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0. 14:29ㆍ인터뷰
글로벌 의료관광 플랫폼 스타트업 '킵코퍼레이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기회는 국경을 가린다. 이런 간극은 의료관광 산업을 키우는 촉진제가 됐다. 태국 같은 의료관광 강국에서는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시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킵코퍼레이션의 박건수(32) 대표는 한국의 의료 서비스 수준이 높지만, 의료관광은 그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봤다. 외국인 의료관광객과 한국의 우수 병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든 계기다.
◇한국 의료관광 필수 앱

킵코퍼레이션의 이뿌다(iipuda)는 인공지능(AI) 기반 K-헬스케어 및 뷰티 플랫폼이다. 외국인 의료관광객과 한국의 병원 및 뷰티숍을 연결한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이뿌다 웹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희망 시술, 위치 등을 기반으로 적합한 병원을 추천받고 예약할 수 있다. 병원을 여러 군데 추천하고 견적도 받을 수 있어서 비교, 분석 후에 결정하면 된다.
병원은 전용 대시보드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 및 관리하고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다. 플랫폼 내에서 예약금을 받을 수 있어서 노쇼(No-show) 우려가 없다. 병원 홍보 영상을 제작해줘서, 홍보 및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피부과, 성형외과로 출발한 이뿌다는 치과, 정형외과, 안과 등으로 진료 영역을 확대 중이다.
◇서울에서 가장 잘 하는 피부과가 어디야?

박 대표는 유학파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인간중심설계공학을 전공했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후 중국의 칭화대에서 교환 연구생 생활을 했다. 졸업 후에는 SK C&C에서 UX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신약 개발, 데이터 거래소, 헬스케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비즈니스 감각을 익혔다.
직장 경험이 쌓일수록 ‘내 일’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창업을 위해 정든 회사를 떠났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앤틀러 코리아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됐습니다. 이곳에서 공동창업자인 이소정 약사를 만나 킵코퍼레이션을 설립했죠. 첫 아이템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춰서 영양제를 추천하고 판매하는 서비스였습니다.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면 잘 될 줄 알았는데요. 돈 버는 건 또 다른 문제였어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사업 모델을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오랜 해외 생활이 차기 아이템의 힌트를 줬다. “해외에 있을 때도 병원 문제는 늘 한국에서 해결했어요. 한국은 의료비는 합리적인데 서비스의 질은 매우 높거든요.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그렇지 않았어요. 한국 성형외과를 알아보던 중국인과 대만인 지인들이, 부작용 사례가 많은 병원을 선택하려는 걸 보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검증된 한국의 의료 인프라를 해외 소비자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 추천, 예약, 사후관리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시장 상황과 수요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신사, 강남, 이대, 홍대 등 외국인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가 인터뷰했다. 의료관광객들이 처한 문제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중국인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의 주요 예약 채널에 접근조차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구조는 병원 정보 문턱을 높이고, 결제나 사후관리까지 어렵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방흡입 중 외국인 사망’ 같은 뉴스는 한국 의료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전하고 투명한 의료관광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 불법 브로커, 허위광고 같은 그늘을 걷어내고, 병원과 환자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공장식 대형병원이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가 늘 아쉬웠어요. 가격 경쟁이 시작되면, 실력이 아닌 가격이 중요한 잣대가 되거든요. 그럼 진짜 실력 있는 로컬 병원들이 빛을 보지 못합니다.”

플랫폼 입점 기준을 병원의 규모가 아닌 의사의 실력과 진정성에 뒀다. “피부과는 상담 의사가 직접 시술하는 곳일 것, 성형외과는 전문의 상근, CCTV 운영, 마취 전문의 근무, 고스트 닥터 금지 등 세부 기준을 철저히 적용했습니다. 병원 간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역을 기준으로 동종 병원의 입점 수를 제한하는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입점 병원의 수보다 의료의 질이 저희 서비스와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를 세우는 길이니까요.”
AI로 실시간 소통을 도모하면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병원은 의료 특화 외국어 번역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병원 내 외국어 가능 인력 없이 병원 실장만으로 외국어 상담이 가능합니다. 플랫폼 내에 예약금 받기 기능이 있어서 노쇼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챗GPT 등 생성형 AI의 추천 영역에 파트너 병원이 노출될 수 있도록 검색 엔진 최적화(SEO), 답변 엔진 최적화(AEO) 기반 홍보 시스템을 병행 중입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지원사업을 통해 AI를 고도화하고 있어요. 이용자 맞춤형 병원 추천 자동화 시스템을 본격 도입할 구상이죠.”

이뿌다는 의료관광 시장의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다양한 효용을 제공한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신뢰할 수 있는 병원과 업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탐색 시간이 크게 줄고, 예약 절차도 간편하죠. 병원은 외국인 환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의료관광 유치사업자는 제휴 병원을 널리 알리고, 통합된 상담·예약 기능으로 편한 관리가 가능합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AI가 있습니다. AI는 실장은 상담에, 의사는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 작동합니다. 각자가 전문분야에 집중할 수 있죠.”
◇한국의 우수한 의료 수준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이뿌다는 내실을 다지며 탄탄하게 성장 중이다. 누적 상담 건수는 1000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1억5000만원으로, 절대적으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다. 서비스의 필요성도 인정받았다. 유명 액셀러레이터 앤틀러(Antler)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한국관광공사, 서울시 강남구 등 공공부문과 협력 중이다.
내년까지 파트너 병원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엔 치과도 입점했다. 정형외과, 안과 등으로 의료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의료에 만족하고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게 곧 이뿌다가 존재하는 이유죠. 한국의 우수한 의료 수준과 합리적인 가격을 세계에 알리고, 안전하고 투명한 의료관광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웰니스 시장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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