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8. 09:36ㆍ인터뷰
마케팅 자동화 설루션 개발
'여명거리' 김여명 대표

디지털 마케팅은 소상공인에게 어려운 숙제다. 제품과 서비스는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어도, 사회관계망서비스(소셜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은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소상공인을 돕고 싶었던 여명거리의 김여명(30) 대표는 인공지능(AI) 속에서 해법을 찾았다. 홍보 문구와 적합한 이미지를 제작하고, 소셜네트워크에 업로드까지 해주는 자동화 설루션을 개발했다.
◇1인 창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AI 기반 소셜 마케팅 에이전트

여명거리의 오토케(autoke)는 마케팅 인력이나 역량이 부족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는 AI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유저가 회사 홈페이지나 제품 정보가 담긴 웹페이지 링크를 입력하면, 웹사이트의 내용을 기반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X(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에 업로드할 콘텐츠를 즉시 생성한다. 콘텐츠 생성뿐만 아니라 업로드까지 자동으로 처리해줘 별도의 작업이 필요 없다.
오토케의 가장 큰 차별점은 페이스북 같은 기술제공 기업의 정식 허가를 받은 서비스라는 점이다. 소셜네트워크상에서 가장 화두인 키워드를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점 역시 경쟁력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여러 기업과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창업을 꿈꾼 북한이탈주민 청년

김여명 대표는 한양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벤처창업을 복수전공 했다. 현재는 한양대 창업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무엇이든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며 성장기를 보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경험을 쌓았고, 대학생 때는 3D 프린터,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어려서 한국에 온 북한이탈주민 출신이기도 하다. “9살이던 2004년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왔습니다. 부모님이 목숨을 건 탈북 결심을 하신 이유는 교육 때문이었어요. 북한에서는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이 아닌 출신 가문에 따라 인생이 좌우되거든요. 부모님께선 제가 제 뜻대로 꿈을 펼치며 사는 걸 바라셨습니다.”
한국 땅을 밟은 날부터 항상 통일을 염두에 두고 살았다. “그날이 오면 북한에 남은 친척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목숨을 걸고 개척해주신 환경에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포부도 생겼죠. 능력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한국은 뜻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입니다.”
◇기술 창업가가 마주한 마케팅의 벽

2023년 9월 설립한 여명거리는 김 대표의 세번째 창업 기업이다. ‘여명거리’는 그의 이름과 평양의 랜드마크 여명거리에서 따온 것이다. 한국의 창업적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처음엔 고객사의 앱, 웹 플랫폼 기획부터 유지 보수까지 해주는 SI기업으로 출발했다. 기술 창업도 해보고, SI 비즈니스로 다양한 기업을 만나다 보니 기술 기반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술 기반 창업을 했을 때, 개발은 잘 했지만 홍보와 마케팅엔 문외한이었습니다. 제품을 잘 만들어도 홍보를 못하니 상업적 성과도 미미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생성형 AI에 문구 작성을 지시해도 한계가 있었어요. 개발자들은 잘 되는 콘텐츠에 대한 감각이 마케터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거든요.”
작은 기업이나 소상공인 입장에선 마케팅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케팅의 핵심은 꾸준한 업로드인데요. 개발자의 우선순위에 소셜네트워크 관리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꾸준함이 관건이란 걸 이론적으로는 알아도 실천이 어려워요. 적절한 문구를 만드는 법을 모르는데다 프로덕트 개선 같은 더 중요한 일들이 산재해 있으니까요.”
◇마케팅 자동화의 표준이 되자

소상공인을 위한 마케팅 자동화 설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시장의 수요부터 검증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이런 설루션을 필요로 할까, 궁금했습니다. 최소기능모델(MVP)를 만들어서 창업대학원 동기 창업자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는데 다들 한 번 쓰고 말더라고요. 정말로 필요해서 만든 건데 냉담한 반응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싸늘한 반응의 원인은 모든 걸 기술로 풀려고 했던 접근법이었다. “개인별로 다른 수요를 설루션에 모조리 반영해버리면 에이전시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시장에서 표준이 될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AI 기반 소셜 마케팅 에이전트 오토케가 탄생했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해외의 소셜네트워크 자동화 설루션은 완벽한 대안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거든요. 기능을 모두 이해해야 하고, API 연동 과정도 복잡하죠. 저희는 진입 장벽을 확 낮춰서 버튼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오토케를 개발했습니다.”
관건은 오토케를 활용한 마케팅 성공 사례를 확보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통한 기업 성공 사례가 있어야 오토케가 한국형 소셜네트워크 자동화 설루션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거라 판단했습니다. 몇 곳의 기업과 협업해, 성공사례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스레드 팔로워가 거의 없던 계정에서 이틀 만에 조회수 3000건을 기록한 적도 있어요. 유명 배달 플랫폼과 PoC도 앞두고 있어요.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 120만명의 소셜네트워크 노출을 지원할 계획이죠.”
◇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오토케의 타깃은 대한민국 5인 미만 사업장인 소상공인 700만명이다. 내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소상공인의 고충을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벤처 생태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된 데 이어 최근 정주영창업경진대회 다양성 트랙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북한이탈주민 출신 창업자로서, 좋은 선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초기 창업팀이지만 단기간에 빠른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녹여, 예비 창업자분들에게 MVP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북한이탈주민 출신 창업자분들을 도울 계획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IT 분야보단 요식업이나 제조업 창업을 하는데요. 제가 IT 창업의 성공 사례가 돼,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창업을 시도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오토케를 소상공인과 동반 성장하는 서비스로 키울 구상이다.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는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제게 창업은 ‘개척’입니다. 예전에는 기업 대표의 일이 직원들의 급여가 끊기지 않도록 책임을 지는 것 정도로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하는 게 대표의 몫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려면 개척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이 저를 위해 개척한 땅에서, 저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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