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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시간 만에 맞는 간병인 찾아주는 서비스, 케케묵은 간병 시장 혁신한 스타트업

간병인 매칭 플랫폼 코드블라썸 개발기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코드블라썸을 개발한 김민식 대표. /더비비드

‘아플 때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진짜’라고들 한다. 어두운 기운의 전이를 감당하면서 힘든 사람의 옆에 있어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4시간동안 아픈 이의 수발을 드는 간병인도 그렇다. 사명감 없이 돈만 보고서는 할 수 없는 노동이다.

코드블라썸은 아플 때 곁에 있어줄 간병인 매칭 플랫폼이다. 단순 연결만 하지 않는다. 환자의 질병, 입원 병원, 간병인의 특장점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황에 맞는 간병인을 추천해준다. 정확히는 ‘아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돌봐줄 사람’을 찾아주는 것이다. 가족 간병 경험을 토대로 코드블라썸을 개발한 김민식 대표(34)를 만나 창업기를 들었다.

◇가족 간병경험 토대로 사업 구상

첫 창업 아이템이었던 병실용 침구들. /코드블라썸

김민식 대표는 어려움 속에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 “조부모님과 부모님 등 가족 간병을 오래 했습니다. 대학교 3, 4학년을 병원에서 보냈죠. 중환자실에서 시간을 보낼 땐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때 첫 창업을 했어요. 간이 침대 위에 올릴 수 있는 토퍼형 매트리스폼을 판매 및 대여하는 비즈니스였죠. 같은 병실에 입원한 분들이 난민처럼 이불을 들고 오가는 모습이 안타까웠거든요. 이 분들이 잠이라도 편하게 잤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했죠.”

2018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사회적 기업가 과정을 밟았다. 이때 창업에 대한 시각을 바꾸게 됐다. “오직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제 청춘을 쏟았던 간병 경험을 쏟아서요. 대학원 1학년부터 간병인, 보호 경험이 있는 환자 분들을 인터뷰하고 다니며 간병시장을 조사했습니다.”

대학원 재학 당시 모습. /김민식 대표 제공

간병시장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간병인 구인 방식과 거래 방식 모두 재래식이었다. “IT 서비스가 활성화됐지만, 그 당시 애플리케이션(앱) 등 외부 플랫폼으로 간병인을 찾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간병시장의 특수성 때문이죠. 간병인을 찾는 분들은 대부분 연세가 많아 IT 기기를 활용하는데 미숙합니다. 수술을 막 끝내고 너무 아픈 상태인데, 날 돌봐줄 사람을 앱을 다운받아서 찾을 여력도 없습니다. 지인이나 병원의 도움을 받아서 전화로 추천 받는 게 더 빠르죠. 게다가 현금거래 중심이었습니다. 환자가 퇴원일을 밝히지 않아 간병인이 간병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초반부터 이런 깨달음을 얻은 건 아니었다. “처음엔 똑똑케어라는 이름의 매칭 간병인 매칭 앱을 개발해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매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간병시장만의 특징을 알게 되고,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 간병단체에 자문을 구하러 갔는데, 이 생태계를 더 익힐 것을 권하더군요. 일을 배우고 해당 단체로부터 간병인 연결 사업을 넘겨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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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찾을 때 ‘이것’까지 고려해줍니다

코드블라썸 서비스 화면. /코드블라썸

법인명과 서비스명을 ‘코드블라썸’으로 바꾸고 비즈니스를 새 단장했다. 두개의 간병인 단체 브랜드를 두고, 해당 단체에서 환자에게 적합한 간병인을 찾아주는 동명의 서비스를 2023년 론칭했다. 앱은 과감하게 버리고 웹 서비스로 구축했다. 웹 사이트에 환자의 질병 상태, 병원 정보 등을 입력하면 해당 정보를 토대로 적합한 간병인을 추천해준다. 매칭까지 소요 시간은 1~2시간. 환자나 보호자들이 긴급한 상황에 간병인을 찾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간병시장의 특색을 반영해 오프라인 매칭도 운영 중이다.

이용자는 상황에 맞는 간병인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간병인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이식환자, 암환자, 정형외과 환자, 뇌 질환 환자 등 환자의 질병에 따라서 관리해야 할 영역이 다릅니다. 저희는 간병인의 특기와 선호도를 고려합니다. 환자가 입원한 병원도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병원마다 운영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병원 분위기가 맞지 많으면 간병인이 적응에 애를 먹기도 하는데요. 최악의 경우 중도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병원과 제휴를 맺어서 그 병원에 적합한 간병인을 찾아줍니다.”

(왼쪽부터) 간병인 단체와 촬영한 사진, 교육 받고 있는 간병인들. /코드블라썸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마찰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간병인 선발과 교육을 진행합니다. 해외 동포분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요. 매칭 후에는 양측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합니다. 환자들에게도 가이드라인이 왜 필요한지 의아할 수도 있는데요. 간병인에게 의류 세탁, 단순 물건 구매 등 잔심부름을 시키는 분이 많아요. 사실 이런 일은 보호자의 몫인데 말이죠. 정확한 기준을 없어 갈등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간병인의 업무 범위, 서비스 이용 전 과정을 명확히 설명해야 하죠.”

서비스 내에서 정산을 할 수 있고 관련 자료도 제공한다. /코드블라썸

간병이 끝난 후의 절차까지도 신경 썼다. “지금까지는 간병비를 1주일 단위나 퇴원 시 현금으로 주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영수증도 제대로 못 챙기는 상황이었죠. 가격을 두고 입씨름하는 일도 많았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간병비 정찰제를 도입했습니다. 환자의 질병이나 상태에 따라서 일당으로 간병비를 책정했죠. 결제내역서와 간병확인서도 지급하고요. 보험 청구에 필요한 서류도 발급해줍니다. 번거로운 절차 하나를 덜어준 셈이죠.”

관성대로 돌아가던 간병시장에 변화를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간병시장은 기존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굳어 있는 시장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간병인 연결 앱을 만들었다가 사라지는 이유죠. 저희는 서울 주요 병원과 제휴 맺은 간병인 단체를 확보한 덕에 이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휴 병원에서도 만족하는 분위기입니다. 좋은 간병 서비스는 좋은 입원 경험으로 연결되니까요. 팀의 전문성도 한 몫 했습니다. 코드블라썸 팀원 대부분이 IT나 사회복지 분야의 인력입니다. 내부에서 시장 조사부터 개발까지 다 했기에 좋은 서비스가 탄생한 거죠.”

◇꼭 필요하지만, 쓰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서비스

한 행사에서 발표 중인 김 대표의 모습. /코드블라썸

낙후된 간병시장에 시스템과 기술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성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102억원의 누적 거래액을 달성했다. 코드블라썸을 통해 진행된 돌봄을 일수로 환산하면 224년이다. 등록된 간병인은 2700명이다.

서비스의 사회적 필요성도 인정받았다. 2022년부터 카톨릭대와 산학공동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며 2023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돼 인공지능(AI)기반 간병인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 본선에 진출했다.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는 모습. /코드블라썸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회사를 소개하는 자리에 설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든다. “저희 서비스는 꼭 필요하지만, 쓰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힘들 때 사용하는 서비스이니까요. 하루는 병원에서 보호자가 간병인에게 하소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코드블라썸은 멀리서 보면 매칭 플랫폼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람들이 얽혀 있는 하나의 사회란 걸요. 타인의 아픔을 전제하는 건,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IR이나 데모데이를 나갈 때마다 어느 수준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나 깊게 고민합니다. 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이 일을 해야겠다고 늘 다짐합니다.”

미안한 마음이 무색하게 감사의 마음이 한아름씩 돌아온다. “재미있는 일이 많았어요. 어떤 간병인은 아들뻘인 제가 대표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용돈을 쥐여줬어요. 이용자 대부분이 고령자다 보니 지역특산물, 회, 직접 담근 술, 과일, 직접 만든 약밥 등 정이 뚝뚝 묻어나는 선물을 보내오세요. 입원 후 건강을 회복하는 분들도 있지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감사의 말이 돌아옵니다. 아플 때 옆에 있어준 사람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는거죠.”

김 대표는 헬스케어 시장만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드블라썸

간병인 구인 시장을 상향평준화 하는 게 목표다. “당면한 과제는 팁스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갈 길이 멀어요. 저희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이 2~3%에 수준으로 미약한 단계거든요. 협력을 맺지 않은 간병업체나 병원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서 이 생태계를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간병인이 필요할 때 누구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는 서비스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헬스케어 분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평정심을 주문했다. “상상도 못할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이 시장에서는 상식적인게 상식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업계 특성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죠. 가령, 간병시장에서는 간병비를 현금으로 받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간병비를 카드로 받겠다고 나섰으니 다른 기업 입장에서는 이상한 기업으로 보였을 거예요. 헬스케어 시장은 레거시(legacy. 유산이나 전통)가 강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 레거시를 답습하냐 거부하냐, 선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니 내 중심부터 잡아야 합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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