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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쌀 소비 효자, 최고의 전통주, 이색 쌀가공식품을 찾아서

더 비비드 2024. 11. 25. 11:25
농협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 품평회 현장

농협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 쌀가공식품부문 품평회에서 한 평가위원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모습. /더비비드

우리나라 사람은 안부를 물을 때 “밥 먹었어?”라고 말하거나 헤어질 때 “다음에 밥 한번 먹자”고 인사한다. 문화적으로 ‘밥’에 중요한 의미를 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일을 자주 할 때 ‘밥 먹듯 하다’라고도 한다. 이 관용어는 점차 본래 의미를 잃고 있다. 전보다 밥을 자주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산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2023년 기준 1인당 쌀 소비량은 56.4㎏에 불과했다. 1인 가구 증가와 식습관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가공용 쌀 소비량은 2014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쌀 가공식품의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속적인 쌀 소비량 감소와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농협에서는 ‘2024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를 기획했다. 본 행사에 앞서 지난 10월24일 일산 킨텍스에서 K-라이스페스타 품평회가 열렸다. 국산 쌀로 만든 술과 가공식품의 기량을 겨루는 자리다. K-라이스페스타 품평회는 한마디로 ‘쌀이 보이지 않는 쌀 축제’ 현장이었다.

◇K-라이스페스타 품평회

농협경제지주 식품사업부 장지윤 부장의 인사말로 우리술 부문 품평회가 시작됐다. /더비비드

농협경제지주 식품사업부는 지난 9월2일부터 10월11일까지 40일간 국산 쌀을 사용해 만든 우리술·쌀가공식품의 출품신청을 받았다. 출품 대상은 국산 쌀 함량이 최소 10% 이상 함유된 시판 제품으로 한정했다. 부문은 크게 우리술·쌀가공식품으로 나눴고, 각각 발효주·증류주 부문, 일반·농협 등 2개 부문으로 세분화했다.

약 400여 곳의 업체에서 총 700여 개 제품을 출품했다. 수상작은 부문별 3~5개로 총 16개 제품이다. 서류 평가 60점, 전문가·소비자 품질 평가 260점, 현장평가 80점 등 결과를 합산해 수상작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최종 수상작에는 총 2억4000만원의 시상금뿐만 아니라 하나로마트·농협몰 등 주요 유통채널을 통한 판로 지원 혜택도 주어진다.

◇떠먹는 막걸리부터 쌀 아이스크림까지

평가위원들이 평가 평가항목과 출품작을 살펴보는 모습. /더비비드

이날은 전문가 평가가 있는 날이었다. 품평회 현장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마트에 온 것처럼 주류와 식품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일반 마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제품이 국산 쌀을 주재료로 했다는 사실이다.

오전 10시 농협경제지주 식품사업부 장지윤 부장의 인사말로 우리술 부문 품평회가 시작됐다. 장 부장은 “범국민 쌀 소비 촉진 운동의 일환으로 대국민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면서, “첫 단계로 품평회를 통해 쌀로 만든 우수한 가공식품을 홍보하며 우리 쌀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한다”며 품평회의 취지를 강조했다.

한 평가위원이 우리술 부문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있다. /더비비드

이어 우리술 부문 7인의 전문가 평가위원이 자리에 앉았다. 각 테이블 위에는 숫자 1부터 8까지 크게 적힌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출품작이 차례로 그 숫자 위에 놓였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함이었다. 평가위원들은 잔을 흔들어보거나 향을 맡고, 잔을 높이 들어 바닥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잔에 입을 대고 맛까지 보고 난 다음 신중하게 점수를 써넣었다. 

한 평가위원은 “전통주는 쌀로 만든 가장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많은 평가 항목 중 단연 ‘맛’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평가위원은 “잘 익은 막걸리의 특징인 과일 향이 돋보이는 제품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오크통 숙성을 한 증류주들이 품질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책상 가득 쌓인 출품내역서. 블라인드 테스트 이후 출품내역서와 출품작의 실물을 살피며 평가를 이어갔다. /더비비드

몇 시간에 걸친 관능 평가 이후 술병과 함께 출품내역서가 책상 위에 올라왔다. 창의성·상품성·디자인 등의 항목에 점수를 매기는 2차 평가 단계다. 평가위원은 출품내역서 속 개발 취지, 제조 과정 등을 살피며 재차 평가에 나섰다. 맥주처럼 캔에 담긴 술이 있는가 하면 위스키처럼 고급스러운 병에 담긴 술, 요구르트처럼 숟가락으로 떠먹는 술 등 형태의 제약을 벗어난 출품작이 시선을 끌었다.

출품작 중 하나인 쌀로 만든 과자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평가위원. /더비비드

우리술 부문의 2차 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바로 옆 회의실에서는 쌀가공식품 부문의 블라인드 테스트가 시작됐다. 평가 방식은 우리술 부문과 동일했다. 7명의 전문가 평가위원이 제품의 이름, 재료, 가공법 등에 대한 정보 없이 맛을 보는 관능 평가가 먼저 진행됐다. 쌀 가공식품의 대표 격인 떡, 누룽지는 물론이고 쌀로 만든 식초, 어묵, 아이스크림 등이 등장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한 평가위원은 “기존의 쌀 가공식품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해석으로 진일보한 상품이 많아 반가웠다”며 화색을 보였다.

쌀가공식품 부문 역시 우리술 부문과 마찬가지로 관능평가에 이어 창의성·상품성·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이어갔다. 한 평가위원은 “맛도 중요하지만 쌀 소비 촉진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며 모든 평가 항목에 의미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 다른 평가위원은 “출품작을 보니 밀가루 제품을 대체하는 제품이 많았다”며 “쌀로 만든 가공식품은 첨가물을 많이 넣지 않아도 포만감을 주고 달짝지근한 맛을 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막걸리 맛볼 수 있는 곳

소비자 평가(왼쪽)와 최종 제품 선정위원회(오른쪽)이 진행되는 모습. /농협

전문가평가 이튿날에는 소비자평가가 이어졌다.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이들 중 20~60대, 남녀 등을 고른 비율로 선발했다. 우리술·쌀가공식품 각 30인씩 총 60명이 평가에 참여했다. 전문가·소비자 평가 점수를 합산해 260점의 배점을 채웠다. 다음은 3차 현장 평가다.

11월 5일까지 진행된 현장 평가에는 총 30여개 제품이 올라갔다. 현장 평가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 진행됐다. 술·식품의 제조 시설에서 위생·공정·법규 등을 꼼꼼히 살폈다. 현장 평가 배점은 80점이었다. 서류 평가 60점, 전문가·소비자 품질 평가 260점, 현장 평가 80점 등을 합산해 400점 만점에 총점을 매겼다. 수상작은 평가위원장을 맡은 남대현 조리명장의 참석 하에 종합선정위원회에서 최종 선정됐다.

쌀 소비촉진을 위한 'K-라이스페스타' 홍보 포스터. /농협
K-라이스페스타 전시장 구성 및 주요내용. /이지혜 더비비드 디자이너

최종 수상작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 페스티벌 현장이다. 12월6일부터 8일까지 3일에 걸쳐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7홀에서 개최된다. 페스티벌에서는 수상작에 대한시상식과 더불어 250여 개의 다양한 우리술 및 쌀 가공식품 전시·판매·시음 행사가 예정돼 있다. 국산쌀로 막걸리 만들기, 황금쌀을 찾아라, 우리 농산물 푸드아트 대회, 내 마음을 받아酒 프러포즈 등 다채로운 행사도 진행된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우리 주식인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쌀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한 쌀 가공식품의 육성과 홍보가 중요하다”라며 “K-라이스페스타 정례화를 통해 국산 쌀 소비 붐을 조성함과 동시에 K푸드 열풍과 연계하여 수출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지 에디터