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뇌 빼고 운동하세요" 허리 디스크 고생하던 연대생의 창업 아이디어

더 비비드 2024. 6. 21. 15:31
헬스 초보자를 위한 맞춤 AI 운동 앱 ‘플랜핏’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백현우 플랜핏 대표. 플랜핏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운동 추천 서비스다. /더비비드

개인 트레이너에게 받는 퍼스널 트레이닝은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고, 나에게 맞는 트레이너를 만나는 것도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개인 운동을 택할 경우 ‘운동 루틴’이 새로운 장벽이 된다. 어떤 운동이 내게 맞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초보자들은 쉽게 알지 못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운동 추천 서비스 플랜핏은 이런 불편에 착안했다. AI 개인 트레이너 서비스를 개발한 플랜핏의 백현우(29) 대표를 만났다.

◇아픈 허리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 창업까지

플랜핏은 AI 기반의 퍼스널 트레이닝 서비스다. /플랜핏

플랜핏은 AI 기반의 퍼스널 트레이닝 서비스다. AI 코치가 맞춤형 루틴을 짜줄 뿐만 아니라 올바른 자세와 운동 강도까지 섬세하게 알려준다. 혼자 운동하는 걸 어려워하는 초·중급자가 타깃이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몸무게와 키, 성별과 같은 이용자의 신체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개인에게 적절한 운동을 추천해 준다. 예컨대, 운동에 처음 입문해서 근력이 부족한 여성에게는 4kg 수준의 적은 무게의 덤벨을 15회 정도 하라고 지정해 주는 식이다. 이용자 수준에 맞춰 들 수 있는 무게를 변경하면 추천이 더욱 정교해진다.

백현우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허리디스크와 콤플렉스 극복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더비비드

백현우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허리 디스크에 시달렸다. “공부 때문에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안 좋은 상태에서 축구를 하다가 디스크가 삐져나왔어요. 원래도 허리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상황이 악화한 거죠. 또 아주 마른 몸이 콤플렉스였어요. 허리 디스크와 콤플렉스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올바른 운동, 딱 하나였어요. 하지만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돈도 없었기에 개인 퍼스널 트레이닝은 받지 못했죠.”

허리가 좋지 않아 아무 운동이나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헬스장에서 기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어요.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독학에서 방법을 찾았습니다. 운동 생리학 관련 논문을 읽어가며 분석적으로 연구해 저만의 방법론을 정리했죠. 이를 통해 남들보다 빨리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한 거냐’ 주변에서 가르쳐달라는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나중에라도 '운동 정보 공유를 IT 서비스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스쳤어요. 보다 많은 사람이 효율적으로 운동하면서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언젠가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 긍정적인 파급력을 일으키겠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모습. /플랜핏

2014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내내 창업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결국 군 전역 후 선배와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았는지 보기 좋게 실패했어요. 두 번째 창업만큼은 내가 정말 관심 있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에서 하고 싶었어요. 바로 ‘운동’이었습니다.”

2019년 운동 생활 보조 앱 ‘플랜핏’을 개발했다. “매일매일의 운동 기록을 메모하고, 메모한 내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앱이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아쉬웠어요. ‘기록’은 운동하겠다는 이용자의 의지를 전제로 하잖아요. 보다 많은 사람이 어렵지 않게 운동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0년 11월 운동 루틴 추천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다. “운동 초보자분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게 ‘루틴’이에요. 저야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제 루틴을 찾아 나섰지만 사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트레이너분들을 섭외해서 직접 운동 루틴을 짜주는 형태로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이용자는 헬스장에서 앱을 보고 이를 따라 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동 추천 알고리즘도 개발했습니다. AI 트레이너가 루틴을 짜주는 자동화 서비스죠. 나아갈 방향이 명확해지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샘솟았습니다. 학교생활과 창업을 병행하다가 휴학계를 내고 창업에 올인하기로 했습니다.”

플랜핏의 구성원들. 오른쪽 하단의 첫번째가 백 대표다. /플랜핏

2021년 6월 플랜핏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 설립의 기쁨도 잠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악화하며 위기에 봉착했다. “투자받은 직후인 2021년 7월에 헬스장 영업금지 명령이 떨어졌어요. 헬스장 기구를 이용해야 운동 루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헬스장을 못 가니까 이용자 수가 하루 만에 반으로 뚝 떨어졌어요. 기존 이용자 수도 반토막이 났고 신규 다운로드 수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죠. 열과 성을 다해서 플랜핏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두려웠어요.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돌파구로 찾은 게 홈 트레이닝이다. 2021년 10월 홈트레이닝 루틴 추천 서비스를 출시했다. “코로나로 급증한 홈 트레이닝족에 주목했어요. 이들이 헬스장이 아닌 집에서 앱을 사용하면서 운동하는 그림을 떠올렸죠. 사실 집에도 운동 자원은 충분해요. 덤벨, 철봉 같은 운동 기구의 유무를 사전에 물어보고, 집의 환경에 맞춰서 운동 루틴을 추천해 주는 방식의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집에 아무것도 없다면 맨몸 운동을 추천해 줍니다.”

◇나만의 운동 파트너

헬스장이든 집이든 원하는 장소에서 맞춤형 운동을 추천받을 수 있다. /더비비드

플랜핏의 이용자는 헬스장이든 집이든 원하는 장소에서 맞춤형 운동을 추천받을 수 있다. 타깃 이용자는 초보자다.

전국 헬스장의 운동 장비 정보를 총망라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헬스장 정보는 저희한테 있다고 봐도 됩니다. 군부대 헬스장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로부터 해당 정보를 받았는데,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덕에 중요한 자산이 됐어요. 이용자가 다니는 헬스장 정보를 입력하면 그 헬스장에 있는 기구를 토대로 운동 루틴을 짜줍니다. 더불어 누군가 이미 기구를 쓰고 있다면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체 운동까지 추천해 줍니다.”

핵심 기능은 총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운동 플랜을 추천해 주는 기능입니다. 두 번째는 실시간 AI 코치 가이드 기능입니다. 유저분들이 운동 기록을 해주면 그 기록을 보고 AI가 판단하는 거죠. 이용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운동 시간이 적당한지 실시간으로 판단합니다. 세 번째는 커뮤니티입니다. 자신의 운동 활동 상황을 게시하면 서로 칭찬 버튼을 누를 수 있어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혼자 운동하시는 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반영했어요.”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자신의 운동 기록을 남길 수 있다. /플랜핏

사용자는 키, 몸무게, 생년월일 같은 개인정보만 기입하면 된다. “창업 초반에는 트레이너분들이 루틴을 짰는데 지금은 AI가 이를 담당합니다. 수십만 명의 사용자들이 남긴 운동 기록은 그다음 추천을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데이터가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이전 이용자와 비슷한 후발주자가 유입될 경우 해당 이용자에게 보다 정확하게 추천해 줄 수 있습니다. 비슷한 그룹이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기록이 쌓일수록 추천이 고도화됩니다.”

AI 코치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기능도 넣었다. AI 트레이너는 진짜 트레이너처럼 옆에서 코칭을 해준다. “예를 들어 ‘템포가 느리다면 좀 더 쉬는 시간을 타이트하게 가져갈까요?’ 라든지 ‘지금 무게가 무거워 보이는데 낮춰드릴까요?’라고 말해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추천 무게가 낮아지죠. 운동 계획을 추천하는 알고리즘과는 별개로 실시간으로 운동을 가이드해 주는 데이터를 열심히 쌓은 결과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앱 내의 AI 코치에게 질문하면 된다. 식단 관련 정보까지 알려준다. “이용자가 식단을 공유하면 AI가 영양 성분을 분석해서 좋은 식단인지 판단해 줍니다. 식단을 짜달라고 하면 메뉴까지 짜 줘요. 실제 인간 트레이너가 수행하는 모든 역할을 AI에 적용했습니다.”

백현우 대표. 플랜핏은 ‘뇌 빼고 운동하는 앱’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더비비드

타 서비스와 비교한 플랜핏만의 차별점은 ‘섬세함’이다. “다른 앱을 보면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똑같은 운동 플랜과 가이드를 제공하죠. 하지만 저는 운동 계획과 강도가 개인마다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섬세하게 코칭합니다. 그래야 유저가 큰 가치를 느낍니다.”

‘뇌 빼고 운동하는 앱’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뇌 빼고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는 리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무 생각 없이 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는 의미죠. 대부분의 이용자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고민하면서 운동을 해오다가 플랜핏이 알려주는 대로 하니까 운동이 너무 쉬워졌다고들 하세요. 사람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제대로 긁은 것 같아서 뿌듯해요”

◇낡은 피트니스 시장, 혁신이 필요한 시대

지난 6월 디캠프가 주최한 디데이의 본선에 진출했다. /플랜핏

헬스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덕에 창업 초기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21년 스프링캠프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캠프파이어’에 선정돼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6월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의 본선에 진출했다.

올해 초부터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지는 중이다. 첫 해외 진출지는 미국이다. “큰 미국은 많은 이용자를 모을 수 있는 시장입니다. 피트니스 시장의 규모가 크거든요. 한국에서 잘 해냈으니 글로벌 무대에서도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피트니스 시장을 혁신하는 게 목표다. “피트니스 시장은 오래된 데다 낡았어요. 2000년대 초 헬스장 풍경이나 1980년대 헬스장 풍경이 별반 다를 바가 없죠. 사람들이 운동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없어요. 저는 이 시장에 AI를 적용해 혁신을 이루고 싶어요. 유럽이나 중국, 미국 같은 곳에서는 IT 기술이나 AI를 활용해 스마트하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어요. 원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 쉽고 똑똑하게 운동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지민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