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쫄깃해도 되는 거예요? 74도 주정으로 코팅한 김제 떡국떡의 비밀
[르포] 전북 김제 공덕농협 공덕농협 식품가공센터 떡국떡 생산 현장
새해를 맞아 현재 전국에서 가장 바쁜 현장 중 한 곳. 전라북도 김제시 공덕농협의 식품가공센터를 찾았다. 설 연휴를 2주 앞둔 지난 14일. 공덕농협 식품가공센터는 하루 8400㎏의 떡국떡을 만들어내고 있다. 떡국 1인분에 150g씩 들어간다고 할 때 5만6000명이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김제 공덕농협 문용수(65) 조합장과 함께 떡국떡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신동진 쌀의 은은한 단맛 담은 떡국떡
전북 김제시는 호남평야의 중심부에 있는 곡창지대다. 삼한시대부터 ‘벽골(벼고을)’이라 불릴 만큼 질 좋은 쌀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섬진강의 맑은 물과 비옥한 토양 등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재배된 김제 쌀은 특유의 구수한 맛과 찰기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갓 도정한 김제 쌀로 만든 공덕농협의 떡국떡은 여러 차례 치대서 쫄깃하고 쫀득한 식감이 강점이다.
◇떡국떡 제조 현장에도 불어온 자동화 바람
공장에 들어서자 커다란 기계 소리에 머릿속까지 울리는 듯했다. 원료 입고실엔 곧 떡이 될 쌀이 커다란 쌀 포대에 가득 담겨 있었다. 문용수 김제농협 조합장은 1톤 들이 탱크를 가리키며 “쌀을 탱크에 담아 3~4시간 불리고 가루가 되도록 빻은 다음 소금물과 섞는게 떡국떡 제조 공정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증숙, 떡을 찌는 과정이다. 증숙기 앞에 다가서니 하얀 수증기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널따란 판자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백설기가 만들어졌다. 기계는 판자를 들어 올리더니 이내 ‘철퍼덕’ 소리를 내며 떡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문 조합장은 “떡을 3차례에 걸쳐서 치대어 쫄깃한 식감을 만든다”며 “이를 압축하면 가래떡이 나온다”고 말했다.
갓 만들어진 가래떡은 70㎝씩 잘라 연두색 틀로 옮긴다. 문 조합장은 “말랑말랑할 때는 떡을 자를 수 없어 3일간 5℃의 온도로 냉장 건조한다”며 냉장실 문을 열었다. 냉장고 내부를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더니 렌즈에 금세 김이 서렸다. 문 조합장은 “냉장고인데도 습도가 높아 어쩔 수 없다”며 허허 웃었다.
냉장 건조된 떡은 자동화 기계로 얇게 절단한다. 문 조합장은 “과거에는 틀에서 떡을 분리하고, 절단 기계에 집어넣는 작업을 하는 데 4명이 필요했다”며 “최근 자동화 설비를 들이면서 필요 인력이 2명으로 줄었고, 생산 속도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 초 만에 70㎝ 길이의 가래떡이 1㎝ 이하의 두께로 잘려 나갔다.
그 안쪽으로는 진한 알코올 냄새가 느껴졌다. 마치 소주 한 병을 들이켠 듯한 몽롱함에 취할 때쯤 ‘74% 주정’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문 조합장은 “떡의 겉면에 알코올인 주정을 코팅하면 떡을 오랜 기간 유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떡국떡은 포장지를 입는다. ‘로터리 포장기’라 불리는 기계가 회전하며 떡국떡을 500g 또는 1㎏씩 담았다. 엑스레이(X-ray) 금속검출기까지 통과하면 이제 떡국이 될 일만 남는다.
◇공덕농협의 특별한 떡국떡
공덕농협의 떡국떡 보관을 위한 냉장·냉동시설은 텅 비어 있는 날이 많다. 설을 앞두고 ‘없어서 못 팔 지경’이기 때문이다. 문 조합장에게 매년 1월만 바쁘겠다고 묻자 “명절이 지나면 김제의 다른 특산물인 고구마 가공 유통을 하느라 바빠진다”며 “최근 젊은 층 사이에 고구마 양갱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쉴 틈이 없다”고 했다. 공덕농협은 지역 가공식품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 쇼핑 라이브도 운영하고 있다. 문 조합장은 “우리 스토어를 찜한 관심 고객 수가 9000명이 넘는다”고 자랑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