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관두고 물려 받은 가업, 13만원 무선 청소기로 130억 매출 대박

2026. 2. 2. 13:45인터뷰

가성비 생활가전 브랜드 쿠오레 창업 스토리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본보기가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본 콘텐츠는 광고성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온라인몰 판매 가격에는 몰 운영 등을 위한 판매 수수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유이테크 김찬용 이사. /더비비드

살면서 ‘계산’이 가장 필요할 때는 물건을 사고팔 때다. 좋은 물건을 싸게 샀을 때 느끼는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유이테크 김찬용(34) 이사는 소싯적에 계산기를 꽤나 두드렸다. 삼일회계법인에서 3년간 회계사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그는 탄탄한 커리어를 뒤로하고 가업에 합류해 자사 생활가전 브랜드 ‘쿠오레’를 키워내고 있다. 숫자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를 만족시킬 가전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국 마트와 중국 공장을 수없이 찾아다녔다. 김 이사를 만나 회계사에서 가전 브랜드 기획자로 변신한 이야기를 들었다.

◇100만원대 못지않은 국내 개발 무선 청소기

생활가전 브랜드 쿠오레의 무선청소기 ‘COVA-S’. /유이테크

생활가전 브랜드 쿠오레의 무선청소기 ‘COVA-S’는 한국인의 청소 습관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본체 무게가 약 2.2㎏에 불과해 손목에 가는 무리가 덜하다. 높은 곳이나 좁은 틈새도 가볍게 청소할 수 있다. 고성능 BLDC(브러시리스) 모터를 탑재해 최대 250W(와트) 수준의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작은 먼지는 물론 쌀알이나 고양이 모래까지 무리 없이 빨아들인다.

​미세먼지 배출을 차단하기 위해 3단계 필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큰 먼지는 스틸 필터가, 작은 입자는 스펀지 필터가 걸러낸다. 마지막 단계에서 H13급 헤파필터가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먼지를 99.97%까지 차단한다. 먼지통은 하단 버튼 하나로 열리는 원터치 방식을 채택해 뒷정리가 간편하다. 충전과 보관이 동시에 가능한 스탠드형 거치대를 기본으로 제공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회계사 타이틀 대신 택한 가업 승계

애리조나대 전경(왼쪽)과 졸업식 기념사진. /김찬용 이사 제공

2017년 미국 애리조나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듬해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 금융업감사팀에 입사해 커리어를 쌓았다. “시중 은행들의 내부 회계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주로 투입됐습니다. 회계 공부를 많이 했다고 자부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기업의 생태계는 또 다른 배움의 연속이었죠.” 

유이테크는 그의 아버지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과 함께 일군 회사다. 김 이사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물류 아르바이트를 하며 애정을 쏟아온 곳이다. “방학 때마다 컨테이너 상하차 작업을 돕거나 해외 바이어와의 통역 업무를 맡았습니다. 아버지는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가져오자’는 철학이 있으셨어요. 중국 제품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던 시절부터 고품질 제품을 발굴해 유통하셨죠. 저 역시 경영에 도움이 되고자 회계 전공을 택했을 만큼 늘 합류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삼일회계법인 앞에 선 김 이사. /김찬용 이사 제공

회계사로 일한 지 3년이 되던 2021년, 유이테크의 신사옥 이전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창고 6동을 갖춘 대규모 사옥에서 아버지의 오른팔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입힐 적임자가 필요했습니다. 안정적인 회계사의 길을 가는 것보다 평생을 바친 아버지의 동력을 이어가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어요. 6개월간의 치열한 고민 끝에 결심을 굳혔죠. 젊은 감각으로 자사 브랜드의 입지를 다져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쿠오레 무선 청소기 개발노트

1. 총판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 브랜드를 키워라

김 이사가 쿠오레 무선 청소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더비비드

오랜 기간 중국 대기업 가전의 한국 총판을 담당했지만 자사 브랜드인 ‘쿠오레’ 강화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세계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대기업 브랜드들도 총판 에이전트 중심의 시장 운영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5년 넘게 파트너십을 이어오던 협업사와의 거래가 종료된 것이 큰 전환점이 됐죠. 그간 총판 사업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우리만의 브랜드를 키우는 데 소홀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분석했습니다.”

입소문을 통해 성공한 소형 브랜드들의 사례를 분석하며 쿠오레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성공하는 소형 브랜드들은 특정 카테고리에서 꾸준히 신뢰를 쌓거나 확실한 스타 제품을 보유하고 있더군요. 우리도 2010년대에 탄생한 ‘쿠오레’를 통해 그런 성과를 내야 한다고 봤어요. 과거 계절 가전에만 치중됐던 라인업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연중 내내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험적인 도전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아이템이 ‘무선 청소기’였습니다.”

​2. ‘모호한 불편함’을 잡아라

배터리를 손등 위쪽으로 옮기고 둥근 형태로 디자인했다. /유이테크

중국 공장을 수차례 방문하고 국내외 수십 종의 청소기를 직접 체험했다. 사용자들이 느끼는 모호한 불편함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른데 시중의 청소기들은 대부분 규격화된 금형으로 찍어내다 보니 팔의 각도나 무게감에서 오는 불편함이 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논문을 참고하고 대형 마트의 모든 진열 상품을 하나하나 돌려보며 연구를 거듭했는데요. 마침내 한국인의 평균적인 청소 자세에 가장 적합한 최적의 길이, ‘1100㎜’를 찾아냈을 때 비로소 확신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길이를 맞추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장시간 청소에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무게 중심을 구현했다. “길이 조절 기능을 넣으면 가격이 오르고 내구성이 떨어지기에 대신 무게 중심을 바꾸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배터리가 아래에 있으면 계속 기기를 들어 올려야 해서 팔이 아프죠. 배터리를 손등 위쪽으로 옮기고 둥근 형태로 디자인했더니 체감 무게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3. ‘오답 소거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여라

테스트했던 무선 청소기 샘플들. /김찬용 이사 제공

‘오답 소거 방식’을 개발 과정에 도입했다. 배터리 위치와 흡입력, 브러시 엉킴 등 제품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지워갔다. “손잡이의 형태와 각도, 버튼의 위치 등 직접 만졌을 때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분은 과감히 오답으로 분류해 배제했습니다. 웬만한 청소기들이 소음은 적고 흡입력은 강한 BLDC 모터를 기본으로 쓰고 있어요.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했습니다.”

가정용으로 최적인 250AW의 흡입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내부 설계를 보강했다. “흡입력이 너무 강하면 소음이 커지고 너무 약하면 성능이 떨어지기에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콩알이나 고양이 모래 같은 큰 입자는 물론, 끈적임이 남기 쉬운 설탕이나 아이스티 가루까지 완벽히 흡입하는지 수십 번의 테스트를 거쳤는데요. 구성품을 늘리기보다 필터를 2개 더 추가해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기본기에 집중했습니다.”

​4. 제조 공장의 ‘위생’이 곧 품질의 기준이다

중국 공장을 직접 방문해 위생부터 최신 장비 도입 현황 등을 확인했다. /김찬용 이사 제공

제조사 선정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합리적인 소비자가격을 위해선 중국 생산이 불가피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제조사를 찾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공장 관계자들은 유리한 정보만 제공하기 마련이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요. 중국 최대 수출 박람회인 켄톤페어 현장에서 각 기업 담당자의 전문성과 태도를 살폈습니다.”

결정적 기준은 작업장의 위생 상태와 불량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 수준이었다. "영세하거나 지저분한 환경에서 생산된 제품은 양산 과정에서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후 관리팀의 운영 현황과 최신 장비 도입 여부까지 현장에서 꼼꼼히 평가한 뒤에야 최종 제조사를 결정했는데요. 현장 관계자와 끈질긴 소통 끝에 품질에 대한 확신을 얻었고, 2025년 9월 마침내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진심을 담은 가전으로 제품군 확장

유이테크의 생활 가전 제품들에 둘러싸인 김 이사. /더비비드

2025년 유이테크의 매출은 130억원이다. 과거 70%에 달했던 총판 매출 비중을 줄이고 자사 브랜드인 쿠오레의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탈리아어로 ‘마음’을 뜻하는 쿠오레라는 이름처럼 제품과 가격에 진심을 담겠다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동식 에어컨과 음식물 처리기 등 다양한 신제품 개발을 통해 생활 가전 전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젊은 리더로서 근속 연수가 긴 베테랑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일할 때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편인데요.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직원들 덕분에 힘을 얻고 있어요. 올해 결혼을 앞두고 가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든든한 가장이 되고 싶은 마음을 제품에도 그대로 투영할 겁니다. 유이테크만의 기술과 진심을 담아 세상 모든 가정이 편리함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