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0. 14:00ㆍ인터뷰
수연푸드 조봉창 명인 인터뷰

어묵은 대표적인 서민 간식이다. 저렴한 가격과 질리지 않는 맛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기차역, 학원가, 빌딩숲 등 발 닿는 곳 어디든 어묵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딱히 귀한 음식은 아니었다. 건강식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어묵을 기피하는 이도 늘었다.
그런 어묵을 금(金)보다 귀하게 여기는 이가 있다. 어묵 제조 기술로 명인이 된 수연푸드의 조봉창(64) 명인이다. 인생을 어묵에 쏟은 그는 어묵을 둘러싼 오해를 풀고 싶었다. 밀가루 대신 두부를 넣은 두부어육바를 만든 계기다. 그를 만나 착한 어묵 개발기를 들었다.
◇밀가루 없는 글루텐 프리 어육바

수연푸드는 어묵 전문 제조 및 가공 기업이다. 밀가루로 된 만두피를 어묵으로 대체한 어묵 만두를 시작으로 어묵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소떡소떡(소시지와 떡을 꼬치에 꿴 간식)의 어묵 버전 오떡오떡과 어묵핫바, 어묵떡볶이 등을 편의점에 납품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효자 상품은 지난 7월 출시한 두부어육바다. 주재료는 밀가루가 아닌 두부와 어육으로,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서 소화에 부담이 적다. 재료의 절반 가량이 생선살인 연육이라 맛이 진하고 두부가 들어가 식감이 부드럽다.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도 맛있고, 해동한 뒤 시원한 상태로 먹어도 별미다. 찌개나 조림 요리를 할 때 두부 대용으로 활용하기 좋다.

나라가 인증한 대한민국 식품명인 조봉창 명인이 만들었다. 식품명인이란 농림축산식품부가 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분야에서 우수한 기능을 보유한 식품명인을 지정해서 육성하는 제도다. 해당 분야에서 20년 이상 종사하는 등 전통식품 산업의 활성화와 계승·발전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야 명인이 될 수 있다.
어육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 가운데는 두부 비중이 가장 높다. 생선살과 두부를 합하면 전체 함량의 84.23%에 이른다. 반면 밀가루는 전혀 없는 글루텐 프리(Gluten-free) 어묵이다. 아침 식사 대용품이나 건강 간식으로 인기몰이해 지금까지 29만 봉지 이상 팔렸다.
◇30년 어묵 외길 걸은 명인

조봉창 명인은 30년간 어묵 분야에 종사했다. “젊어서부터 식품계열에서 일하다, 어묵에 정착했습니다. 부산, 충북 등 여러 지역의 어묵 제조업체에서 근무했죠. 어묵 제조뿐만 아니라 반죽기, 성형기, 유탕기 등 관련 기계까지 다뤘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큰 뜻이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어묵이 제 삶의 전부가 돼 버렸죠.”
누군가에겐 ‘길거리 간식’에 그칠 수 있는 어묵이 그에겐 자식 같은 존재였다. “어묵 반죽은 온도와 속도에 민감합니다. 어묵의 질을 높이려면 기계 관리도 잘 해야 하죠. 어묵 원재료와 반죽, 기계의 성질까지 꿰뚫기 위해 수십년 노력했습니다.”

어묵에 대한 애정과 투철한 직업 정신은 그를 명인의 길로 이끌었다. “회사에서 성실함을 높게 평가해줬던 것 같습니다. 회사 추천으로 명인 등록 절차를 밟게 됐어요. 회사에 대한 기여도, 어묵에 대한 이해, 숙련도, 기계 다루는 능력 등을 심의해서 2021년 대한민국 어묵 명인 인증서를 받았습니다. 명인 타이틀이 생기니 강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저를 인정해준 회사와 제 손을 거친 어묵을 먹게 될 소비자들을 위해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겠다 결심했죠.”
늘 마음 한 켠에 ‘몸에 좋은 어묵’이라는 꿈을 품고 살았다. “어묵은 저렴한 길거리 음식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좋은 재료를 넣고, 좀 더 공을 들여서 만들면 몸에 좋은 어묵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몸에 좋으면서 맛있는 어묵을 꼭 만들고 싶었습니다.”
◇ 수연푸드 두부어육바 개발노트

1. ‘저렴한 간식’ 인식 날릴 한방
두부어육바는 기존 어묵의 편견을 깨기 위해 개발됐다. “어묵과 달리 두부는 건강한 식재료 이미지가 강합니다. 적용 범위도 넓죠. 이런 두부를 활용해보기로 했어요. 두부를 주 재료로 하는 어육두부를 만들까, 어육을 주 재료로 하는 두부어묵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어묵 제조사의 정체성을 살려 어묵에 두부를 함유한 두부 어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2. 연육과 두부의 황금비율이 관건
최적의 식감을 구현하는 게 관건이었다. “두부 맛과 어묵 맛이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담백하고 적당한 식감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지나치게 질기거나 물러서는 안됐어요. 부드럽되 적당히 씹는 재미가 있어야 했죠. 두부 함량을 5%, 10%, 15%, 20% 단계별로 반죽을 만들어 수 십 번 테스트했습니다. 튀기는 시간도 달리해서 여러 번 제조했죠. 두 달은 두부와 어육만 먹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 끝에 냉동연육 44.33%, 두부 39.9%의 황금비율을 확정했어요. 밀가루는 전혀 없는 글루텐 프리 어묵입니다.”
3. 첨가물과 조미료는 최소한으로
어묵의 풍미를 책임지는 연육도 신중하게 골랐다. “포차에서 취급하는 저렴한 연육부터, 최상급의 연육까지, 연육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색상과 맛을 우선순위로 연육을 골랐습니다. 수입 연육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파트너사에 고급 어육을 요청한 뒤, 샘플 테스트를 해서 가장 두부와 맛이 잘 어우러지는 것을 원재료로 채택했습니다. 두부 특유의 담백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첨가물과 조미료는 최소한으로 했습니다.”

4. 간식용으로 적합한 형태로 설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양과 용량을 설계했다. “어묵이라고 하면 꼬치에 꽂힌 넓적한 어묵이나 봉형 어묵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그런 형태는 분식점에선 적합하지만 일상 간식용으로는 걸맞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성인 남성 가운데 손가락보다 좀 더 길고 두꺼운 크기로 만들었어요. 무난하고 부담 없는 형태죠. 등산, 출근 시 들고 다닐 수 있게 봉지에 담았습니다. 한 봉지에 30g 어묵 5개 들었어요.”
어묵 제조는 섬세한 작업이다. “해동한 원육과 두부, 첨가물 등을 레시피대로 반죽기에 투입해서 반죽합니다. 이때 고난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어묵 반죽은 온도에 민감합니다. 주변 온도가 높으면 탄력이 떨어져서 얼음을 넣어야 해요. 적절한 점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동 시간도 수시로 확인해야 하죠. 완성된 반죽은 성형기에서 일정한 모양으로 빚은 뒤 유탕기에 튀깁니다.”
◇두부 싫어하는 아이에게 줘보세요

열과 성을 다해 개발한 두부어육바는 한 인포머셜(홈쇼핑 콘셉트로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 영상)에 소개되면서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지난 7월에 출시해 지금까지 29만 봉지이상 팔렸다. 소비자들은 두부이면서 어묵인 신개념 식재료의 탄생에 환호했다. 간식뿐만 아니라 반찬용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많다.
타 제품도 승승장구 중이다. 유명 편의점,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식당에 어묵만두, 오떡오떡, 어묵핫바, 어묵 전골 등을 납품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한인마트에도 일부 제품을 입점시켰다. 두부어육바의 성공 덕에 B2B 제안이 쏟아지는 중이다.
‘맛있다’는 소비자 후기가 가장 큰 보람이다. “당뇨 등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분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건강하게 맛있는 맛이라고 하셨죠. 두부 대용으로 구매하는 소비자 반응도 인상깊었습니다. 두부를 싫어하는 아이들 눈속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마다의 방법으로 응용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어묵을 둘러싼 편견을 깨고 싶다는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차기작은 저당 곡물로 유명한 카무트로 만든 어육바다. “수연푸드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회사의 모든 제품을 제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맛뿐 아니라 제조 환경의 청결까지 우선순위에 두고 관리합니다. 자신 있으니 믿고 먹어보세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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