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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리어 이제 끝났다, 포기할 때쯤 골프에 빠져 벌인 일

골프 전용 인솔 개발한 불스원 헬스케어사업부 이영부 본부장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불스원 헬스케어사업부 이영부 본부장. /더비비드

20년 전까지만 해도 연공서열제는 당연한 원칙이었다. 오래 일한 고참일수록 높은 직급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이는 많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이 원칙은 무너져 갔다. 이제는 능력·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불스원 헬스케어사업부 이영부 본부장(56)은 한때 외국계 생활소비재 기업의 영업사원이었다. 서른다섯 살의 나이에 ‘지점장’이란 자리에 올랐다. 남들보다 5~6년은 빠른 속도였다. 거래점 취급률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70여 개국의 지사에까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였다.

이 본부장이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재미를 붙였다. 만들어진 물건을 파는 일에서, 0에서부터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에 뛰어든 지 5년째. 이 본부장을 만나 출발점이 주는 매력에 대해 들었다.

◇비거리 개선, 슬라이즈 교정하는 골프 전용 인솔

밸런스온 베타젤 골프 인솔. /불스원

밸런스온 베타젤 골프 인솔은 골프화 전용 깔창이다. 스윙할 때 두 발을 꽉 잡아줘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게 돕는다. 비결은 단차다. 발바닥의 바깥쪽 측면과 새끼발가락 쪽에 각각 단차를 뒀다.

인솔 바닥면에 2가지 베타젤이 사용돼 어드레스부터 임팩트, 피니쉬까지 모든 순간의 힘을 분산하고 왼발의 중심 축이 무너지는 것을 잡아준다. 인솔에 경사가 생기면서 스윙 시 발의 밀림도 방지한다.

밸런스온 베타젤 골프 인솔을 착용하고 골프 스윙을 연습하는 모습. /불스원

기존 인솔과 비교해 발 접촉 면적이 넓다. 발끝까지 땅을 디디며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특허받은 소재인 베타젤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완화해 준다. 베타젤은 육각형 구조로 균형을 유지하고 체중을 분산하는 신소재다. 그린 베타젤은 충격 완화를, 그보다 단단한 그린 베타젤은 흔들림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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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영업 사원에서 본부장으로

이 본부장은 외국계 회사 영업직으로 일하다 불스원에 합류했다. /더비비드

법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거래처와 대리점을 관리하는 일에서 성과를 내 빠르게 승진했다. “능력을 인정받을수록 이상하게 스트레스도 커져만 갔습니다. 2016~2017년 무렵부터 사직서를 가슴에 끼고 살았던 것 같아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고 느꼈습니다. 은퇴를 결심하고 마침내 사직서를 제출했죠.”

퇴직 후 자동차용품 전문 기업인 불스원의 합류 제안을 받았다. “대리점 채널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더군요. ‘내가 할 일이 더 있구나’란 생각에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결정을 정말 잘했다고 느낀 건 작년이었어요. 헬스케어 사업부 본부장 자리를 맡으며 특정 제품의 기획부터 개발·마케팅 등을 모두 담당하게 됐거든요. 내 인생에서 겪어보지 않았던 일을 마주하면서 불안함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불스원의 헬스케어 사업부는 자동차용품과는 완전히 별개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밸런스온’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며 특허 기술인 베타젤을 중심으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베타젤은 벌집 모양으로 충격 흡수에 최적화된 구조물입니다. 방석, 신발 깔창 등으로 활용하고 있었죠. 여기에 좀 더 타깃층을 세분화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관심 있던 분야인 ‘골프’에 집중해 골프인을 위한 신발 깔창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밸런스온 베타젤 골프 인솔 개발 노트

1. 장인 섭외를 위해서라면, 삼고초려도 불사

백년소공인 신발제작연구소 송동섭 대표가 발 모형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 30년 이상 경력의 송 대표는 불스원 헬스케어사업부와 손을 잡고 베타젤 골프 인솔을 개발했다. /불스원

‘기능성 골프 인솔’이란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전문가의 힘이 필요했다. “신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부산’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수제화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죠. 30년 이상 부산에서 수제화를 만든 장인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보고 무작정 찾아갔는데요. 골프 인솔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거절하시더군요. 본인의 브랜드가 이미 있는 상태였고 그 브랜드에 더 전념하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거절의 말을 듣고 뒤돌아섰지만 이대로 끝이란 생각이 들진 않았다. “오랜만에 찾은 부산 수제화 공단이 전 같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중국으로 생산 공장을 옮긴 곳이 많았고, 그나마 남은 업체들도 많이 영세해 보였죠. 다음에 부산을 찾았을 땐 그 부분을 강조하며 말했습니다. 함께 개발한 골프 인솔 제품을 성공시키면, 부산의 여러 신발 관련 하청 업체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죠. 그렇게 몇 차례 더 만남을 가졌더니 결국 제 손을 잡아주시더군요.”

2. 숫자로 확인해라

3차원 모션 분석 스윙 시 골반, 어깨 중심 변화를 수치로 확인했다. /불스원


골프 인솔 개발에 1년 4개월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골프 인솔은 일반 인솔에 폼을 한두 개 덧댄 정도였는데요. 그보다 더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솔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인솔 전면부에는 체중을 분산해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린 베타젤을, 사이드면과 뒷축과 같이 힘을 강하게 받는 위치엔 단단한 그레이 베타젤을 넣어 완벽하게 밀림을 잡아주도록 설계했습니다. 바닥 충격을 흡수하는 솔라폼과 저경도 폼(EVA), 발목의 뒤틀림을 줄여줄 고경도 폼 (EVA)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미끄럼 방지 패드까지 포함해 6중 레이어 구조를 만들었죠.”

원리는 단순했다. 발바닥의 바깥쪽 측면과 새끼발가락 쪽에 경사를 줘, 골프 스윙을 할 때 발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는 원리다. “여러 차례의 내부 테스트 결과 몸을 지지해 주는 힘과 충격을 흡수하는 정도를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해야만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힘의 중심 값을 COP(Center of Pressure)라고 한다. 부산테크노파크에 의뢰해 기본 인솔 착용 시와 밸런스온 베타젤 골프 인솔을 착용했을 때 COP를 비교했다. “몸의 좌우 흔들림 범위(COP)는 20.15% 개선되고, 테스트 참여 인원 전원의 비거리가 평균 5m 길어졌습니다. 페어웨이 안착 범위는 최대 8.8m까지 개선됐어요. 숫자로 증명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결과죠.”

3. 원가 협상, 포기할 땐 포기할 줄 알아야

국가 공인 기관에 의뢰해 기본 인솔 착용 시와 밸런스온 베타젤 골프 인솔을 착용했을 때 COP(Center of Pressure)를 비교했다. /불스원

최종 샘플을 받고 출시를 앞둔 상황. 생각보다 높은 원가에 부산의 공장을 다시 찾아갔다. “원가 협상을 할 심산이었어요. 그런데 골프 인솔이 만들어지는 공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 살펴보고 나니 깎아달라는 말이 도저히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않더군요. 골프 인솔 개발과 생산을 책임졌던 장인은 ‘신발 한 켤레 만드는 정도로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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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재를 아끼거나 공정을 단순화할 생각도 접었다. “원하는 정도로 원가를 낮추겠다는 생각만으로 제품의 질을 낮출 순 없었습니다. 제품력을 충분히 갖춘다면 가격이 다소 높아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 확신했죠. 그렇게 2024년 3월 밸런스온의 기능성 골프 인솔을 정식 출시했습니다.”

4. 제조사의 관점에서 소비자의 관점으로

팀원들과 베타젤 골프 인솔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회의하는 모습. /불스원

마케팅 전략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이전엔 특허 기술인 베타젤이란 강점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제일 좋아 보이는 부분을 강조했던 전략이었죠. 순서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 기술이 소비자에게 어떤 효능감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전달한 후 기술 개발기나 원리를 설명하기로 했죠. 한마디로 ‘기능이 광고의 소재가 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운 겁니다.”

최근 들어서는 ‘밸런스온’이란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마케팅 용어로 하면 4P(기업 중심 접근법)에서 4C(소비자 중심 접근법)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단순 제품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재구매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등을 고려한다고 볼 수 있죠. 튼튼한 골프 인솔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밸런스온의 건강한 이미지를 알아주는 소비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콩닥콩닥 떨리는 마음

이 본부장이 취임한 이후 방석, 골프 인솔 외에도 베개, 펫 시트, 리빙시트 등 제품군도 넓혀가고 있다. /더비비드

이 본부장이 취임한 이후 방석, 골프 인솔 외에도 베개, 펫 시트, 리빙시트 등 제품군도 넓혀가고 있다. “동일한 제품을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판매하면 제자리걸음일 뿐입니다. 변화가 필요해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라인업을 확장하는 겁니다. 신상품 개발에 손을 뗄 수 없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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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쉰여섯에 하루하루 설렘을 느끼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설렐 일이 없어요. 새로울 게 없거든요. 밸런스온은 제게 설렘을 줬습니다. 25년간 영업만 하던 제가 밸런스온 헬스케어사업부에 오면서부터 구매, 원가분석, 생산, 마케팅 등 전 과정을 밟게 됐어요. 이런 설렘을 더 오래 느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선보일 겁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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