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품 한우물만 파는 케이원글로벌모터스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창문을 활짝 열고 겨우내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와 묵은 때를 말끔히 청소할 때다. 창틀, 운동화 밑창, 차량 등 집집마다 찌든 때를 닦아낼 곳 투성이다. 청소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세제 없이 물만 묻혀 청소할 수 있는 청소용품을 개발해 수출까지 하는 케이원글로벌모터스의 김석원 대표를 만났다.
◇나노 소재로 얼룩 제거
케이원글로벌모터스의 대표 상품 다딱은 PVA 소재를 나노 크기로 잘게 쪼개 만든 청소 용품이다. 표면의 결이 아주 미세해서, 느낌이 무척 부드러운 수세미라 생각하면 된다. 더러운 곳의 때를 벗기는 부드러운 청소용 이태리타월 같다.
반면 결이 굵고 억센 기존 수세미는 결이 닿는 부분은 상처가 날만큼 강하게 지나가지만, 결과 결 사이가 넓어서 닿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여러 번 문질러줘야 청소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닿는 곳마다 상처가 나기 쉬우면서, 청소는 잘 안돼 세제를 써야 한다.
어떻게 보면 무척 간단한 발상이다. 다딱은 결을 매우 미세하게 만들어서 몇 번 문지르면 거의 빈 틈 없이 오염 부위를 청소할 수 있게 했다. 김석원 대표는 “얼룩이나 때는 오염 입자가 어떤 표면에 붙어서 생기는 것”이라며 “물만 묻혀 문질러주면 나노 소재가 표면에서 오염 입자를 분리시킴으로써 쉽게 얼룩이나 때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출시 1개월 만에 1만개가 팔렸다. 생산은 중국에서 하는데,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과 일본, 미국 등에 수출도 한다.
밀땡 클리너는 창틀에 끼운 후 문을 밀고 당기기만 하면 쉽고 간편하게 외부 유리를 청소할 수 있는 도구다. 제품을 창문 사이에 끼우기만 하면 힘들고 위험한 외부 창문 청소를 내부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다. 낙하방지줄로 제품을 고정하면 고층에서도 안심하고 사용 가능하다. 1차 극세사 패드와 2차 얼룩 제거용 패드, 패드 고정 키트가 하나의 구성이다.
초극세사 융 패드가 청소 효과를 높여준다. 초극세사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보다 얇은 섬유를 미세가공한 섬유를 뜻한다. 먼지, 이물질 등의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내장재인 메모리폼 부분의 두께감이 두터워 창틀 사이 간격이 넓어도 추가 패드 없이 청소할 수 있다. 패드 부분의 탄력성과 복원력도 좋다.
◇자동차밖에 몰랐던 자동차 매니아
‘자동차 덕후’였다. 자동차 부품 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 영향이었다. 아버지처럼 자동차를 업으로 삼기로 했다. 24살이던 1994년 차 좋아하는 친구 4명을 모아 경북 안동에 자동차 용품 회사를 차렸다. 자동차 액세서리 판매 등을 했다. 오래가진 못했다. “경험이 짧았으니까요. 3년 정도 하다가, 관두고 각자 길을 가기로 했어요. 전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용품 회사에 들어가 10년 정도 영업을 했다. 전국 각지에 있는 거래처를 돌아다니며 자정 넘는 퇴근을 불사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문득 못 다 이룬 사업의 꿈이 다시 떠올랐다. “사장님 찾아가 ‘사업을 다시 해보고 싶다’ 말씀드렸습니다. 흔쾌히 응원해 주시더군요. 큰 힘이 됐습니다.”
2007년 회사를 차려 자동차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몇몇 제품이 히트를 치면서 전문 업체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일반 생활용품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USB 방식 전원이 널리 쓰이면서 생활용품을 차에서, 차량용품을 집에서 쉽게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차량용품과 생활용품의 경계가 없어진 거죠. 자동차가 생활의 일부인 것을 생각하면 당연합니다.”
◇해외 박람회에서 아이디어
제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직원들과 해외 박람회를 자주 찾는다. 한 자동차 클리닝 전문회사의 부스를 가게 됐다. 나노 원단으로 만든 청소용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설명을 들으면서 가정에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노 원단을 입수해 가공을 해서 실험해 봤다. 물만 묻혀 청소했는데 얼룩이 잘 벗겨졌다. 느낌이 왔다. “화학약품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화학세정제가 피부에 닿으면 금세 빨갛게 부풀어 오르죠. 그래서 집에서 청소를 별로 도와주지 못했는데, 이걸 가정용으로 출시하면 나 같은 사람도 청소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노 입자에선 세균이 서식하기 어려워 청소 후 용품 자체를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제품화 과정을 거쳐 출시하고 마케팅을 했다. 집안 바닥이나 창틀·벽, 가구·가방 같은 용품, 자동차 등 모든 곳을 닦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다딱’이라 이름지었다. “세제보다 중요한 게 닦는 도구입니다. 도구가 안좋으니 세제의 힘을 빌리는 거죠. 이 포인트를 강조하면서 여기 저기 안다니는 곳이 없습니다. 그 결과 온라인몰 등에서 첫 달에만 1만개 넘게 팔았습니다. 20만개 이상 판매가 목표입니다.”
그간 못했던 집안 청소를 도맡아 한다. “아내가 많이 좋아합니다. 매출도 올리고 집안 분위기도 좋아지고. 감사할 일입니다.”
◇매출 50억원, 직원이 행복한 회사가 목표
다딱의 성공을 발판으로 연이어 신제품을 출시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아지니까 아내가 베란다, 창문 유리를 청소하는 걸 힘들어했어요. 여기 착안해 외부 유리를 청소할 수 있는 도구 ‘밀땡 클리너’를 만들었습니다. 제품을 창문 사이에 끼우기만 하면 힘들고 위험한 외부 창문 청소를 내부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초극세사 융 패드가 먼지를 빈틈없이 닦아줘요.”
자동차 덕후 답게 차량용품도 출시했다. “짝펴는 기존 삼각대의 한계를 보완한 안전 표지판입니다. 반사 기능이 있는 형광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표지판을 펼쳐 위아래에 달린 자석으로 트렁크에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하단에 고리가 달려있어 범퍼에 고정할 수 있죠. 차가 멈춰 선 직후 짝펴 표지판을 먼저 트렁크에 설치하면 뒤따르는 운전자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삼각대 설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요.”
직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경영의 1원칙이다. “9명 직원 중 3명이 10년 이상 일한 장기근속자입니다. 이들을 포함한 직원 모두가 저희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죠. 대표인 저보다 큰 역할들을 합니다. 이분들이 열심히 일했기에 지금까지 버텨 왔습니다. 덕분에 50억원 매출을 돌파했는데요. 올해는 직원들과 함께 하는 성장에 더 집중하려 합니다. 직원이 만족하면서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매출보다 중요한 건 직원들의 행복이에요. 회사 성장과 더불어 직원들 행복까지 챙길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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