 교통카드 등의 서비스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모바일 여권 앱 관련해 국내·외에서 35개 특허를 등록·출원한 장 대표는 “7월 론칭 후 5만4992명이 가입했고, 트립패스 앱을 통해 117억원이 거래됐다”고 성과를 밝혔다.

내년 1월에는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인 CES 2024 참석을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간다. 관광과 핀테크를 결합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금융기술분야 최고혁신상, 사이버보안개인정보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전 세계 통틀어 27개 기업에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인 최고혁신상을 받아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과제까지.. 잘 나가는 한국 기업

후성유전체 분석을 통한 진단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아이엠비디엑스의 문성태 대표. /더비비드

두번째 연사로는 문성태(49) 아이엠비디엑스(IMBDx) 공동대표가 나섰다. 서울대병원 학내 벤처로 시작해 2018년 문을 연 이 회사는 후성유전체 분석을 통한 진단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혈액에서 암 유전자 돌연변이를 정확하게 탐지하는 액체생검 플랫폼 ‘알파리퀴드100′는 전국 33개 병원에서 실제 3~4기 암 환자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 대표는 “시시각각 변하는 암세포가 어떤 유전적 변이 때문인지 확인해서 무슨 치료법을 써야 하는지 정밀하게 진단한다”고 했다.

기술 상용화를 위해 아이엠비디엑스가 서울성모병원과 R&D 사업을 하도록 SBA가 도왔다. 문 대표는 “SBA의 서울형 R&D바이오 과제에 선정이 돼서 임상 데이터를 쌓고 그걸 기반으로 상용화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서울테크밋업 연말 네트워킹데이에 전시된 '알파리퀴드100' 국내 사용 현황. /더비비드

7월 출시한 암 조기 진단 서비스 ‘캔서파인드’로는 8개 암종 발현 여부를 알 수 있다. 암 세포가 생기기 이전에 조기진단 하는 것이다. 흔히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를 살펴보는 유전형 검사와는 다르다. 문 대표는 “DNA가 똑같아도 환경 요인에 따라 누구는 발현하고, 누구는 발현하지 않는데 캔서파인드를 통해 암 세포가 발생하기 이전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며 “현재 하나의료재단과 효산의료재단 건강검진센터에서 캔서파인드를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암 정복을 위한 ‘캔서엑스(전 캔서문샷)’ 프로젝트에도 합류했다. 핵심과제 중 하나인 암 조기진단 분야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도 협업중이다. 문 대표는 “‘암의 가장 강력한 치료제는 조기진단’이라는 말이 있다”며 “암 진단과 치료의 혁신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매출액은 2023년 기준 40억원이다.

심치홍 큐리오시스 이사가 '셀로거' 제품 중 하나를 가리키고 있다. 셀로거는 세부 기능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더비비드

마지막 발표 기업은 큐리오시스였다. 2015년 2월 설립된 바이오 소부장 기업이다. 바이오 연구원이 보다 편리하고 정확하게 연구·실험하도록 돕는 각종 장비를 개발한다. 올 한해에만 25억원 매출을 낸 ‘셀로거’는 세포 배양용 인큐베이터 안에서 작동하며 세포가 자라는 과정을 오랜 시간 측정하고 분석하는 기기다. 심치형(42) 이사는 “이전에는 1시간 간격으로 인큐베이터 안에서 배양 중인 세포를 꺼내서 현미경으로 관찰한다음 다시 넣는 일을 반복했다”며 “이 과정에서 세포가 죽거나,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많았다”며 개발 계기를 밝혔다.

가격 경쟁력도 높다. 기존 장비는 2억~3억원대였는데, 셀로거는 5000만~6000만원 선이다. 이전 장비보다 크기도 소형화 해서, 연구실에 여러 대를 놓고 여러 사람이 각자 써도 부담이 없다. 제품 기획부터 설계는 물론 제품 내부에 있는 카메라 하나까지 큐리오시스에서 만든다. 심 이사는 “다른 부품을 사와서 조립하면 발열 문제가 큰데, 우리는 하나하나 직접 만들기 때문에 미세한 부분까지 통제가 가능해서 보다 완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점을 밝혔다.

디지털 병리 스캐너 ‘MSP 320′ 이미지. /더비비드

큐리오시스가 만든 장비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2022년 6월부터 1년 간 100만불(약 12억원) 수출탑을 세웠다.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불리는 레드닷, IDEA, IF를 모두 석권하며 사용성을 높인 디자인도 인정 받았다. 최근에는 병리 분석 과정을 효율화하고, 진단을 보조하는 디지털 병리 스캐너 ‘MSP 320′을 내놨다. 심 이사는 “2021년 시작한 SBA의 바이오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여러 피드백을 수집하고, 기술 고도화를 할 수 있었다”며 “특허출원비용, 홍보동영상 제작 등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박람회에서 벗어나 누구나 즐기는 축제로

폭설이 내린 12월 30일(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관람객들이 행사장 위치를 살펴보고 있다. /더비비드

SBA는 오랜 기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한 경험을 살려 올해 2023 서울콘을 열었다. 기업과 제품을 설명하는 홍보 일변도의 박람회에서 벗어나, 연말 대표 축제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축제를 찾은 이들이 여러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기업을 알게 되는 효과를 누린다는 취지다. 각각의 행사는 서울콘에 종속된 하위 프로그램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독립성을 지니고 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폭설이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파가 몰렸다. DDP 홀 중심에 있는 어울림광장에선 K-POP 댄싱 챌린지가 열렸다. 임의로 케이팝 노래가 나오면 참가자들이 노래 안무에 맞게 추고, 끝까지 추는 참가자가 살아남는 대회였다. 스마트폰 여러대로 현장을 촬영 중이었던 유모(30)씨는 “작은 유튜브를 운영중인데, 오늘 DDP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내 채널에 올리기 위해 촬영중이었다”며 “내일 새해맞이 카운트다운도 함께할 예정”이라고 했다.

DDP 마켓 내 지하 2층에 있는 B the B에 있는 뷰티·패션 브랜드 체험공간에서 관람객이 둘러보고 있다. /더비비드

DDP 아트홀 1에선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SK T1 게임 구단의 팬미팅인 T1 CON 2023이 열렸다. 관람객들은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LOL 게임 속 캐릭터로 분장한 모델과 사진을 찍는 등 곳곳에서 현장을 즐겼다.

DDP 마켓 내 지하 2층에 있는 B the B에선 뷰티·패션 브랜드 체험공간이 운영중이었다. 젊은 연인, 10대 학생들,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 등 다양한 연령대가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연정(21)씨는 “저녁에 열릴 서울콘 APAN STAR AWARTS를 보려고 왔는데,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어서 놀랐다”며 “볼거리가 많아서 가능한 한 이것저것 체험해보는 중”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서울 DDP 어울림광장에서 열린 K-POP 댄싱 챌린지에 참가한 학생들, 아트홀1에서 LOL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모델들. /더비비드

콘텐츠 제작자이자 작은 기업인 인플루언서가 중심이 됐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SBA는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전문 촬영 스튜디오나 장비를 대여하는 등 크리에이터 육성 사업도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인플루언서에게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한다는 점에서, 인플루언서가 서울 경제 인프라로 작용하리라는 기대다. 50개국 3000여팀 인플루언서가 서울콘에 모여 31일 저녁부터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하는데, 인플루언서 각자 SNS 채널에서 행사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연주 에디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