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땐 하루에만 1000명 투입,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마늘이 나는 곳
햇마늘을 가장 먼저 출하하는 지역, 서귀포 대정의 '마농'
한식에서 마늘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다른 나라에서 마늘은 후추, 생강, 깨 같은 부재료 정도 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요리의 주인공 자리를 위협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마늘 없는 한식은 상상하기 어렵다. 찌개, 볶음 반찬, 나물 무침, 양념장 등 거의 모든 요리에 마늘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마늘 주산지로 유명한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햇마늘을 가장 먼저 출하하는 지역이다. 대정농협 강성방(69) 조합장이 갓 수확한 마늘이 우리 밥상까지 오는 과정을 소개했다. 마늘은 주로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하는 난지형과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하는 한지형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큰 흉작을 겪은 후 한지형이 줄고 난지형 비중이 크게 늘었다. 대정도 난지형을 재배한다. 매운맛이 강한 편이라 김장김치나 찌개 양념 등에 많이 쓰인다.
◇매운 만큼 몸에 좋은 서귀포 대정 ‘마농’
풍부한 일조량과 점질토의 토양을 갖춘 대정은 최적의 마늘 재배지로 꼽힌다.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 암반수가 마늘의 주요 유효 성분을 끌어올린다. 다른 지역 마늘보다 알리신 등 마늘 주요 성분 함량이 높다. 2024년 기준 대정 지역의 마늘 재배 면적은 604만㎡(약 1827평)이다.
매년 장마가 끝나면 마늘을 심는다. 심은 자리에 풀이 돋으면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흙을 치우고 구멍을 내주는 작업을 한다. 다른 농작물은 비료를 과하게 주면 죽어버리기도 하는데, 마늘은 영양분이란 영양분은 다 흡수해 쑥쑥 자란다. 줄기가 너무 길게 자라면 마늘이 자랄 양분까지 뺏기 때문에 새 줄기를 수시로 잘라줘야 한다. 그렇게 1년을 보내면 옹골진 마늘을 한가득 얻을 수 있다.
◇하루 최대 1000명이 모여 수확
대정농협 산지유통센터(APC)에 도착하자 강한 마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인근 밭에는 수확한 마늘이 열을 맞춰 누워 있었다. 수확 철이 되면 오전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종일 마늘을 뽑는다. 농민과 계절 근로자 외에 일손 돕기 자원봉사자까지 힘을 보태 하루 1000명의 인원이 동원되기도 한다.
대정농협 APC는 마늘 가공 공장을 끼고 있다. 공장에 가니 10여 명의 작업자가 귀마개와 이어폰을 한 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쿵쾅거리는 기계 소리에 청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다. 마늘 가공 공정은 2차례에 걸쳐 마늘쪽을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강 조합장은 “마늘을 바닥에 튕겨 하나씩 쪽을 분리하고 껍질을 벗긴다”고 했다.
◇인력난 해소 위해 기계화 추진
대정농협은 지난해 약 4211t의 마늘을 출하했다. 이중 깐마늘이 783t을 차지했다. 깐마늘은 200g부터 20㎏까지 포장 단위도 다양하다. 강 조합장은 “대형 유통업체, 김치 공장, 소스 제조 공장, 도매시장 등으로 납품한다”고 했다.
대정농협은 농협경제지주가 선정한 ‘2024 농업경제사업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농가에 약제와 자재를 지원해 영농비 부담을 완화하고 농기계 무상 수리, 드론 방제 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결과다. 농촌인력중개사업을 통해 농촌 인력난 해소 노력도 하고 있다.
대정농협의 현재 가장 큰 현안은 마늘 농사 기계화다. 지난해 여름 일부 농가에서는 마늘 파종에 기계를 활용하기도 했다. 강 조합장은 “양파의 경우 기계화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단계”라며 “마늘 농가도 인력난을 극복하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계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정 암반수 마농(마늘) 많이 사랑해줍서(사랑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