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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책 만들어 팔던 서울대생, 문구점 줄줄이 폐업하자 한 선택

14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다녀왔습니다

위드코로나 시대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IF 2021'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들이 모여 관람객들에게 스스로를 알리는 자리다. 14일까지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개최한다. 꿈이 자라고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는 현장이다. 열기의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공책 만들다 디지털 노트로 전향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 /디캠프

서울대 기계공학과 4학년 신동환(24)씨는 3년 전 노트를 만들어 파는 ‘누트컴퍼니’를 창업했다. 신씨까지 대학생 3명이 만든 회사인데 전공별로 특화된 노트를 내놓아서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노트는 필기를 하는 공책이다.

​전공마다 모양이 모두 다르다. 예를들어 화학을 전공하는 학생용 노트는 화합물 구조를 그리기 쉬운 육각형 무늬가 들어가 있고, 의상 디자인 전공자용 노트는 배경에 사람의 실루엣이 들어가 있다. 착실히 매출을 늘려가던 중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이 휘청거렸다.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가장 중요한 판매 채널인 대학 내 문구점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IF2021 행사장 모습 /디캠프

신씨 등 3명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종이 노트를 못 팔면, 디지털 노트를 만들면 되잖아?” 이들은 작년 6월 디지털 노트와 다이어리 꾸미기 플랫폼인 ‘위버딩’을 선보였다.

​‘IF(Imagine Future·미래를 상상하라)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만난 신 대표는 “코로나가 닥쳐 오히려 새로운 길을 찾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 통했으니 서비스를 해외로 확장할 길도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위버딩은 지난달 미국 사용자를 겨냥한 영문 사이트를 열었다.

​◇“코로나가 발판이자 돌파구가 됐다”

박정현 대표(가운데)와 비브리지 임직원들 /디캠프

박정현(28) 비브리지 대표도 ‘코로나 대변신’을 이뤄낸 경우다.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인 그는 2019년 7월 수업이나 회사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반년 만에 다운로드가 12만건을 넘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 오프라인 발표 자체가 사라져버린 탓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카페 등을 돌아다니며 온라인 강의 중 보이는 행동을 관찰했다. 많은 학생들이 노트북 컴퓨터 하나로 동영상 화면과 문서 프로그램을 번갈아 띄우며 수업을 듣고 있었다. 번거로워 보였다. 박 대표는 “동영상을 보는 동시에 필기하고, 화면 캡처도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바로 서비스 개발에 착수해 올해 3월 ‘슬리드’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3개월여 만에 사용자는 8000명이 넘었다.

IF2021 행사장 모습 /디캠프

​영어 학원장 출신인 제로엑스플로우 김홍현(34) 대표는 초·중·고교 교사들이 쉽게 만들어 쓸 수 있는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 ‘원아워(1hour)’를 만들었다. 2019년 처음 개발한 프로그램은 지난해 코로나가 닥쳐 비대면 수업이 늘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로 선생님들이 갑자기 온라인 수업 교재를 만들어야 되자 우리 서비스를 찾는 분들이 급증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이 코로나를 계기로 마련된 것 같다”고 했다.

◇우주를 주제로 14일까지 열려

IF2021 행사장 모습 /디캠프

행사에는 정부도 적극 참여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행사장을 찾아 “코로나로 창업이 위축되고 스타트업들이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었지만 한국은 청년 신규 창업이 오히려 크게 늘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에어비앤비·우버 등 ‘빅위너(big winner, 큰 승자)’는 보통 평범한 시기가 아닌 위기 이후에 성장하는데, 정부도 한국 청년 창업자들이 빅위너로 도약하도록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IF 페스티벌’에선 스타트업 소개 부스 운영 외에 창업 경연대회, 스타트업 투자 유치 콘테스트 등이 열리고 있다. 2017년부터 매년 서울 신촌 거리에서 열리던 이 축제는 지금까지 누적 참가자 46만명을 기록 중이다.

IF2021 관람객들 /디캠프

지난해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온라인으로 대부분 행사를 했는데, 올해는 이달 시작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일상 회복)’에 발맞춰 오프라인으로 대부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페스티벌 테마는 도전과 모험을 뜻하는 ‘우주’로, 행사장에는 21개 스타트업이 부스를 설치해 상품과 기술을 전시하고 있다. 14일까지 서울 마포 프론트원을 방문하면 행사를 즐길 수 있다.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는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중에도 코로나 확산으로 사업 모델 자체가 무너질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던 회사가 적지 않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순발력이 빠른 젊은 회사라는 장점을 살려 디지털 전환을 발 빠르게 이뤄냈다”며 “많은 분들이 그들의 성장기를 함께 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신영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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