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원 한국 드라이버, 30년 노력하니 이제 일제와 붙어볼만 합니다"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골프용품 기업 지브이투어 이야기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본보기가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본 콘텐츠는 광고성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온라인몰 판매 가격에는 몰 운영 등을 위한 판매 수수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회장님들이 속이야기를 털어놓는 장소는 늘 ‘골프장’이다. 뻥 뚫린 야외라는 환경 덕분에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은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 좋다. 그래서일까. 골프는 돈 많은 사람의 전유물이란 인식도 있다. 실제로 필요한 장비가 많고 복장 규정도 까다롭다. 고무줄 바지를 입으면 입장을 제한하는 골프장도 많다.
지브이투어 이창석(42) 이사는 스물일곱의 나이에 처음 골프장에 발을 디뎠다. 골프를 배운 지는 1년이 된 시점이었다. 공이 잘 맞지 않아도 마냥 즐거웠다. 사원이었던 그는 16년 뒤인 지금 ‘이사’로 불린다. 스윙폼이나 골프 스코어가 부족하더라도 골프에 대한 애정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이 이사를 만나 그의 속 이야기를 들었다.
◇30년 역사의 지브이투어 골프채
지브이투어는 1995년 설립된 한국의 골프 전문 기업이다. 골프채뿐만 아니라 각종 골프용품을 제조해 미국·일본·중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유명 해외 브랜드의 골프채와 동일한 재료로 동일한 등급의 골프채를 생산하고 있다.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주력 제품 중 하나는 ‘히스케이 인피니트 초고반발 드라이버’다. 공인 반발계수보다 0.03 높은 반발계수 0.86의 고반발 드라이버다. 460cc의 헤드가 공을 강하게 밀어줘 힘이 부족해도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르쉐 우드’는 장거리에서 빛을 발하는 클럽이다. 비거리가 잘 나와 스코어를 줄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일명 ‘고구마’라고도 불리는 유틸리티로는 지브이투어 ‘V13’이 있다. 마찰력을 최소화한 헤드 디자인으로 긴 잔디에서도 시원하게 스윙할 수 있다. 비거리가 늘지 않거나 몇 년째 같은 구질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하이브리드 클럽이다.
‘헤네시 2 말렛 퍼터’는 명품 브랜드 퍼터와 동일한 CNC 밀링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공이 맞는 부분에 물결 모양의 패턴이 새겨져 있다. 정밀하고 균형 잡힌 샷을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늘 통하는 전략, 계란으로 바위 치기
유난히 운동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까지는 학교 대표로 축구 대회에 나가기도 했어요. 뚜렷한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지만 막연하게 스포츠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2002년 마산대 레저스포츠학과에 입학했지만 전공을 살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현실을 빨리 깨닫고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향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안경 수입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거북이 등 껍데기로 만드는 고가 안경테를 주로 취급했습니다. 백화점 안경원이나 남대문 시장을 다니며 영업을 했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았지만 2년 만에 퇴사했습니다. ‘안경’과 너무 접점이 없어서인지 진득하게 흥미를 붙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2008년 11월 골프용품 제조사 지브이투어에 입사했다. “입사하기 전엔 한 번도 골프를 쳐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심 골프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골프는 돈 많은 사람이 하는 운동’이란 인식이 있었죠. 회사 복지 중 하나가 골프 레슨이었어요. 물건을 팔기 위해선 골프를 알아야 하니까요. 이때다 싶어서 열심히 배웠습니다. 퇴근하면 매일 골프 연습장으로 직행했어요.”
물론 낮에는 업무에 매진했다. 거래처 관리와 영업이 주된 일이었다. “기존 거래처는 약 40곳 정도였습니다. 새로운 곳 뚫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 치기’만 몇 번을 했는지 몰라요. ‘골프’란 간판만 보이면 골프용품점, 스크린골프장, 골프레슨학원 가리지 않고 일단 들어갔어요. 한 번 인사하고 나서 한달 간격으로 2~3번 정도 더 찾아갔죠. 2~3년 정도 지나니 기존 거래처와 제가 확보한 신규 거래처의 비율이 3:7 정도가 됐습니다. 물론 지브이투어의 골프채나 골프용품의 품질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죠.”
◇고집이 필요할 때와 꺾어야 할 때
2010년대 골프 시장은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였다. “그간 지브이투어는 ‘풀세트’에 주력했어요.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해 드라이버·우드·아이언·퍼터 등을 세트로 판매했었죠. 2010년대 이후 골프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풀세트를 쓰던 골퍼들이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개별 골프채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시기였죠.”
골프의 시작은 티샷, 드라이버부터다. 골프채 개발도 마찬가지다. “보통 드라이버의 콘셉트를 먼저 잡고 나면 우드, 유틸리티가 그 콘셉트를 따라가게 됩니다. 먼저 디자인을 하고 제조 공장에 샘플을 요청하면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을 받는데요. 여러 차례 수정 요청을 하면서 줄다리기를 한 후에야 생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단일 골프채 하나를 출시하는 데 평균 2~3년이 걸리는 이유죠.”
지브이투어 골프채는 ‘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그렇다고 결코 대충, 쉽게 만들지 않아요. 새로운 골프 클럽을 만들 때마다 헤드의 금형(대량 생산을 위한 금속 틀)을 새로 제작합니다. 금형 하나에 적게 잡아도 수백만원이 듭니다. 기존에 쓰던 금형을 써도 소비자가 보기엔 차이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린 알죠. 주물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무게가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요. 꼼꼼하게 만들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근속 기간이 길어지고, 골프에 재미를 붙이면서 골프채 개발에 관여할 일도 많아졌다. “물론 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인 조언을 할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소비자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능력만큼은 사내 1등이었다고 자부해요. 거래처 사장님들을 통해서 소비자의 생생한 리뷰를 자주 전해 들었거든요. 가령 로프트가 10.5인 드라이버의 공이 잘 안뜨더라는 후기가 자주 들리면 개발팀에 전달해 다음 제품에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골프 시장은 늘 변한다. “변화를 거부할 때도, 순응할 때도 있어요. 골프채 색상이 골드에서 실버·블랙으로 변하는 추세인데요. 여러 직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골드’를 고집했습니다. 지브이투어의 중심 콘셉트는 변하지 않길 바랐거든요. 대신 시니어 골퍼를 위한 ‘고반발’은 적극 수용했습니다. 반발력이 높으면 비교적 적은 힘으로도 멀리 공을 보낼 수 있죠. 이런 하나하나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제품이 히스케이 인피니트 초고반발 드라이버입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즐기는 자’는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
지브이투어의 연 매출은 약 60억원이다. “미국엔 연 매출 2000억원이 넘는 유명 골프 기업도 있어요. 규모로 승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직접 제조하고 유통하기 때문에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지브이투어만의 강점이죠. 제일 좋은 골프채는 ‘새로운 골프채’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골프채를 꾸준히 개발해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 끝나면 바로 그 다음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어요. 최근엔 유틸리티 V시리즈의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입사 1년 만에 골프장의 잔디를 밟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스크린 골프만 치다가 처음으로 필드에 데뷔하는 순간이었죠. 공이 잘 맞지 않아도 좋았어요. 주변에서 골프장 처음 간다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 욕심내지 마라’고 합니다. 골프는 본전을 뽑기 위해서,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골퍼가 지브이투어 골프채로 부담 없이 골프장에 데뷔할 수 있길 바라요.”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