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못하는 97세 아버지의 아파트 실내 흡연' 읍소, 이해해야 하나요?

97세 실내 흡연 놓고 갑론을박

 

한 아파트 주민이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실내 흡연을 이해해달라는 내용의 메모를 붙여 공분을 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실내 흡연 양해 요청’ 메모 사진. /보배드림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아파트 주민이 받았다는 ‘실내 흡연 양해 요청’ 메모 사진이 게재됐다.

97세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는 메모 작성자는 “아버님이 거동이 불편하셔서 외출을 못 하시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실내에서 흡연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어 “이웃에 폐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내 부모님이라면 어떨까 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해당 사연을 두고 온라인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다른 집에 민폐 주면서 담배를 굳이 피워야 하나”, “휠체어 태워 모시고 나가서 흡연하게 하면 된다”, “단독 주택으로 이사 가야지 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 주길 바라나”, “아이가 있는 집은 생각도 안 하나”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메모 작성자를 이해한다는 이들은 “97세 노인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 자식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금연을 강요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 “못 피게 하다 돌아가시면 한으로 남을 것” 등의 반응을 남겼다.

지난해 12월 공동주택 내 흡연으로 화재가 발생해 29명의 사상자를 냈다. /게티

공동주택에서의 층간 흡연은 층간소음 문제와 더불어 주민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 요인 중 하나다.

지난 6월에는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실내 흡연 경고문’이 화제가 됐다. 해당 경고문에는 층간 흡연 문제로 벌어진 살인사건 관련 기사 이미지와 함께 "다음엔 너야"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다.

온라인에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살해 협박이다”, “CCTV를 보고 잡아야 한다”라는 우려의 반응과 “솔직히 이해가 간다”, “나도 참느라 힘들다” 등의 입장으로 나뉘었다.

한편에선 지난해 12월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사건을 언급하며 공동주택 내 흡연으로 인한 위험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일은 78세 남성이 방에서 담배를 피운 뒤 제대로 불을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층간 흡연 민원은 2020년에 비해 약 20% 증가했다. /게티

한편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조사한 ‘연도별 층간소음·층간 흡연 민원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층간 흡연 민원은 3만5148건으로 2020년 2만9291건보다 약 20%가량 늘었다.

정부는 2018년 공동주택 입주자가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볼 경우 아파트 경비원이 이를 제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하지만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어 안내방송이나 안내문으로 경고하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서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