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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경제

집값 주범 공사비 갈등, 결국 대기업 싸움까지 불렀다

공사비 갈등 뇌관된 ‘물가변동 배제특약’

KT와 쌍용건설이 작년부터 갈등을 빚어온 공사비 문제가 결국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쌍용건설이 조만간 서울 광화문 KT본사에서 집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KT 판교 신사옥 건설에 추가로 들어간 공사비 171억원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쌍용건설은 건설본부 소속 50여 명으로 구성된 시위대를 편성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멘트 값 폭등으로 오른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대기업 간 법정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놓고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대기업 신사옥 건설 등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멘트 값 폭등으로 오른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대기업 간 법정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게티

KT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글로벌세아그룹 쌍용건설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KT가 쌍용건설 측에 공사비를 이미 모두 지급해 그 의무 이행을 완료했으며, 쌍용건설 측의 추가 비용 요구에 대한 지급 의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를 법원으로부터 확인받기 위한 것이다.

쌍용건설은 지난 2020년 KT로부터 경기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신사옥을 짓는 사업을 단독 수주해 작년 4월 공사를 마쳤다.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다. 그런데 쌍용건설은 2022년 7월투버 KT에 공문을 보내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요구했다. 착공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사비가 급증했다는 이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사비가 급증해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었다. /사진=게티

하지만 KT는 당초 계약할 때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은 없다는 ‘특약’이 있다며 공사비 증액을 거부했다. 쌍용건설은 작년 10월 말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같은 집회를 벌였다.

광주 광산구 ‘쌍암동주상복합신축공사’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공사비 140억원 증액을 놓고 발주처인 롯데쇼핑과 갈등을 빚고 있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과 중견건설사 브이산업으로 구성됐다.

현대건설 측은 롯데쇼핑과 2019년 9월 지하 6층~지상 39층 규모의 아파트 315가구, 영화관, 판매시설 등을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총공사비로 1380억원을 주고받기로 합의했다. 이후 현대건설 측은 “계약 체결 이후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공사비가 치솟았고, 공사비 증액분 중 일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며 롯데쇼핑에 지난해부터 공문을 4차례 보내며 140억원을 추가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건설공사비 지수가 계약 체결 당시인 2019년과 비교해 30% 가까이 상승했는데,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조정(ESC) 12%를 제외한 나머지 18%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발주 기업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내세워 추가 공사비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게티

롯데쇼핑이 이에 응하지 않자 현대건설 측은 1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롯데쇼핑 역시 KT와 마찬가지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내세워 추가 공사비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DL건설 역시 경기 안양물류센터 재건축사업 발주처인 LF그룹·코람코자산신탁과의 갈등을 겪고 있다.  양측이 2020년 9월 당시 체결한 도급금액은 1190억원으로, DL건설은 지난해 11월 준공을 모두 마쳤다. DL건설은 공정과정에서 오염토가 발견되며 공사 기간이 6개월 지연되면서 추가된 공사비 400억원을 지급해달라는 입장이다.

고물가, 고금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 등의 영향으로 웬만한 대형건설사도 수주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게티

고물가, 고금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 등의 영향으로 웬만한 대형건설사도 수주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 지수는 최근 3년간 20% 넘게 올랐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34조221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7조5574억원)보다 28%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 부문 감소 폭이 크다. 1분기 민간 부문 수주는 22조 212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6.2% 줄었다. 상위 10개 건설사 중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등은 올해 1분기 정비사업을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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