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까지 잡는 꿈의 골다공증 치료제, 성큼 다가선 경희대 한의대 교수
중배엽 유래 줄기세포 활용한 골다공증 및 비만 치료제 개발사
큐제네틱스 장문석 대표
한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단연 암이다. 하지만 암보다 더 노인 건강을 위협하는 진짜 무서운 질환이 있다. 바로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이름처럼 뼛속에 구멍이 많이 생겼다는 의미로, 뼈의 밀도가 낮아져서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쉽게 골절되는 질환이다.
통계청의 ‘한국인의 안전 보고서 2021’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낙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낙상 사망자 중 63.4%를 차지했다. 생활 속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낙상 사고가 고령자에겐 목숨을 앗아가는 저승사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큐제네틱스의 장문석 대표(56)는 고령자의 삶의 질을 수직하락 시키는 골다공증에 주목했다. 생화학자이자 한의대 교수로서의 연구 경험을 쏟아 골다공증 신약을 개발하기로 한 배경이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노년층의 의료 문턱을 낮추기 위해 융복합 의료기기도 개발 중이다. 장 대표를 만나 바이오벤처 창업기를 들었다.
◇‘노인의 존엄’에 주목한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장 교수는 연세대 생화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서울대 분자생물학과(현 생명과학부)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미국 하버드 의대 어린이 병원에서 3년간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했다. 2007년 경희대 한의대 교수로 부임해 지금까지 생화학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전문 분야인 생화학은 의약학계의 기틀이 되는 학문이다. “생화학은 모든 생명체에서 진행되는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생명체를 다루는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죠. 의대, 치대, 한의대 같은 의생명 관련 학문에서는 생화학을 필수로 공부해야 하고요. 여러 학문의 기틀이 된다는 점에서 생화학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석사 때는 단일 효소를 분리하고 정제해서 효소의 특성을 밝히는 단백질 연구를 주로 했습니다. 이후, 자연스레 DNA나 RNA 같은 핵산에 관한 연구를 하는 분자생물학에 지적 호기심을 느꼈어요. 박사 과정 땐 분자생물학과에 진학해 유전자 발현의 조절에 파고 들었죠.”
연구와 가르침을 동시에 수행하는 교수도 의미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엔 창업의 불씨가 있었다. “서울대에 있을 때 선후배들과 랩 벤처(Lab Venture. 연구실 창업)를 한 적이 있습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바이오벤처가 태동하던 시점이었죠. 결과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제약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가능성은 있었습니다. 이때 미련이 남았나 봐요. 학자로서 신약개발의 기반이 되는 연구 결과를 제공해 사회에 기여하는 일도 가치 있지만,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약물을 직접 개발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최대의 관심사인 ‘인간의 마지막 단계’를 창업에 풀기로 했다.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간다움입니다. 아이들은 출생의 축복과 함께 많은 배려와 격려 속에서 자랍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고, 노년층에 이르면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데요. 여러 이유로 어르신들이 제대로 된 보살핌을 못 받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인생의 시작 못지 않게 마무리가 중요한데, 노인이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걸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자연스레 노인층의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인간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많은 노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골다공증’에 주목했다. “노년기 골절은 사망 위험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후 파생되는 합병증 등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죠. 노인의 골절은 당사자의 생활 반경을 축소하고 가족의 문제로 확대됩니다. 개인 생활을 할애해 간병을 하다 보니 가족들의 삶의 질도 떨어집니다.”
오래 연구한 중배엽 유래 줄기세포를 활용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중배엽 유래 줄기세포를 중점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중배엽 유래 줄기세포는 조골세포(뼈를 구성하는 세포), 연골 구성 세포, 지방세포, 근육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을 보유한 세포입니다. 손상된 조직의 재상을 돕는 데 활용될 수 있죠. 조골세포와도 관련이 있다 보니 골다공증 치료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의 단점 보완한 신약 개발
2016년 큐제네틱스를 설립하고 신약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주요 포트폴리오는 폐경기 비만, 골다공증 치료 합성신약 QG3030과 QG3030의 골형성 촉진 기능을 활용한 융합형 의료기기 QBone이다. QG3030은 경구형 치료제로 개발할 예정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치매 관련 신약 후보물질도 스크리닝 중이다.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호흡기감염을 유발하는 RNA 계열 바이러스 저해제도 개발하고 있다.
과거의 골다공증 치료제는 뼈의 ‘파골’ 기능에 중점을 뒀다. “뼈는 약 10년의 기간 동안 새로 형성되고, 기존의 골세포는 재흡수되면서 사라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뼈의 형성과 손실의 밸런스가 유지되는 게 건강한 골밀도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이죠. 기존의 골세포가 사라지는 것을 파골이라고 하는데요. 기존의 골다공증 약물은 파골을 억제해서 골밀도를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파골 세포 억제제는 부작용이 많아요. 복용 시 잘 녹지 않아서 물을 많이 마셔야 하죠. 주사제가 개발됐지만 역시 한계가 많습니다. 노인 입장에서 처방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죠. 또한 골밀도는 유지되지만 뼈가 딱딱해져 골절 시 더 잘 부러지는 부작용도 있고요.”
자연스레 골다공증 치료제의 트렌드는 골형성 촉진제 중심으로 전환됐다. 부갑상선 호르몬 제제와 단백질 기반의 항체가 대표적이다. “둘 다 주사로 투여하는 약물입니다. 처방 기간이 대략 1년에서 1년 반 정도인데요. 그 이상은 치료를 못 받습니다. 임상결과에 따르면 적정 기간 초과 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달리 보면, 해당 기간 동안 효과가 없으면 또 다른 약물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기존의 골다공증 치료제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QG3030는 중배엽 줄기세포의 골 분화 기능을 활용해 조골세포를 촉진하는 방식입니다. 경구제라 일상생활 속에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동물실험으로 골밀도가 떨어지면 체중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QG3030를 투여하면 골밀도가 높아지면서, 체중은 감소합니다. 그래서 폐경기 여성의 비만 약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동물 실험으로 골형성 촉진과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현재 임상 1상을 진행중입니다. 1상이 끝나면 비만 치료제로서 임상2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융복합 의료기기인 합성골 이식재 QBone에 거는 기대도 크다. “뼈대와 함께 골을 촉진하는 단백질 기반의 융합형 의료기기가 있지만 생산비가 너무 비쌉니다. 원하지 않는 부위에서 뼈가 자라는 이형골 생성 같은 부작용 우려도 있죠. 아쉬운 점을 개선해서 QBone을 개발 중입니다. QBone은 TCP/HA 합성골 뼈대에 QG3030을 결합한 융합형 의료기기입니다.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4년도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됐습니다. 과제 지원을 통해 2년 6개월 동안 총 25억원을 지원받아 비임상연구, GMP 승인, 임상연구를 본격화할 구상입니다.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 3년 이내에 제품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힘든 순간은 있어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중장년과 고령자의 든든한 토대가 돼 주겠다는 진심은 통했다. 다양한 기관이 큐제네틱스의 꿈에 손을 보탰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과제도 수차례 수주하며 연구력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서울바이오허브와 서울경제진흥원(SBA), 스케일업 팁스가 주최하는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미국 케임브리지 혁신 센터(CIC)에 입주 공간을 확보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및 기술 수출을 준비 중이다.
가장 큰 요람이 돼 준 곳은 서울바이오허브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서울시가 조성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고려대가 운영하는 바이오·의료 창업 혁신 플랫폼이다. “2021년 첫 입주 후 지금까지 다양한 기회를 누렸습니다. 서울바이오허브가 투자자 초청, 제약사와의 오픈이노베이션, 해외 기관과의 네트워킹 등 바이오벤처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풍부하게 운영한 덕이죠. 개인적으로는 투자 유치를 위한 자리 마련이 가장 유익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비즈니스의 근간이 될 ‘물질 특허’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구상이다. “물질 특허는 특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지금까지 일본, 중국, 인도에서 특허를 등록했고요. 미국과 유럽 등록도 앞두고 있습니다. 특허 물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 보장 기간까지는 원특허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해외 라이선싱이나 기술 이전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QBone의 경우 5조원 규모인 골 이식재 시장에서 점유율 10%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종종 ‘투자 시장이 어려운데 창업을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는다. 장 대표는 그런 부분에 대한 회한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평생 학문적인 접근만 하다가 회사라는 틀을 통해 개발중인 약물이 사람을 대상으로 테스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세포 수준의 실험에서 물질 등록 단계를 거쳐 임상시험 허가까지 받은 약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벅찬 감정을 느껴요. 어려움도 많았죠. 스트레스도 받고요. 힘들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해요. 제 일의 본질은 신약의 가치를 높이고, 완벽한 데이터를 수립하는 겁니다. 본질 외에 파생되는 어려움은 경영자가 당연히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