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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 달만에 매출 1.5억원, 두 청년 농부가 농촌을 혁신한 방법

청년 농부들의 농촌 사업기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농촌에서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40대 미만 청년 농가 경영주들이 전체(103만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1만2000가구)에 불과하다. 반면 60대 이상 농가 경영주는 73.3%에 달한다. 고령화 현상과 청년 이탈, 인구 절벽 등 농촌에 ‘3중고’가 맞물리면서 5년 뒤면 ‘100만 농가 붕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매실과 감 농사를 짓는 김기명농업회사법인 농담 대표와 무화과와 고구마를 재배하는 김희화 햇살팜 대표. /농담, 햇살팜

농가 소멸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찯은 청년 농부들이 있다. 경상남도 하동에서 매실과 감 농사를 짓는 김기명(30) 농업회사법인 ‘농담’ 대표, 전남 영암군에서 무화과와 고구마를 재배하는 김희화(30) ‘햇살팜’ 대표 이야기다. 20대 중반에 농사에 뛰어든 두 대표는 지난해 오픈마켓 쿠팡에 입점해 단기간에 1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청년 농부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실∙감 30t 완판, 무화과 이틀 만에 매진’의 비결

감을 따는 중인 농담의 김기명 대표. /농담

“얼마 전에도 대봉감 3t을 출하해 쿠팡으로 보냈어요. 봄∙여름에는 매실, 가을∙겨울에는 감을 팔아 1억5000만원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우리 매출의 20%에 이르죠. 지금까지 매실 20t, 감 13t을 비롯해 30t 이상이 완판됐어요.”

김기명 대표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초반 기억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2014년 부모님이 운영하는 매실 밭을 이어받아 농사에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매실 판매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어요. 당시 일부 방송에서 매실이 부정적으로 보도되면서 300t이었던 생산량이 150t으로 반토막 났죠.”

해가 지나면서 판매 부진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판로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유통 대부분을 식자재를 파는 지역 협동조합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오픈마켓에 진출했고 이에 맞춰 상품을 다각화했다. ‘매실 장조림’, ’매실 엑기스’, ‘매실장아찌’ 등을 쿠팡 새벽 배송을 통해 판매하면서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무화과를 재배 중인 김희화 대표. /햇살팜

요리사로 일하다 2014년 농사에 뛰어든 김희화 대표는 부모가 20년간 일군 무화과와 고구마밭을 이어받았다. 매년 8~10월은 무화과,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고구마를 수확한다. 김 대표는 상품을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만 유통하다, 지난 9월 쿠팡에 진출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두 달 반 동안 1억5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매일 200kg~1t의 무화과를 출하했는데 오픈마켓에선 이틀 만에 매진되곤 했어요. 무화과 작황이 좋아 생산을 많이 할 수 있었다면 훨씬 큰 매출을 올렸을 것 같아요.”

김희화 대표가 오픈마켓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고충’이었다. “농가에 청년이 귀하다 보니 지자체에서 대출 이자 지원 등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데요. ‘판로 개척’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편입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판매처가 마땅치 않은 농사는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지역 오프라인 장터 등으로 판로를 확대해봤지만, 수확량보다 소비가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픈마켓을 시작했더니 전국에서 주문이 쏟아졌어요.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보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누구라도 빨리 시작할 수 있죠.”

◇신선도 유지에 최적인 온라인 유통

제품을 포장 중인 농담 직원들. /농담

두 청년은 완판 비결로 신선도를 꼽았다. 이들이 재배한 상품은 통상 오후 1~2시 출고되며 쿠팡 간선차를 통해 전국에 새벽 배송된다. 농가에서 상품의 검수 및 검품을 진행하고 송장도 붙여 배송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상품의 검품 및 검수, 송장 처리를 전담하는 직원도 별도로 고용했다.

“보통 농가에서는 농부들이 제품을 박스에 담아 도매업체에 보내는 일만 해요. 그런데 오픈마켓을 시작하니까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형태의 상품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신선도가 핵심인 매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겁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꼼꼼하게 포장된 햇살팜의 무화과. /햇살팜

김희화 대표의 무화과의 경우 당일 수확, 당일 출고가 원칙이다. 무화과는 복숭아, 딸기처럼 신선도가 상품의 생명을 좌우한다. 0~7도 사이의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물러지거나 상하기 십상이다.

“오픈마켓으로 유통하는 상품에 냉매제를 같이 포장해 신선한 상태로 판매합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무화과는 물류센터에서 별도의 포장 작업을 반복해 매대에 진열되면서, 신선도가 떨어지기 쉽죠. 이렇게 신선도가 떨어진 상품은 제때 유통하지 못하면 헐값에 팔 수밖에 없습니다.”

김기명 대표는 과거 신선도가 떨어진 제품을 소매가의 50% 가격으로 각종 가공 공장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현재 발전된 형태의 포장 과정. /농담

배송 과정에선 실수 없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과일 박스를 공산품과 섞어서 취급하는 회사들이 있어요. 무거운 쌀 포대가 감 박스를 짓누르는 식이죠. 다행히 제가 입점한 오픈마켓에선 팔레트(pallet∙물건을 적재하는 받침대)를 써서 안전하게 적재해 배송합니다.”

◇성공 셀러의 오픈마켓 플랫폼 활용법

햇살팜의 무화과 샌드위치. /햇살팜

김희화 대표는 오픈마켓 도전에 한 차례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매달 광고비를 1000만원씩 들여 무화과를 1년 간 광고했지만 고객 유입이 거의 없었습니다. 매출보다 광고비가 더 많이 나갔죠. 농사에 집중해도 모자란데 온라인 마케팅 교육 몇 번 듣는 수준으로 전문성이 쌓이지 않더군요. 자본이 부족한 제게 너무 높은 벽이었습니다. 주문 발생 시 택배를 직접 처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타 택배업체를 이용할 때 제품 가격의 20% 정도를 물류비로 추가 부담해야 했죠.”

이후 선택한 새벽 배송 시스템은 청년 농부들의 온라인 운영 수고를 덜어줬다. 상세페이지 제작부터 제품 노출, 고객 서비스(CS)와 배송도 지원한다. 이전에 몰랐던 서비스들이다. 한 번 실패를 통해 오픈마켓 활용법을 알게 됐다.

“쿠팡의 경우 샘플 상품을 직접 촬영해서 앱에 업로드해주고 노출도 해줍니다. 유입 고객에게만 충실하면 되기에 굳이 다른 플랫폼에 열과 성을 다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제 상품의 신선도와 맛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온라인셀러에 도전하는 분들은 오픈마켓의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통으로 농업 혁신, 올해 매출 5억원 목표

트럭을 탄 농담의 직원들. /농담

청년 농부들이 성공한 또 다른 비결은 소비자의 피드백이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도매 업체에 제품을 납품할 땐 최종 소비자의 반응을 알기 어려웠다. 개선점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오프라인 입점 후 ‘무화과가 너무 무르다’, ‘너무 단단하다’, ‘당도가 부족하다’는 등의 리뷰를 보고 소비자의 힘을 실감했어요. 리뷰를 바탕으로 적당한 경도(經度)로 무화과를 수확할 환경과 조건을 개선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제 상품에 훨씬 큰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두 청년의 올해 오픈마켓 매출 목표는 5억원 이상이다. “이커머스 유통과 농업의 결합으로 농업의 비전과 잠재력이 더욱 커지고 있어요. 이렇게 선진 이커머스 유통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생산을 담당하는 농가는 이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청년들이 중간다리 역할을 할 필요가 있어요. 최첨단 기술에 익숙한 2030 청년들이 농사에 도전해볼 때입니다. 아직 농촌의 미래는 밝습니다.”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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