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6. 15:43ㆍ인터뷰
정동길에서 일본식 삼각김밥 '오니기리' 만드는 일본인

삼각형은 공간을 나누는 가장 단단한 구조다. 각 변이 서로를 지지하면서 힘을 분산시킨다. 건축, 기계 설계 등에서 안정적인 구조로 활용된다. 일상에서 접하는 흔한 삼각형 중 하나는 ‘삼각김밥’이다. 귀퉁이에서 시작해 짭조름한 속 재료까지 먹으면 간편한 한 끼가 된다.
일본식 삼각김밥, 일명 ‘오니기리’로 밥맛을 알리는 일본인이 있다. 한국살이 23년 차 마쓰모토 히토미(68)씨다. 마쓰모토씨를 만나 맛있는 오니기리의 필수 조건을 들었다.
◇한일 화합의 장소, 동아리

마쓰모토씨는 일본 오사카 출신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식품 관련 회사에 근무하다 44살이 되던 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2003년 연세대 어학당을 졸업하고 신촌 로터리에 작은 식당을 차렸다. 이름은 ‘한일 교류 클럽(동아리)’였다. 마쓰모토씨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편히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동아리’는 종로구 서린동, 시청 광장 앞을 거쳐 중구 정동길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식 전골 요리인 스키야키를 내세우며 손님몰이 했다. 마쓰모토씨는 “‘내가 일본의 대표’라는 생각으로 손님을 맞았다”며 “한일 관계가 찬 바람이 불 때도 ‘동아리’에서만큼은 손님들이 좋은 기억을 갖고 가시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밥은 조연 아닌 주연

최근 마쓰모토씨가 열정을 쏟아붓는 곳은 ‘오니기리 동아리’다. ‘동아리’ 본점에서 도보로 5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니기리 전문점이다. 2024년 10월 약 16㎡(5평) 남짓한 공간을 발견하고 일본식 삼각김밥인 ‘오니기리’를 만들기로 한 것이 시작이다.
오니기리는 밥, 김, 속 재료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음식처럼 보인다. 마쓰모토씨는 두 손을 저으며 “절대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니기리 동아리’는 가오픈까지 4개월, 정식 오픈까지 5개월이 걸렸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밥’이다. 마쓰모토씨는 “밥이 맛있어야 오니기리가 맛있다”며 “밥은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라고 강조했다. 메뉴를 개발하며 6개의 쌀을 공수해 맛·식감을 비교했다. 그렇게 낙찰된 쌀이 ‘신동진쌀’이다. 신동진쌀은 단백질 함량이 6~7% 정도로 낮아 고슬고슬한 밥맛과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알이 단단하고 찰기가 적어 리소토, 초밥 등에도 자주 쓰인다. 마쓰모토씨는 “신동진쌀로 오니기리를 만들었더니 특유의 푹신푹신한 느낌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의 도움이 있었다. 올해 쌀값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 구조에 어려움이 생기자, 중간 유통 구조 없는 직판을 연결한 것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일본인이 한국쌀로 오니기리를 만드는 것은 한국 쌀의 높은 품질을 알리는 상징성이 있다”며 “쌀 소비 촉진의 일환으로 쌀 산지 공급을 지원했다”고 했다.
2025년 2월 ‘오니기리 동아리’ 가오픈 날에는 무료로 오니기리를 나눠주는 행사를 했다. 이날 손님에게 들은 시식평을 바탕으로 레시피를 다듬고 운영 방식도 바꿨다. 가령 가운데에만 동그랗게 몰려있던 속 재료를 삼각형으로 펼쳐 꼭짓점까지 최대한 채워 넣었고, 계산 후 바로 집어 갈 수 있게 여유분을 미리 만들어뒀다.
◇건강한 식단의 중심엔 ‘밥’

오니기리 동아리는 정식 오픈한 지 1년도 되기 전에 서대문역과 분당 판교에 2호점과 3호점을 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연어와 명란이다. 출근하는 직장인, 운동 후 간단한 끼니를 찾는 20~30대가 많이 찾는다. 마쓰모토씨는 단골손님이 ‘무슨 쌀을 쓰는지’ 물어본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쌀알의 식감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 속 재료보다 더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한 매장에서 하루에 쓰는 쌀은 약 20㎏이다. 한 달에 500㎏ 정도의 쌀로 오니기리를 만들고 있다.
혈당 다이어트, 저속노화 등 건강 관련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 영향으로 쌀을 외면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금빵, 베이글 같은 빵의 유행은 계속되고 있다. 마쓰모토씨는 “밥이나 빵이나 정제 탄수화물인 건 마찬가지”라며 “기왕이면 반찬과 함께 균형 잡힌 식단을 짤 수 있는 ‘밥’이 더 사랑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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